‘내남결’ 송하윤 “내겐 너무 나빴던 정수민, 받아들이려는 몸이 아팠어요”[스경X인터뷰]

하경헌 기자 2024. 2. 23.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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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에서 정수민 역을 연기한 배우 송하윤. 사진 킹콩 by 스타쉽



배우 최민식이 그랬다. ‘배우는 배우라고 해서 배우가 아닌가‘ 한다고. 예순이 넘은 배우도 매일 배우고 갈고 닦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제 20년의 경력을 넘긴 배우는 어떨까. 더욱 매달려야 한다. 연기에 집착하는 삶. 계속 흔들리고 부딪치며, 하다못해 피부라도 쓸리는 생채기를 낸다.

배우 송하윤에게 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가 그랬다. 인터뷰에서 만난 송하윤은 조금은 진이 빠져버린 것처럼 보였다. 게다가 목도 통증으로 아파, 기침을 가끔 했다. 배우는 배역을 담는 그릇. 그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너무나 맵고도 뜨거운 식재료를 담아버린 것이다. 이 생채기는 그의 연기에 대한 접근법도 바꿀 정도로 효과가 컸다.

“1회의 장면을 제일 처음 찍었거든요. 받아들여지지 않았어요. 거부 반응이 심했어요. 나쁘다는 것은 알고 시작했지만요. 그런데 막상 본격적으로 캐릭터를 연구하고 제 몸에 넣어보니 진짜 몸살이 오고, 두드러기처럼 시달리더라고요. 그래서 방법을 바꿨어요.”

tvN 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에서 정수민 역을 연기한 배우 송하윤. 사진 킹콩 by 스타쉽



송하윤은 ‘내 남편과 결혼해줘’에서 주인공 강지원(박민영)의 친구이자 첫 번째 인생에서 그의 남편 박민환(이이경)과 불륜을 저지르는 친구 정수민 역을 연기했다. 웹툰 원작에도 그렇듯, 수민의 정체성은 변화무쌍했다. 친구 앞에서는 동정하다가도 금방 안색을 바꾸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손에 넣기 위해 어떤 수단도 가리지 않았다. 결국 이들의 불륜을 목격한 지원은 민환에게 살해당하고, 두 번째 인생으로 흘러간다.

“원래 예전에는 배역을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감성적으로 접근했어요. 그런데 이렇게 해보니 너무 힘들어서 도저히 16회까지는 찍을 수 없을 것 같았죠. 이런 나쁜 말들을 내뱉고, 귀로 듣는다는 사실 자체로 제 몸이 버티지 못하더라고요. 그래서 생각했어요. 저와 배역을 갈라놓기로요.”

송하윤은 무엇도 스스로 결정하지 않는 수민의 감정을 이해하기 위해 프로파일러를 직접 만나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그리고 의상의 톤도 세 부분으로 세분화했다. 초반 ‘핑크공주’라는 호칭을 얻을 정도로 발랄한 모습에서 중간에는 채도를 낮춰 혼란을 가중했다. 나중에 흑화된 이후에는 검은색 중심의 어두운 계열의 옷만 입었다.

tvN 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에서 정수민 역을 연기한 배우 송하윤 주요 출연장면. 사진 tvN



“이런 아이디어를 다 감독님께 미리 설명해 드렸어요. 그리고 제 얼굴의 반반 이미지가 다른 점도 말씀을 드렸었는데. 제가 왼쪽 얼굴이 좀 선해 보이고, 오른쪽 얼굴이 좀 나빠 보이거든요. 그러한 불균형을 이용해서 나쁜 장면에는 오른쪽 가르마를 타서 그런 느낌을 줬어요.”

이쯤 되면 드는 의문 하나. 왜 이렇게 송하윤은 프로파일러를 만나고, 의상도 세세하게 설정하고 심지어 자신의 얼굴 반반을 나눠 설정했을까. 이는 그의 연기에 대한 열정을 들으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송하윤은 2005년 드라마 ‘태릉선수촌’을 통해 이름을 알려 이제 20년째 경력에 들어선다. 하지만 ‘송하윤 하면 이거다’하고 떠올릴만한 작품을 아직 많이 갖지 못했다.

“그렇게 힘들었지만, 수민이 역을 하고 싶었던 이유는요. 연기하면서 제가 제게 갖는, 제자리걸음을 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였어요. 다른 연기를 해보고 싶고, 잘 할 수 있는데 막상 저는 선택을 받는 입장이다 보니 이 부분이 답답했어요. 제 얼굴과 제 목소리를 벗어나는 배역을 하고 싶었죠. 그런 마음이 최근 들어 부쩍 커졌는데 거짓말처럼 ‘내 남편과 결혼해줘’의 수민을 만났던 것 같아요. 저의 슬픈 것, 귀여운 것, 나쁜 것, 색기, 똘끼 등 모든 걸 해볼 수 있었죠.”

tvN 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에서 정수민 역을 연기한 배우 송하윤 출연장면. 사진 tvN



2014년 ‘내 딸, 금사월’의 주오월, 2017년 ‘쌈, 마이웨이’의 백설희 등 기억에 남는 작품도 있었다. 하지만 ‘언니는 살아있다!’의 세라 박 등 성격이 분명한 역할은 특별출연으로 스치듯 지나갔다. 송하윤은 수민을 만난 일을 ‘천운’으로 표현했다. 그러한 시기 그러한 작품을 만나고, 또 사랑까지 받게 됐으니 하늘의 점지를 받은 것임은 틀림없다.

“동갑인 (박)민영이와도 극 중에서는 맞섰지만 처음 보자마자 서로 눈물이 날 정도로, 그 부담에 있어서는 이해를 하는 사이였어요. (이)이경씨를 보면서도 그렇게 잘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복을 받았고요. 저 사실은 신인 때 삭발하는 캐릭터를 한 적도 있었거든요. 이제 뭐든지 다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인터뷰의 막바지 ‘아껴준 시청자들에게 한마디를 해달라’는 질문이 나오자 그는 울컥 눈물부터 터뜨렸다. 매번 그런 질문만 나오면 눈물이 나온다고 말했다. 평소에는 감정을 절제하면서 외부의 자극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려고 애를 쓰던 송하윤도 연기에 있어서는 자신을 온갖 감정의 소용돌이로 던져넣는 느낌이 들었다. 20년 된 배우도 이렇게 힘겨운 것이 연기다. 하지만 그만큼의 희열이 돌아온다.

tvN 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에서 정수민 역을 연기한 배우 송하윤. 사진 킹콩 by 스타쉽



“너무 외로운 수민을 연기하면서 힘들었어요. 과거 배역을 쌓아가면서 캐릭터를 잡는데 발목이 잡히는 느낌이라 SNS도 지웠었죠. 이런 외롭고도 나쁜 캐릭터를 연기했는데 사랑해주시는 분들을 보면 정말 제가 하는 일이 무의미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잘 치유하고 나와 또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싶어요.”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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