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들이 ‘눈송이’라 부르는 세대···미국판 MZ보고서[책과 삶]
꼰대들은 우리를 눈송이라고 부른다
해나 주얼 지음| 이지원 옮김 | 뿌리와이파리 | 384쪽 | 2만2000원
한국 청년은 요즘 ‘MZ 세대’라고 불린다. MZ에 대한 평가는 다양하다. ‘이기적이다’ ‘까칠하다’ ‘끈기가 없다’ ‘나약하다’ 등의 말들이 MZ에게 따라다닌다. 사실 MZ는 1980년생부터 1990년대 초중반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후반부터 2010년대 초반에 태어난 Z세대를 포괄해 부르는 말이다. 최대 30세 차이가 나는 사람이들을 하나의 세대로 묶을 만큼 동질적인 속성이 있을지 의심스럽다.
미국에도 MZ세대와 비슷한 말이 있다. ‘눈송이 세대’라는 말이다. 이들은 강인하고 인내심 많은 기성세대와 달리 쉽게 부서지는 눈송이처럼 나약하고 불평만 많은 응석받이로 규정된다. 미국 일간지 ‘워싱턴 포스트’의 비디오 저널리스트 해나 주얼은 <꼰대들은 우리를 눈송이라고 부른다>에서 ‘눈송이’는 기득권이 자신의 세계를 위협하는 존재를 공격하기 위한 멸칭이라고 주장한다.
주얼은 눈송이라는 말의 기원부터 찾는다. 눈송이는 원래 ‘아름답고 순수한 것’을 비유하는 말이었지만 점점 ‘여성적이고 유아적인 것’이란 경멸조의 의미로 바뀌었다. 미국에선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영국에선 유럽연합 탈퇴가 결정된 2016년 이후에는 이른바 ‘대안 우파’가 정치·문화적 적을 공격하는 멸칭으로 이용했다. 주얼은 진보적인 엘리트주의자, 기업 경영인, 트랜스젠더를 배제하는 급진 페미니스트들도 눈송이라는 멸칭을 대중화하는 데 한 요인을 제공했다고 비판한다.
주얼은 눈송이의 의미를 전복시킨다. 눈송이는 인종, 계급, 젠더를 둘러싼 고정관념을 깨고 자본주의의 불평등에 맞서는 존재라는 것이다. 이들이 불편한 감정을 솔직히 드러내면 기득권은 ‘나약하다’ ‘예민하다’ ‘유별나다’고 억압한다. 주얼은 눈송이가 기득권 세계에 저항한 사례들을 전하며 “우리 자신이 눈송이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 면에선 정치적 격문처럼 읽히기도 한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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