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디 대디 런' 작가 "코피노 문제는 아직도 진행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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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에서 코피노 아이들을 만나는데 '내가 여기에 무슨 자격으로 와있는 것일까' 생각하니 마음이 힘들었어요. 그렇지만 현실을 본 이상 글로 써야 한다는 생각으로 작업을 시작했죠."
"현지에서 코피노 청소년을 만나게 될 것이라 생각했는데 10가정 중 6가정이 코피노 갓난아이를 기르고 있었어요. 여전히 반복되고 있는 문제인데 한국 대사관 측에서는 '코피노를 해결할 방안이 마땅치 않다'라는 식으로 이야기해 자괴감이 들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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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최주성 기자 = "필리핀에서 코피노 아이들을 만나는데 '내가 여기에 무슨 자격으로 와있는 것일까' 생각하니 마음이 힘들었어요. 그렇지만 현실을 본 이상 글로 써야 한다는 생각으로 작업을 시작했죠."
코피노는 한국인 남성과 필리핀 현지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2세를 뜻한다. 코피노가 사회문제로 떠올랐을 때는 10여년 전으로, 아버지의 무관심 속에 양육비를 지원받지 못하고 빈곤하게 살아가는 코피노의 현실이 한국에 알려지며 논란이 일었다.
아동단체와 시민단체들은 코피노의 수가 최대 4만명에 달한다고 추산하고 있으나 정확한 수치는 밝혀지지 않았다.
코피노를 소재로 한 연극 '테디 대디 런'(TEDDY DADDY RUN)을 준비하며 필리핀 마닐라를 취재한 이세희(35) 작가는 코피노 문제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라고 말한다.
이 작가는 21일 서울 대학로 예술가의집에서 한 인터뷰에서 "코피노 아이들이 어떠한 보호도 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답답함이 밀려왔다"며 "작가라면 이야기로 세상에 문제를 제기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밝혔다.
연극은 한국 국적 청소년 윤서와 코피노 청소년 니나가 사라진 윤서의 아버지를 찾아 필리핀을 여행하는 이야기다. 1막과 2막은 각각 윤서와 니나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되며, 3막에서는 두 사람의 이야기가 합쳐지게 된다.
이 작가는 개인적인 경험과 상상력을 더해 윤서의 이야기를 완성했다. 그는 유년 시절 어머니와 미국에서 생활하며 필리핀에서 사업을 벌였던 아버지와 떨어져 지냈다고 한다.
니나의 이야기는 2022년 2주간 마닐라를 취재하며 보고 들은 내용을 토대로 써 내려갔다. 빈민가는 물론 현지 클럽과 호텔 등을 찾아다니며 니나의 삶이 어떤 모습이었을지 상상했다.
그는 "코피노 관련된 기관에서는 도움을 받기가 힘들어 글을 완성하려면 마닐라로 직접 가는 수밖에 없었다"며 "현지 가이드가 연결해준 10개 코피노 가족과 이야기를 나누며 스토리를 구상했다. 빈민가를 방문할 때는 낮이었는데도 위험에 처할 확률이 높아 인원을 추가로 대동하기도 했다"고 돌아봤다.
실제로 마주한 코피노의 현실은 작가의 생각보다 막막했다. 한국 정부가 코피노 문제 해결에 적극적인 의사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도 마음을 짓눌렀다.
"현지에서 코피노 청소년을 만나게 될 것이라 생각했는데 10가정 중 6가정이 코피노 갓난아이를 기르고 있었어요. 여전히 반복되고 있는 문제인데 한국 대사관 측에서는 '코피노를 해결할 방안이 마땅치 않다'라는 식으로 이야기해 자괴감이 들었죠."
마닐라 취재는 몸과 마음에 상처를 남겼지만, 코피노 이야기가 드러나지 않으면 변화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작업을 이어갔다.
이 작가는 "니나를 이야기할 때마다 아직도 눈물이 난다"며 "이야기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분들이 더러 계셔서 속상한 마음이 들 때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2019년 CJ나눔재단이 제작한 뮤지컬 '해시태그'로 데뷔한 신진 작가다. 그는 작품을 본 관객들이 코피노 문제에 관심을 보여주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연극을 본 관객이 코피노 문제 해결을 위해 후원금을 보냈다는 글을 보고 작은 움직임이라도 가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모든 분이 코피노가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한 사회 문제라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테디 대디 런'은 이달 25일까지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열린다.
cj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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