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 78승' 경쟁력 충분했는데…"다년계약 강력하게 거부" 도대체 왜? 류현진이 한화로 돌아온 이유 [MD인천공항]
[마이데일리 = 인천공항 박승환 기자] "다년계약 강하게 거부했다"
류현진은 23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한화 이글스의 2차 스프링캠프가 진행되고 있는 일본 오키나와로 떠났다. 한화 복귀가 확정된 후 처음 취재진과 마주한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잔류가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친정을 돌아오게 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혔다.
지난 2006년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한화의 지명을 받은 류현진은 데뷔 첫 시즌부터 '트리플크라운'을 달성, 신인왕과 함께 정규시즌 MVP로 선정되는 등 7시즌 동안 98승 52패 평균자책점 2.80이라는 압권의 성적을 남긴 뒤 메이저리그에 노크했다. 그리고 LA 다저스와 6년 3600만 달러(약 478억원)이라는 계약을 통해 빅리그에 입성하는데 성공했다.
류현진은 다저스로 이적한 첫 시즌부터 14승을 수확하는 등 연착륙에 성공, 다저스에서만 6시즌을 뛰며 54승 33패 평균자책점 2.98의 성적을 남겼다. 특히 FA(자유계약선수) 자격 획득을 앞둔 2019시즌에는 29경기에 나서 14승 5패 평균자책점 2.32를 기록했고, 메이저리그 평균자책점 전체 1위, 사이영상 투표 2위에 오르는 등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냈다. 그리고 이 좋은 활약을 바탕으로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4년 8000만 달러(약 1063억원)의 게약을 맺으면서 두 번째 도전에 나섰다.
일단 이적 첫 시즌의 활약은 훌륭했다. 류현진은 12경기에 등판해 5승 2패 평균자책점 2.69의 성적을 바탕으로 이번에는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투표 3위에 랭크됐다. 물론 다저스 시절과 마찬가지로 토론토에서의 선수 생활에도 우여곡절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이적 후 훌륭한 두 시즌을 보냈으나, 2022시즌은 초반부터 전완근(팔뚝) 통증에 시달렸고, 결국 류현진은 토미존 수술대에 오르게 됐다.
30대 중·후반으로 향하는 시점이었기 때문에 1년 이상의 긴 재활이 필요한 류현진의 부상은 많은 우려를 낳았다. 하지만 2015년 왼쪽 어깨 관절와순 파열로 인해 수술을 받은 후 건강하게 돌아왔던 것처럼 류현진은 다시 한번 '괴물' 같은 회복세를 보여줬고, 1년이 조금 넘는 재활 끝에 지난해 8월 마운드로 돌아왔다. 그리고 두 달 동안 11경기에 등판해 3승 3패 평균자책점 3.46을 기록, 건강함은 물론 여전한 경쟁력을 뽐냈다.
류현진은 당초 메이저리그 잔류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미국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류현진이 빅리그 잔류 의사를 드러냈던 까닭이다. 이로 인해 뉴욕 메츠가 션 마네아와 함께 류현진을 주시했고, 미국 '디 애슬레틱'의 데니스 린에 따르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는 류현진 측과 만남을 갖기도 했다. 특히 이번 FA 시장은 '흉년'으로 불릴 정도로 주목할 만한 선수가 없었던 만큼 류현진의 빅리그 잔류 가능성도 매우 높아 보였다. 하지만 최근 상황이 급격하게 변했다.
류현진이 토론토에 있던 짐을 모두 한국으로 보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류현진의 '친정' 한화 복귀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짐을 보냈다는 소식이 전해진지 하루만에 류현진의 한화 복귀가 확정됐다는 것은 물론 구체적인 계약 규모까지 보도됐다. 그리고 약 이틀 동안의 '조율'이 끝난 지난 22일 한화는 "류현진과 8년 총액 170억원(옵트아웃 포함·세부 옵트아웃 내용 양측 합의 하에 비공개)에 계약했다. KBO리그 역대 최대 규모의 계약"이라며 코리안 몬스터의 복귀를 공식화했다.
모든 결정은 류현진이 하는 것이었지만, 한화는 그동안 류현진을 영입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였다. 류현진의 미국 현지 계약 상황을 지켜보며 물 밑에서 기민하게 움직였다. 특히 1월 중순부터는 박찬혁 대표이사가 본격 협상 모드로 전환할 시점이라 판단을 내리고 류현진 복귀 프로젝트를 가동해 구체적인 협상을 주도, 상황만 마련된다면 언제든 류현진을 영입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해왔다. 그 결과물이 KBO리그 역대 최장기간, 최대 규모의 계약으로 연결됐다.
손혁 단장은 류현진과 계약이 완료된 후 '마이데일리'와 전화 통화에서 "너무 기쁘다. 너무나 좋은 선수가 와서 기쁘다. 사실 미국 쪽에서도 기간과 금액이 좋은 계약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들을 포기하고 한화로 와줘서 너무 고맙다"며 "(류현진이) 너무 좋은 선수이기 때문에 오래 데리고 있고 싶은 마음에 8년 계약을 제안했다. 그리고 8년을 뛰면 송진우 선배의 기록을 넘을 수 있는데, 지금도 상징적인 선수이지만, 우리나라에서 가장 상징적인 선수가 한화에서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손혁 단장의 말처럼 류현진은 샌디에이고를 비롯해 빅리그 구단들로부터 다년의 충분히 좋은 조건의 계약을 제안받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지금 시점에서 한화로 복귀를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류현진은 한화 복귀가 확정된 후 구단을 통해 "미국 내 FA 계약 시장이 전반적으로 미뤄지는 등 여러 사정으로 인해 리그 복귀 소식을 조금 늦게 전하게 됐다. 한화로의 복귀 시기를 두고 결국 제가 기량이 충분히 있다고 판단될 때, 조금이라도 빨리 합류하는 게 맞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23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을 앞두고 더욱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는 'FA가 된 후 계약을 기다리는 심정이 어떠했느냐'는 질문에 "시간이 빨리 지나가더라"고 미소를 지으며 "다년 계약 이야기도 있었고, 충분한 1년 대우도 있었다. 다년 계약을 수락하게 되면 '건강할 때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한다. 계약을 수락했다면 40세가 됐을 것이다. 그래서 다년계약을 강력하게 거부했다. 최대 1년이었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 많은 생각을 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즉 류현진은 애초에 빅리그에 오래 남을 생각이 없었던 것이었다.
토론토 구단은 지난 22일 류현진의 계약이 공식발표가 된 후 SNS를 통해 "Thank you for everything, Hyun Jin"이라며 "류현진 선수, 고마웠어요. 토론토에서의 코리안 몬스터는 영원히 기억될 겁니다"라며 류현진에게 작별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 류현진도 토론토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그는 "여태까지 많은 응원을 해주셨는데, 너무 감사드린다. 야구를 그만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도 많은 응원을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싱긋 웃었다.
일단 류현진의 컨디션은 나쁘지 않다. 행선지를 찾지 못하는 과정에서도 홀로 시즌을 잘 준비했다. 류현진은 "지금 실내에서 65구까지 개수를 끌어올렸다. 오늘도 (오키나와 캠프로) 가자마자 바로 훈련을 진행할 것 같다. 야외에서 캐치볼을 하는 것은 오랜만일 것 같은데, 느낌이 괜찮으면 바로 피칭을 시작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일단 개수적인 부분에서는 괜찮은 것 같다. 지금 이 시기에 65구를 던진 것은 생각보다 많이 던졌다고 볼 수 있다. 일단 가서 느껴봐야 할 것 같다"고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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