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클린스만' 불 보듯 뻔하다...또 '시스템' 무시→국내+정식 감독 선임, 축구협회는 그저 '나부터 살기'
[마이데일리 = 최병진 기자] 또 '시스템 없는 감독 선임' 오류를 반복하려 한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16일 2023 카타르 아시안컵의 성적 부진을 포함한 여러 이유로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했다. 지난해 2월 출항을 알린 ‘클린스만호’가 1년 만에 좌초하게 됐다.
대한축구협회는 후임 감독 선임 체제에 돌입했고 정해성 대회운영장을 신임 전력강화위원장으로 임명했다. 정 위원장은 지난 21일 1차 전력강화회를 진행했고 감독 선임 방향성에 대해 설명했다.
정 위원장은 “국내와 해외 감독 모두 열려있지만 3월에 월드컵 예선 2경기를 준비하고 선수단을 파악해야 하기에 국내 감독에 비중을 둬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또한 임시로 2경기만 맡을 감독이 있을까 하는 의문도 있어 정식 감독 선임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파와 해외파 모두 가능한 상황이라고 언급하긴 했지만 전력강화위원회는 이미 차기 감독에 대한 방향성을 ‘국내 감독에게 정식 감독을 맡긴다’는 쪽에 무게를 뒀다.
당장 3월에 A매치가 있기에 선수 파악 시간이 부족하고, 감독들도 임시로 맡을 가능성이 적다는 단편적인 이유로 벌써부터 정식 감독을 선임하려 한다. 신중하고 장기적으로 바라봐야 할 시기에 또 눈앞의 상황에만 신경을 쓰고 있다.
파울루 벤투 감독과 클린스만 감독 선임의 가장 큰 차이는 ‘시스템’이다.
현재 말레이시아 축구대표팀 감독이자 당시 국가대표감독 선임위원장을 맡은 김판곤 감독은 ‘능동적인 축구’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그에 부합하는 후보군을 만들어 감독 선임을 진행했다. 감독의 이름값이 아닌 ‘철학’에 집중한 프로세스였다. 그 과정에서 끊임없이 논의를 하며 당장의 결과가 아닌 장기적인 발전에 집중했다.
반면 클린스만 감독 선임은 정반대다. 마이클 뮐러 위원장은 전문성, 경험, 팀워크, 동기부여, 환경적 요인 등 5가지의 선임 기준만을 밝혔고 어떠한 전술적인 색채와 철학 없이 클린스만 감독 선임이 이루어졌다. 이 과정에서 내부적인 소통도 없었다. 결국 클린스만 감독의 실패는 ‘시스템의 붕괴’를 보여주는 사례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도 축구협회는 ‘시스템 재정비’가 아닌’ 빠른 감독 선임으로 인한 위기 모면’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모습이다.
과정도 이전과 다르지 않다. 뮐러 위원장처럼 정 위원장 또한 대표팀 감독의 기준으로 전술적 능력, 육성, 명분, 경력, 소통, 리더십, 코칭스태프, 그리고 성적까지 총 8개의 요인을 언급했다. 이전보다 기준은 더 늘어난 상황에서 ‘방향성’ 없는 논의만 반복되고 있다.
최근 대표팀 감독과 관련해서 팬들의 분노가 극에 달한 건 비단 클린스만 감독 자체 때문만은 아니다. 전술적인 능력을 포함해 감독으로서의 자격이 없다는 걸 넘어 대한축구협회가 왜 ‘클린스만 감독과 같은 사람을 왜 축구대표팀 감독으로 선임했느냐’가 포인트다. 시스템의 붕괴 속에서 모두가 이해하기 힘든 결정이 내려졌고 이는 결국 아시안컵 참사로 완성됐다.
당장 찾아온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또 납득하기 어려운 선임이 이루어질 경우 ‘제2의 클린스만’ 사태의 반복은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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