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ㅇ난감' 이창희 감독의 숙제 [인터뷰]

최하나 기자 2024. 2. 23.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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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ㅇ난감 이창희 감독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하나의 숙제를 끝내니 다른 숙제가 물밀듯이 밀려왔다. 도전의 의미였던 ’살인자ㅇ난감’을 마무리 짓고 나니 앞으로 해결해야할 숙제를 한가득 받은 이창희 감독이다.

지난 9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살인자ㅇ난감’(연출 이창희)은 우연히 살인을 시작하게 된 평범한 남자 이탕(최우식)과 그를 지독하게 쫓는 형사 장난감(손석구)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이번 작품은 꼬마비 작가의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시리즈화 소식이 알려진 뒤 기대와 함께 우려를 많이 받기도 했다. 분명 소재는 매력적이지만 4컷 구성으로 된 원작을 영상으로 옮기는 과정이 만만치 않을 거란 걸 우리 모두가 알았기 때문이다. 이창희 감독도 처음 연출 제안을 받았을 때 원작을 보고 같은 생각을 했단다. 이창희 감독은 “처음 원작을 봤을 때 모순적인 캐릭터들이 부딪히는 스토리가 좋았다. 굉장히 만화적인 그림체들로 무거운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 재밌었다”면서 “한편으로는 영상화하기엔 쉽지 않겠다 싶었다. 과연 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라고 했다.

그렇지만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건 모든 연출자들의 도전 욕구를 건드리는 일이었고, 이창희 감독도 도전의 마음으로 ‘살인자ㅇ난감’ 영상화에 뛰어들었다.

이창희 감독의 도전을 함께할 배우들로는 운 좋게도 1순위 배우들이 캐스팅됐다. 최우식부터 손석구, 이희준 모두 이창희 감독의 1순위 캐스팅이었다고. 이창희 감독은 “이탕에는 최우식 말고는 생각한 적이 없다. 감사하게도 세 분 다 제 원픽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창희 감독은 “손석구 배우는 대본을 줬을 때 인지도가 지금 보단 높지 않을 때였다. 원래 좋아하는 배우이고 이 작품과 맞을 것 같아서 드렸는데, 그 뒤에 너무 잘 돼서 좋았다”고 했다.

가장 캐스팅이 어려웠던 건 송촌이다. 이희준이 원픽이긴 했지만, 이희준에게 주기까지 고민을 많이 했다고. 이창희 감독은 “송촌의 나이에 맞게 60대 배우를 캐스팅하려고 했는데, 저희가 생각한 송촌은 몸이 짱짱한 이미지였다. 60대와 젊은 시절을 모두 연기할 수 있는 배우가 누가 있나 고민하다가 ‘남사느이 부장들’을 보고 이희준 배우는 뭐든지 할 수 있는 배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바로 진행했다”고 했다.

호불호가 가장 많이 나뉜 노빈 역의 김요한 캐스팅에 대해서는 “노빈은 인지도를 다 떠나서 오디션을 봤다. 요한 씨를 봤는데 이 친구가 지금 이대로 나오면 너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날 것 그대로 연출을 했다. 연기에 대해서 호불호가 있더라. 날 것을 불편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 저의 연출 스타일에서 영원히 짊어지고 가야 할 숙제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창희 감독은 각색하는 과정에서 원작의 플롯을 거의 건드리지 않았다고 했다. 큰 줄기는 그대로 둔 채 시리즈에서만 보여줄 수 있는 연출을 시도해, 시리즈만의 매력을 배가시킨 것이다. 키치하고 기존의 문법을 파괴하는 독특한 시리즈를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디테일한 연출을 시도한 것이다.

물론 이런 연출 스타일은 큰 호불호를 자아내기도 했다. 특히 5회부터 송촌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면서 이탕의 존재감이 약해졌다는 지적이 가장 많았다. 이에 대해 이창희 감독은 “5회 넘어가면서부터 불호가 있는 것 같다. 처음 각색된 대본을 보고 5회에서 주인공이 사라지는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했다. 결국 8회에서 한 이야기로 달려가기 위한 빌드업이라고 생각하고 연출했다”고 말했다.

또한 원작을 보지 않은 시청자들에게 다소 불친절한 서사도 불호로 지적을 받기도 했다. 특히 지검사를 죽일 때 이탕이 들고 있던 ‘죄와 벌’ 책이 무슨 의미인지 제대로 풀어지지 않아 의문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이창희 감독은 “‘죄와 벌’ 책 같은 경우에는 잘 캐치를 못 하더라. 송촌이 ‘여기 재밌는 거 있더라’면서 가져가는데 캐치가 안 된 건 아쉽기는 하다”고 했다.

연예기획사 명함은 송촌이 형 회장의 손녀에게 캐스팅 디렉터로 접근할 때 쓰인 것으로, 시리즈에서는 이 같은 설명이 빠져있다. 이에 대해 이창희 감독은 “명함은 관련된 장면 촬영은 다 해놨다. 편집하는 과정에서 과하다고 생각해서 덜어냈던 것이다. 저로서도 아쉬운 부분이다”라고 설명했다.


드라마는 이탕의 살인에 대한 여러 메시지를 던진다. 신이 내린 영웅인지, 심판받을 죄인인지 이탕에 대한 양분된 시선을 제시하며 시청자들로 하여금 스스로 생각하게 만든다.

누군가는 이탕을 ‘다크 히어로’라고 하지만, 누군가는 벌 받아 마땅할 살인마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한다. 여기에 시리즈는 이탕이 계속 살인을 이어가는 결말을 던지면서 이탕이 ‘다크 히어로’라는 의견에 힘을 싣는다. 이에 대해 이창희 감독은 “저는 연출하면서 끝까지 이탕의 능력은 사실 우연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나쁜 사람들을 보면 이탕을 풀어놓고 싶다”면서 “결말에 변주를 준 건 이탕 같은 인물이 계속 활동하고 있다는 상상만으로 오락적인 카타르시스를 느끼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잘해야 본전인 도전을 끝낸 이창희 감독은 한참의 시간이 지난 후 작품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하며 반성의 시간을 가질 거라고 했다. 이창희 감독이 ‘살인자ㅇ난감’에서 얻은 숙제들을 다음 작품에서는 어떻게 풀어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넷플릭스]

살인자ㅇ난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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