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MLB 구속 하위 2%' 류현진에 "한국서는 문제없을 듯" 전망
속구 평균 구속은 2012년 한화에서도 시속 143㎞
(영종도=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8년 총액 170억원이라는 상징적인 금액으로 친정팀 한화 이글스 유니폼을 입은 류현진(36)의 2024시즌 KBO리그 활약을 의심하는 이는 많지 않다.
여전히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선발투수로 던질 능력이 있음에도 '힘이 있을 때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과거 20대 초반 KBO리그에서 뛸 때처럼 한 시즌 200이닝 이상 던지는 건 기대하기 어려워도, 건강한 모습만 유지한다면 한 시즌 10승은 너끈하다는 게 야구계의 대체적인 예상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2022년 왼쪽 팔꿈치 인대 재건(토미 존) 수술을 받은 전력과 지난해 눈에 띄게 떨어진 속구 구속을 이유로 의외로 고전할 거라는 목소리를 낸다.
송재우 해설위원은 "한창 좋았을 때만큼은 아니라도, 시속 140㎞ 초반대 평균 구속으로는 한국 무대에서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수술 후 재활을 마치고 복귀한 첫 시즌인 작년에 가장 구속이 안 나온 건 사실이다. 이런 경우는 시즌이 하나 넘어간 다음에 구속이 올라가는 경우가 꽤 많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8월 빅리그 마운드에 복귀한 류현진은 11경기에서 3승 3패 평균자책점 3.46의 성적을 남겼다.
MLB 통계 사이트인 'MLB 베이스볼 서번트'에 따르면, 류현진의 지난해 포심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시속 88.6마일(약 142.6㎞)로 빅리그 진출 이래 가장 낮았다.
이 수치는 지난해 빅리그 투수 가운데 하위 2%에 해당한다.
하지만 워낙 정교한 제구력 덕분에, 적어도 속구 때문에 고전하지는 않았다.
류현진의 지난 시즌 속구 득점 창출은 2점으로 MLB 상위 46%였다. 오히려 평균을 상회한 수치다.
대신 재활을 마치고 온 탓인지, 주 무기였던 체인지업 제구가 말을 듣지 않아 고전했을 뿐이다.
류현진이 던진 공을 공략한 타구에 대한 다양한 '2차 데이터'는 류현진이 왜 여전히 'MLB에서도 준수한 선발 투수급 선수'인지 보여준다.
낮을수록 좋은 '타구 속도'(시속 87.8마일)는 상위 25%였고, 하드 히트(타구 속도 시속 95마일 이상·36.8%) 허용은 상위 35%, 땅볼 유도(46.2%)는 상위 29%였다.
한마디로 'MLB 하위 2%'인 속구 구속이 MLB에서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수술 복귀 이후 맞이하는 두 번째 시즌인 올해 구속이 조금만 더 올라간다면, 훨씬 수월하게 타자와 상대할 수 있다.
사실 류현진은 KBO리그에서 강속구 투수가 아니었다.
시속 150㎞를 넘는 공을 던질 수는 있어도, 어지간한 상황이 아니면 힘을 아꼈다.
굳이 세게 안 던져도 타자를 잡아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류현진이 한화에서 뛴 마지막 시즌인 2012년, KBO리그 공식 기록 업체인 스포츠투아이의 PTS 기준 평균 구속은 시속 143㎞에 불과했다.
'역대 최저'였던 지난해 MLB에서의 평균 구속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류현진은 2012년 최고 구속은 시속 152.1㎞였다.
구속보다는 오히려 자동 스트라이크 판정 시스템(ABS)이 류현진에게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
올 시즌 KBO리그에서 본격적으로 도입하는 ABS는 류현진이 미국에서 경험해보지 못한 미지의 세계다.
송 위원은 제구력이 좋은 선수에게 ABS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면서 "알게 모르게 제구력이 좋은 선수는 심판 판정에서 이득을 본 게 있었다"고 짚었다.
대신 MLB에서도 손에 꼽히는 제구력을 뽐냈던 류현진이 ABS가 설정한 '스트라이크존 모서리'를 완전히 파악하는 순간, 타자들은 꼼짝없이 당하는 수밖에 없다.
송 위원은 "류현진도 처음 ABS를 접하는데, 공을 조금씩 빼고 집어넣는다면 큰 문제가 안 될 것이다. 일단은 시범경기를 통해 감각을 잡는 게 우선"이라고 내다봤다.
4b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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