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 정규' 김범수 "고음 내려놓은 앨범···최유리에 감사"[인터뷰]

허지영 기자 2024. 2. 2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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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김범수 / 사진=영엔터테인먼트
[서울경제]

10년 만에 정규 앨범을 발매한 가수 김범수가 앨범에 참여한 인물들에게 애정과 감사함을 표했다.

지난 16일 서울 강남구 방배동 모처에서 서울경제스타와 만난 김범수는 정규 9집 '여행'과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22일 발매된 신보 '여행'은 김범수의 정규 8집 ‘HIM (힘)’ 이후 10년 만에 선보이는 정규 앨범으로, 올해 데뷔 25주년을 맞은 김범수의 음악적 깊이와 진정성을 느낄 수 있는 앨범이다. 앨범에는 후배 아티스트 최유리를 비롯해 이상순, 선우정아, 김제형, 이상순, 임헌일, 피노미노츠, 송영주 등 가수와 피아니스트, 프로듀서 등 다양한 인재가 참여해 힘을 보탰다.

가수 김범수 / 사진=영엔터테인먼트

특히 동명의 타이틀곡 '여행'은 최유리가 작곡·작사한 곡이다. 최유리는 2020년 데뷔한 여성 싱어송라이터로, 김범수와는 연차로 20년 이상 차이가 난다. 까마득한 후배에게 곡을 받은 이유는 무엇일까.

"최유리 님의 굉장한 팬이에요. 코로나 때 위로를 많이 받았어요. 사실 가요 업계에 몸담고 있다 보니, 주변 가수가 동료이자 경쟁자고, 그래서 제가 진심으로 감상할 수 있는 곡은 별로 없었어요. 이렇게 한참 차이가 나는 후배의 음악을 듣고 위로를 받을 줄은 몰랐던 거죠."

가수 김범수 / 사진=영엔터테인먼트

그러면서 김범수는 최유리에 대한 칭찬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요즘은 결핍이 많은 시대라고 생각해요. 정말 아무것도 없어서가 아니라, 물잔이 가득 채워진 잔에 조금만 구멍이 나도 결핍을 느끼는 거죠. 저도 어떻게 보면 사랑도 많이 받았고, 이미 너무 많은 걸 이뤘는데도 불구하고 코로나 때 위축되더라고. 그런 제 모습이 꼴 보기 싫었고요. 그런데 최유리 님의 노래를 들으니, 아무것도 없는 잔에 물이 조금씩 채워지는 감사함이 느껴졌어요. 이런 곡을 저도 받고 싶더라고요. 최유리 님에게 '유리 님의 정체성을 담은 곡이되 저의 이러한 생각을 투영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고, 최유리 님이 '여행'이라는 키워드를 주셔서 너무 좋다고 받아들였어요. 가사에서도 제 생각 이상의 감성이 느껴졌고요."

가수 김범수 / 사진=영엔터테인먼트

트랙리스트 1번인 '너를 두고'는 나태주 시인의 동명 시를 가사로 차용한 곡이다. 최유리에게 곡을 의뢰한 것과 마찬가지로 김범수는 나태주의 시를 읽고 많은 치유를 받았으며, 이를 음악으로 녹여내고자 했다.

"제주 살이를 하며 시를 많이 읽었죠. 나태주 시인도 최유리 님과 마찬가지로 소박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많이 해요. 대단해서 행복한 게 아니라, 아무것도 아닌 것에서 행복을 느끼게 하죠. 시를 읽을 때마다 행복하고 회복되더라고요. 이번 앨범은 서정적이고 가사가 잘 들리는 시집 같은 앨범이었으면 좋겠다고 콘셉트를 잡고난 후 시에 노랫말을 붙이는 작업을 해 보고 싶었고, 제일 먼저 떠오른 시인이 나태주 시인이었어요."

가수 김범수 / 사진=영엔터테인먼트

앨범 설명에 나온 '너를 두고'의 설명은 '사랑하는 이에게 헌정하는 시이자 노래'다. 김범수의 현재 '찐사랑'은 어린 조카들이라고.

"많은 사랑 중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건 정말 크다고 생각해요. 저는 자식이 없지만 조카는 있는데요. 조카인데도 이런 마음이 드는데 내 자식이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세상에서 가장 좋은 말, 가장 좋은 표정을 주고 싶겠죠. 조카에 대한 사랑에서 영감을 받아 이 노래를 불렀어요. 시를 읽을 때 솔직히 멜로디가 그려졌고, 바로 보이스레코딩을 해서 만든 곡이에요."

가수 김범수 / 사진=영엔터테인먼트

가사가 잘 들리는 앨범, 서정적인 음악, 위로와 메시지에 중점을 둔 앨범이다. 그래서인지 김범수 특유의 고음, 화려한 테크닉은 찾아보기 어렵다. 대신 그는 가사 한 소절 한 소절에 깊은 감정을 담아 불렀다. 이는 기술적인 작업보다 어려우면 어려웠지 쉬운 작업은 아니었다.

"이번 앨범에서는 고음 등의 테크닉적인 부분을 상당히 많이 내려 놓고 한 앨범이에요. 컨디션 영향을 덜 받긴 했지만, 가사 전달에 있어서 에너지가 드는 작업이었죠. '머그잔'은 녹음하는 데에만 두 달이 걸리기도 했어요. 제가 여태까지 펑펑 울거나 절규하는 감정을 노래했다면, 이번에는 슬픔을 참거나 오랜 시간 뒤에 꺼내 보는 정도의 감정이 필요했거든요. 그런데 제가 너무 울더라고요. 그래서 굉장히 많이 참은 앨범이지 않을까."

한편 김범수의 정규 9집 '여행'은 22일 오후 6시 각종 음원 사이트에서 공개됐다.

허지영 기자 he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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