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의료, '교육생' 전공의들 결정 따라 흔들흔들…"정상 아니다"
'빅5 병원' 전체 의사 중 30~40%가 전공의
"다른 나라면 전공의 이탈로 이렇게 안돼"
"인건비, 낮은 수가, 개원의 수입 등 결합"
[서울=뉴시스] 구무서 기자 = 교육생 신분인 전공의들의 이탈로 대형병원에서 수술 등 의료 공백이 발생하면서, 우리나라 의료 체계의 근본적인 한계가 드러난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3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전체 전공의 1만3000여명 중 64.4%인 8024명이 근무지를 이탈했다.
이들이 병원 현장을 외면하면서 환자들 피해 사례도 속출하고 있는데, 복지부가 지난 19일부터 운영하고 있는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지원센터에는 사흘 간 총 149건의 피해 상담이 접수됐다.
상담 사례를 구체적으로 보면 환자에게 가장 큰 피해라고 할 수 있는 수술 취소가 113건으로 가장 많았고 진료 예약 거절 및 취소 17건, 진료 거절이 14건, 입원 지연 5건 등이다.
전공의는 의대를 졸업하고 국가시험을 치러 의사 면허를 취득한 후 수련병원에서 인턴 및 레지던트로 수련을 하는 의료인을 말한다. 병원에 고용된 근로자이지만 '교육생' 성격이 더 강하다. 전공의를 마치면 전문의가 될 수 있다.
정재훈 가천대학교 예방의학과 교수는 "수술은 3~4명이 하는데 교수는 1명이고 반대편에 있는 의사가 전공의"라며 "의학 드라마를 보면 의사가 수술 중에 '여기 꿰매'라고 하거나 '피 나는 곳에 지지'라고 하거나, '석션' 같은 걸 시키는 데 그런 걸 하는 게 전공의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처럼 직접 수술을 하는 것이 아닌 보조 역할을 하는 전공의들의 이탈로 우리나라 의료 체계가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의대 증원에 반대하고 있는 대한의사협회(의협)도 전날 비상대책위원회 브리핑에서 "전공의는 근로자이자 피교육자 신분으로 의료기관 내에서 필수유지업무를 담당하는 인력으로 분류되지도 않는다. 그런 인력들이 빠져나갔다고 해서 병원 기능이 마비된다면 이것이야 말로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이 잘못 되었다는 반증 아니겠나"고 말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도 최근 성명을 통해 "피교육자인 전공의가 없다는 이유로 병원이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는 병원 구조가 과연 바람직한가"라고 되물었다.
이 같은 현상의 원인으로는 대형병원 내 높은 전공의 비율이 꼽힌다. 환자들의 선호도가 높아 '빅5 병원'으로 불리는 서울대병원은 전체 의사 중 전공의 비율이 46.2%, 세브란스병원은 40.2%로 40%를 넘는다. 삼성서울병원 38%, 서울아산병원 34.5%, 서울성모병원 33.8% 등 다른 나머지도 의사 10명 중 3명 이상이 전공의다.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들의 평균 의사 수가 우리나라보다 1.5배 더 많은데, 전공의 비율은 우리나라의 절반 정도일 것"이라며 "다른 나라였다면 전공의가 이탈했다고 지금 같은 상황이 벌어지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 전공의 비율이 높은 이유로는 인건비, 필수의료 수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 교수는 "미국이나 해외 의대, 해외 대학병원과 비교하면 우리나라 전문의 숫자 비율이 낮은데, 이는 우리나라 필수의료 수가가 낮고 전공의는 값이 싸기 때문에 다른 국가보다 전공의를 더 많이 쓰는 구조"라고 말했다.
전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은 "전공의가 없으면 병원이 굴러가지 않는 현실은 오래됐고 이 자체가 한국 의료 체계에서 엄청난 문제"라고 했다.
그러면서 "전문의를 고용해서 해결해야 하는데 실습 전공의들로 병원을 굴리고 있다. 병원들이 인건비를 아끼려고 필수과 전문의 고용을 많이 하지 않는 문제가 있고, 의사들도 필수과보다는 개원해서 비급여 진료를 하는 게 훨씬 수익이 높다고 판단해 병원에 남지 않는 문제들이 결합된 것"이라고 했다.
정부도 이 같은 문제 의식에 공감하며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 전문의 중심 인적 구조를 포함했다. 전문의 고용을 확대하는 병원에는 추가 보상을 하는 방안이다.
한편에서는 간호사 등 의사 외 인력을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현재 전공의가 하는 역할은 의료법상 의사만 할 수 있다. 일부 현장에서는 PA간호사라고 불리는 인력이 대체하기도 하지만 현행법이 이들의 역할을 명확히 하지 않고 있어 불법과 합법의 경계에 있다.
송기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보건의료위원장(한양대 교수)은 "지금은 의료인이 아닌 자가 하는 의료행위는 무면허 의료가 된다. 의료의 독점권이 있는 것이다. 이 부분을 손을 대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전날 브리핑에서 "PA간호사는 현재도 병원에서 여러 역할을 하고 있고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불분명한 영역들이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 시행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며 "현행법 테두리 내에서 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nowest@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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