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애초에 생각도 안했다” 류현진과 ‘8년 동행’ 결심한 한화의 굳은 믿음

안형준 2024. 2. 23. 0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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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안형준 기자]

류현진에 대한 한화의 믿음은 굳건했다.

한화 이글스는 2월 22일 류현진과 계약을 체결했다. 8년 170억 원의 KBO리그 역대 최대 규모의 계약. 비공개 옵트아웃 조항이 포함된 계약이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11년 커리어를 마치고 친정으로 돌아왔다. 2012시즌을 끝으로 떠났던 대전 마운드에 다시 선다. 포스팅을 통해 메이저리그로 향한 만큼 KBO리그로 복귀할 때는 한화로 올 수 밖에 없는 것이 규정이지만 류현진은 규정보다도 친정에 대한 애정이 강했다. 그래서 한화로 꼭 돌아오겠다는 말을 계속 해왔다.

류현진은 KBO리그 최고의 선수였다. 2006년 신인왕과 MVP를 동시에 수상하며 데뷔했고 7년 동안 KBO리그 최고의 투수로 군림했다. 그런 류현진인 만큼 KBO리그로 돌아올 때 역대 최고액 계약을 맺을 것이라는 점은 누구나 예측할 수 있었다.

다만 8년이라는 긴 계약 기간은 의외였다. 1987년생인 류현진은 곧 37세가 되는 노장이다. 예전보다 선수 생명이 길어졌다고는 해도 8년의 계약 기간을 채운다면 류현진은 44세가 된다. 40대 중반까지 현역으로 뛰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한화 구단은 류현진과 8년 계약을 발표하며 '상징성'을 이야기했다. 류현진이 44세까지 뛸 경우 팀 선배인 송진우가 가진 역대 KBO리그 최고령 출장 기록을 넘어설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는 것. 하지만 단순히 그 기록을 위해 8년이라는 긴 계약을 맺을 수는 없다.

한화 손혁 단장은 류현진이 40대 중반까지 충분히 기량을 유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손혁 단장은 뉴스엔과 통화에서 "류현진이 좋은 투수라는 것은 모두가 공감하지 않나. 그런 좋은 투수가 팀에 오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고 운을 뗐다.

손혁 단장은 오승환(삼성)에게서 영감을 얻었다. 오승환은 곧 42세가 되는 노장이지만 지난해 30세이브를 달성하며 활약했다. 그리고 올겨울 삼성과 2년 계약을 맺어 43세 시즌까지 뛰기로 결정했다.

손혁 단장은 "현진이가 8년 계약을 모두 마칠 경우 (2년 계약을 마치는 시점의)오승환보다 1살이 많은 나이가 된다. 오승환이 변화구 위주로 던지는 것을 보니 또 다른 모습이었다. 여전히 괜찮더라. 현진이는 예전부터 그렇게 던지던 투수가 아닌가. 그리고 조금 더 하면 상징적인 기록도 쓸 수 있고 해서 8년을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40대에도 충분히 기량을 유지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던 것이다. 손혁 단장은 "처음부터 긴 계약을 생각했다. 4년 정도 계약은 애초에 고려하지도 않았다"고 강조했다.

가장 놀라운 부분은 8년의 기간이지만 170억원이라는 금액도 의외였다. KBO리그 역대 최고액 계약이지만 8년이라는 긴 기간을 감안하면 '연평균 금액'은 최고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계약금이 없는 전액 연봉 계약이기는 하지만 2년 전 김광현(SSG)이 4년 151억 원 계약을 맺고 메이저리그에서 복귀한 것과 비교하면 평균 금액은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손혁 단장은 "그 부분은 현진이에게 정말 고맙게 생각한다. 금액이 가장 먼저 합의됐다"고 말했다. 금액에 대한 이견은 적었다는 것. 손혁 단장은 "아마 다른 선수면 금액 합의가 이렇게 쉽지 않았을 것이다"며 "사실 메이저리그 구단에서도 (류현진에게)기간이 길고 금액도 어느정도 수준이 되는 제안을 했다. 하지만 현진이가 건강할 때 한화로 오겠다는 약속을 지키려는 의지가 강했다. 그래서 계약이 가능했다. 그게 아니었다면 아마 계약을 맺지 못했을 것이다"고 말했다.

불안요소는 있다. 류현진은 2년 전 토미존 수술을 받았다. 지난해 성공적으로 복귀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많은 이닝을 던지지 못했고 대부분의 등판에서 투구수도 제한됐다. 많은 나이를 감안하면 건강에 대한 우려가 있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손혁 단장은 "팔꿈치 수술도 잘 됐고 함께 훈련한 트레이너의 소견이나 미국 쪽의 의료 자료를 봤을 때 충분히 괜찮다고 봤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 쪽에서도 긴 제안이 있었던 것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몸상태도 이상이 없다는 것이다.

류현진은 23일 일본으로 출국해 오키나와 캠프에 합류한다. 바로 팀에 합류하지만 스프링캠프를 시작부터 함께한 것은 아니다. 2월 초부터 캠프를 치러온 선수들보다 준비가 늦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류현진이 개막전에 등판할 것인가는 올시즌 KBO리그 개막 최대의 관심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손혁 단장은 "일단 현진이가 던지는 것을 보고 감독님, 투수코치가 함께 판단할 문제다"면서도 "한국에서 실내 피칭이지만 65구까지는 던졌다고 했다. 다만 실내와 야외 피칭은 다르다"고 언급했다. 정확한 판단은 감독과 현장 코칭스태프의 몫이지만 류현진도 개인적으로 준비를 잘 하고 있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KBO리그는 물론 메이저리그에서도 사이영상 최종 후보에 두 번이나 포함될 정도로 최고의 투수로 활약한 류현진은 그저 한 명의 선발투수가 아니다. 팀의 상징이자 경기 내외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특급 스타다. 한화도 류현진의 이런 '존재감'을 기대하고 있다.

류현진이 합류한 한화는 마운드의 높이가 순식간에 높아졌다. 지난해 9위에 그쳤지만 일각에서는 이제 5강 후보가 됐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류현진 효과'를 모든 구단들이 경계하고 있다.

다른 선수가 아닌 류현진이고 옵트아웃 조항도 있지만 30대 후반 노장 선수와 맺은 8년 장기 계약은 큰 모험일 수 밖에 없다. 과연 한화의 선택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사진=한화 제공)

뉴스엔 안형준 marka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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