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똑라조차 유지가 안 된다니…” [미디어 리터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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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의 뉴스 콘텐츠 채널 '듣똑라(듣다 보면 똑똑해지는 라이프)'의 마지막 방송을 최근에야 봤다.
2019년 '2030 세대의 시사 친구'를 내세우며 시작해 특히 여성 청년을 주 타깃으로 삼아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해온 이 서비스를 〈중앙일보〉는 2023년 12월부로 중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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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의 뉴스 콘텐츠 채널 ‘듣똑라(듣다 보면 똑똑해지는 라이프)’의 마지막 방송을 최근에야 봤다. 2019년 ‘2030 세대의 시사 친구’를 내세우며 시작해 특히 여성 청년을 주 타깃으로 삼아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해온 이 서비스를 〈중앙일보〉는 2023년 12월부로 중단했다.
지난 10여 년간 국내 저널리즘 업계에는 수많은 혁신 시도가 있었다. 좋은 저널리즘과 좋은 저널리즘을 원하는 이용자를 더 긴밀하게 연결하고, 이를 통해 경제적으로 지속 가능한 저널리즘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그 목표였다. 언론계는 〈뉴욕타임스〉나 〈가디언〉 같은 해외 언론의 혁신 성공 사례가 아닌 국내 언론의 저널리즘 혁신 성공 사례가 나오기를 간절히 원했다. 듣똑라는 그 성공에 가장 가까이 가 있는 시도 중 하나라고 여겨진 터라 서비스 종료 소식은 많은 이들에게 꽤 충격이었다.
마지막 방송에 달린 이용자의 댓글을 찬찬히 읽다 보니 듣똑라는 이미 훌륭한 성공 사례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보지 못했던 주제에 관심 갖게 해주고 진짜 똑똑해지는 기분이 들었어요” “덕분에 계속 질문하고 사유할 수 있는 동기를 가질 수 있었고 성장할 수 있는 동력이 되었어요” “아는 언니처럼 많이 배워가고 연대받기도 했다” 등의 댓글은 듣똑라가 양질의 뉴스를 원하는 청년과의 연결 면에서 큰 성공을 이뤄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실패 사례이기도 하다. 지속 가능한 저널리즘 모델을 제시하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면 그 목표를 향해 가던 중 서비스가 중단됐다. 회사로서는 서비스 규모 확대와 함께 인력, 예산 등 투입 비용이 늘어난 데 비해 언제 수익을 창출할지 불투명한 이 조직의 유지가 부담되었을 수 있다.
듣똑라 종료가 보여준 혁신의 어려움
그래서 듣똑라는 혁신의 어려움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거듭된 실패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투자를 요하는 것이 혁신이지만 사실 그 불확실성을 견딜 만한 조직은 많지 않다. 〈중앙일보〉 같은 메이저 언론사마저도. 정곡을 찌르는 댓글 하나. “듣똑라조차 유지가 안 된다니.... 한국은 좋은 언론이라는 게 불가능한 구조인가 봅니다. 너무 안타깝네요.”
구성원의 피로도 큰 어려움이다. “(팀원들의) 지친 마음을 어떻게 달래가며 일을 같이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더 많이 했어야 한다고 듣똑라 창립 멤버 이지상 기자는 말한다. 이는 요즘 같은 때 마음을 담아 저널리즘을 한다는 건 피로와 무력감을 수반하는 일임을 잘 보여준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3년 언론인 조사 결과를 봐도 응답자의 38.3%가 혁신에 대해 피로감을 느낀다고 답했고, 이 피로감은 젊은 기자(30~34세 44.2%, 35~39세 42.1%) 사이에서 특히 높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는 혁신에 지속적 지원을 하고 누군가는 혁신 피로를 이기며 꼭 하나의 혁신 성공 사례가 나오길 바라는 마음이 욕심이었을 수 있다. 하지만 아쉬움을 감출 수 없다. 마지막 방송을 뒤늦게 본 것은 그 마지막을 보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유튜브와 팟캐스트를 합해 듣똑라의 구독자는 무려 70만명이 넘었다. 양질의 뉴스를 원하는 20, 30대 이용자 70만명을 누가, 언제, 어디서 다시 모을 수 있을까? 그 70만명은 앞으로 어디에서 그들이 원하는 좋은 뉴스를 얻을 수 있을까?
최지향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교수)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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