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선대위원장’ 윤 대통령…민생토론 가는 곳마다 지역공약
윤석열 대통령이 민생토론회를 명분으로 전국을 순회하며 지역별 선심성 정책을 잇따라 쏟아내고 있다. 4·10 총선을 한달 반 앞두고 여당 후보를 측면 지원하는, 사실상의 전국 순회 지원 유세를 벌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22일 경남 창원시 경남도청에서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열네번째, 다시 뛰는 원전산업 활력 넘치는 창원·경남’을 주재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창원 국가산업단지 개발 이슈를 언급하며 “올해를 원전 재도약 원년으로 만들기 위해 전폭 지원을 펼치겠다”며 “노후화한 창원 산단을 문화와 산업이 어우러지는 융·복합 공간으로 바꿔나가겠다. 그린벨트를 풀어 방위·원자력 융합 국가산단을 비롯한 20조원 이상의 지역 전략 산업 투자를 끌어내겠다”고 말했다. 그는 거제 기업혁신파크 추진과 남부권 광역 관광개발 추진 등도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배석한 참모들과 지방자치단체장들에게 “국정을 운영하는 데 있어서도, 도정과 시정을 운영하는 데 있어서도 제일 중요한 게 속도”라며 “민생을 위해 매사에 속도를 내보자”고 말했다.
새해 부처별 업무보고에 현장성을 접목하겠다며 시작한 민생토론회는 1월 초부터 이날까지 14차례 이어졌다.
윤 대통령은 1월 여야 접전지인 서울·경기권에서 집중적으로 민생토론회를 연 뒤, 이달 들어서는 부산·대전·울산·창원 등 전국으로 개최 반경을 넓혀가고 있다. 윤 대통령은 가는 곳마다 지역 개발 정책을 던졌다. 그는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관심사인 경기 고양시에서는 관련 규제 해제를 이야기했고, 반도체 산업이 핵심인 경기 수원시에서는 622조원을 투자해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집적단지)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경기 의정부시에서는 경기 북부권 숙원 사업인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시대를 열겠다는 이야기를, 대전에서는 충청권 광역급행철도(CTX) 조기 착수를 언급했다. 아울러 부산에서는 가덕도 신공항과 북항 개발, 산업은행 이전 등을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울산에서는 그린벨트를 해제하겠다고 했다. 지난 21일 울산 토론회 마무리 발언에서는 그린벨트 해제에 대해 “여기 참석한 부처 관계자분들께서도 무조건 되게 하라”고 독려했다.
민생토론회 뒤에는 지역 재래시장 방문 일정이 이어진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경기 의정부제일시장 방문을 시작으로 서울 중곡제일시장(2월8일), 부산 동래시장(2월13일), 울산 신정상가시장(2월21일), 창원 마산어시장(2월22일)을 찾았다. 시민들과 일일이 악수하고, 반찬을 시식하고, 점포마다 들러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은 전형적인 선거 운동을 방불케 한다.
윤 대통령은 보수층을 의식한 발언도 이어가고 있다. 그는 이날 창원시 민생토론회 머리발언에서 “원자력의 미래를 내다봤던 이승만 대통령”이라고 말하며 “실로 대단한 혜안이 아닐 수 없다”고 추어올렸다. 이어 “박정희 대통령께서 1969년 최초의 원자력 장기계획을 수립해 원전 사업을 일으켰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박정희 전 대통령을 언급한 것은 “박정희 대통령의 혜안으로 대덕연구단지를 건설했다”(지난 16일, 대전), “박정희 대통령께서 울산 공업센터의 첫 삽을 뜨시면서 4000년 빈곤의 역사를 씻고 민족 숙원의 부귀를 마련하기 위해 신공업 도시를 조성한다고 선언하셨다”(지난 21일, 울산)에 이어 이번이 세번째다. 보수 지지층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이들의 지지를 결속하려는 속내를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민생토론회를 빙자한 사전 선거운동이고, 관권선거”라며 “선거를 앞두고 장관들 몸가짐부터 조심시켜야 할 대통령이 작정한 듯 여당 선거대책위원장처럼 사전 선거운동을 펼치고 있으니 참담하다”고 말했다.
정치학자들도 민생을 챙긴다는 명목으로 여당을 지원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이런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선 여당이 총선에서 이겨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도 “상당히 시비의 소지가 있는 행보”라고 말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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