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생각] 죽은 말들 속에서 되새기는 ‘쓸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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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 있는(있으려 하는) 것만으로 둘러싸인 세상에서 "열과 성을 다해 온몸을 불태워 쓸모없고자 하는 책"이라는 이 책.
이 책을 쓴 영국 언론인이자 작가 마크 포사이스나, 한국 만화가이자 글쟁이이자 무엇보다 유머 애호가로 번역에까지 손을 뻗친 김태권 작가나, '쓸모없는 것' 전문가들이다.
이 책에는 쓸모는 없지만 재미있고 의미심장한 단어들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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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어사전
마크 포사이스 지음, 김태권 옮김 l 비아북 l 1만7800원
쓸모 있는(있으려 하는) 것만으로 둘러싸인 세상에서 “열과 성을 다해 온몸을 불태워 쓸모없고자 하는 책”이라는 이 책. 이 책을 쓴 영국 언론인이자 작가 마크 포사이스나, 한국 만화가이자 글쟁이이자 무엇보다 유머 애호가로 번역에까지 손을 뻗친 김태권 작가나, ‘쓸모없는 것’ 전문가들이다.
이 책에는 쓸모는 없지만 재미있고 의미심장한 단어들이 가득하다. 예컨대 옛 친구를 피하는 방법 네가지. “원치 않는 친구들을 피하는 방법은 수 세기 동안 영어 사용자들을 괴롭히는 문제 중 하나”라고 너스레를 떨며 끊다, 바른모 끊기, 안바른모 끊기, 숭고한 끊기, 지옥 끊기 등을 늘어놓는다. 영어로는 각각 이렇다. to cut, cut direct, cut indirect, cut sublime, cut infernal. 번역이 간단치 않았으리라는 짐작이 뚜렷해진다.
말뜻을 헤아려가면 배꼽 잡지 않을 수 없다. 순서대로 ‘불쾌한 사람이 다가올 때 거리 반대편으로 가로질러 건너는 것’ ‘다른 방향을 바라보며 그에게 눈길을 주지 않는 것’ ‘그가 눈에 띄지 않을 때까지 킹스 칼리지 성당의 정상이나 지나가는 구름의 아름다움을 바라보는 일’ ‘신발 끈의 배열을 분석하는 것’이다.
난도를 더 높여보자. uhtceare(우트키어러)나 lychnobites(리크노비테스) 같은 사어들. 몰라도 살아가는 데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는 이 죽은 말들의 세계 속에서 허우적대다 보면, 과연 쓸모란 무엇인가, 다시 생각하게 된다. 각각 ‘동트기 전 깨어나 심란해하며 누워 있는 상태’ ‘깊은 밤에 깨어 있는 자들’이라는 뜻이다. 책에는 지적 자극을 드높이는, 야하고 더럽고 쑥스럽고 통쾌한 옛말도 많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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