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생각] 무슨 선거든 53% 득표율로 이기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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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까지 얼마나 막 가려는 소설인가 멈칫하다가도, 덜미가 잡힌 듯 자꾸 끌려가며 읽게 된다.
난데없는 이야기 꼴에 작가의 의도가 있든 없든, 중요한 것은 구천구가 이제 주인공이 되어 이 동네, 아니 난립한 서사 자체로부터 비로소 탈출하려 한다는 점이다.
이 알레고리들을 서사의 망으로 상징한 것이라면, 천구가 과연 동네를 벗어나고 말고 이전에, 과연 이 불행의 형식을 (어떻게) 견뎌낼지가 바로 눈대목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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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스 킹!!!
김홍 지음 l 문학동네 l 1만5000원
어디까지 얼마나 막 가려는 소설인가 멈칫하다가도, 덜미가 잡힌 듯 자꾸 끌려가며 읽게 된다. 무당이 넘치는 경기 외곽의 어느 마을, 그중 정·재계가 줄을 서는 무당 억조창생(본명 이진솔), 엄마 이진솔의 말을 어겨 본 적도 동네를 떠나 본 적도 없는 27살 구천구, 구천구를 허구한 날 때리는 악마와 다를 바 없는 쌍둥이 형들, 못 파는 게 없는 킹 프라이스 마트, 그 가게를 천구 사는 동네에 막 새로 연 전설의 장사꾼 배치 크라우더(본명 박치국), 그리고 공히 만인의 식당 전문가인 백종원, 백종원을 대통령으로 만들려는 정체불명의 국가 위원회, 무슨 선거든 53% 득표율로 이기게 해준다는 성물 ‘베드로의 어구’, 베드로의 어구를 박치국으로부터 구하려는 그 위원회….
난데없는 이야기 꼴에 작가의 의도가 있든 없든, 중요한 것은 구천구가 이제 주인공이 되어 이 동네, 아니 난립한 서사 자체로부터 비로소 탈출하려 한다는 점이다. 혼돈과 비논리의 세계처럼 보이나 필시 정치가 개입하고 정치와 거래되는 자본이 존재하며, 이 가지런한 진리가 난해하고 난감한 대개의 민중들은 라면을 살 수 없어 분개하고, 박치국으로부터 복수나 불행, 망각이나 사려는 게 고작이다.
이 알레고리들을 서사의 망으로 상징한 것이라면, 천구가 과연 동네를 벗어나고 말고 이전에, 과연 이 불행의 형식을 (어떻게) 견뎌낼지가 바로 눈대목일 것이다. 작가 김홍(38)은 독자의 샅바를 쥐고 당긴다, 마음껏 흔든다.
배를 띄우기도 가라앉히기도 하는 자가 억조창생(백성)이지만, 아이 하나 감싸지 못하는 게 또한 그 세계다. “한번도 내 가족이 나를 편안하게 해준” 적 없고, 집에서조차 목표가 “아무도 마주치지 않는 것”이라는 이십대 천구에게 처음 ‘친구’가 되어준 이가 박치국이지만, 박치국은 선거 당일 위원회 뒤통수를 치듯 동네를 영영 떠버린다. “이 개 같은 동네. 내가 태어나고 자란 동네. …엄마가 새 이름을 짓고 이사온 동네. …내가 맞고 다닌 동네….”
야구팀 엘지의 열혈팬으로 지난해 29년 만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파민’을 뿜었을 김홍이 소설의 끝을 이대로 두겠는가. 소설이 먼저 쓰이긴 했지만, 국가를, 이웃을, 궁극의 가족을 떠나려는 구천구의 ‘복수극’ 아닌가. 게다 박치국은 “최고의 장사꾼, 다만 자기 자신까지 팔아넘기지는 않는 사람”이요, “그런 사람과 함께한” 이가 구천구 아닌가.
제29회 문학동네소설상을 받은 장편소설 ‘프라이스 킹!!!’이다. 수상 인터뷰에서 김홍은 “‘스모킹 오레오’는 첫 장편이고, 쓸 때는 최선을 다했지만 출간하고 나서 보니 뭔가 나의 100퍼센트가 발휘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어 아쉬움이 남았다. 그 뒤로는 확실한 100퍼센트가 아니면 세상에 내놓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 이번 소설도 100퍼센트다. 하여튼 나는 언제나 100퍼센트로 전력투구한다”며 “그게 볼이 되느냐 스트라이크가 되느냐는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해석이 되느냐는 독자 몫인, 다만 처음 없던 소설 제목에 느낌표만 세 개가 붙은 건 말이 되는 소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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