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생각] 다모클레스의 칼 아래 놓인 한반도의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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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욱의 '연결된 위기'를 긴장하며 읽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른바 얄타체제의 해체를 상징하는 사건이라는 점을 공들여 설명한 책이다.
백승욱이 꼽은 얄타체제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유엔 안보리를 통해 강대국이 서로 전쟁과 영토 확장을 억제하는 데 있었다.
그런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바로 자신의 '영토적 온전성'을 이유로 전쟁을 개시했다"는 점에서 얄타체제의 붕괴를 가시화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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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북한이 온다
정욱식 지음 | 서해문집(2023)
백승욱의 ‘연결된 위기’를 긴장하며 읽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른바 얄타체제의 해체를 상징하는 사건이라는 점을 공들여 설명한 책이다. 백승욱이 꼽은 얄타체제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유엔 안보리를 통해 강대국이 서로 전쟁과 영토 확장을 억제하는 데 있었다. 그런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바로 자신의 ‘영토적 온전성’을 이유로 전쟁을 개시했다”는 점에서 얄타체제의 붕괴를 가시화했다는 분석이다. 이른바 세계질서의 공위기 시대가 도래했으니, 인류는 현재 강대국 중심의 대결질서로 되돌아간 셈이다.
백승욱은 2014년을 주목한다. 이 해에 러시아와 중국은 유로마이단과 홍콩 우산 혁명이라는 일대 사건을 겪으며 “내부 이탈 세력과 통치의 자율성 약화”를 우려해 내부적 권위주의체제 강화와 대외적 강경노선을 천명했다. 러시아의 크림반도 점령과 돈바스 전쟁이 일어난 배경, 2019년 홍콩 시위를 폭력적으로 진압한 원인이 여기에서 비롯한다. 물론, 가까운 미래에 러시아와 미국, 또는 중국과 미국이 직접 충돌할 정도로 카오스 상태는 아니다. 체제를 위협하는 요소를 제거하려는 “내포적 영토단속”을 목적으로 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러시아와 중국의 군사행동이 북한의 핵도발이라는 위기와 연동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이다. 백승욱의 진단을 깊이 이해하려면 정욱식의 책을 읽어야 한다. 정욱식은 북한이 크게 달라졌다고 분석한다. “2020년대의 북한은 지난 30년간의 북한과 다른 나라”라고까지 말한다. 이제 북한은 북미적대관계를 평화관계로 전환하는 데 미련이 없고 안보는 핵으로, 경제는 자력갱생으로, 외교는 중국과 러시아와 중심으로 성과를 꾀하기로 했다. 정욱식은 북한이 노선을 변경한 결정적 원인을 2019년 2월의 하노이 노딜, 그리고 6월30일의 남북미 판문점 회동의 합의, 즉 북미실무회담과 한미연합훈련 중단이 지켜지지 않는 데서 찾는다. 현재로서 김정은은 성공한 성싶다. 핵무력으로 자위적 억제력을 구축하면서 줄어든 재래식 군비를 경제 분야에 투입하여 일정한 성과를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특히 주목해야 할 사실은 김정은이 2023년 1월 전술핵무기 대량생산을 공언했고, 3월 방사포와 전술 미사일에 탑재가 가능할 것으로 추정되는 화산-31형을 공개했다는 점이다. 대륙간 탄도미사일이 미국 본토를 노리고 있다면 전술핵무기는 한반도 전역을 겨냥하고 있다는 점은 금세 눈치챌 수 있을 터다. 이 대목에서 다시 백승욱의 분석을 눈여겨보아야 한다. 만약 중국이 대만을 공격한다면 한반도에서 북한의 핵도발이 동시에 진행될 공산이 크다는 지적 말이다. 복수의 위기가 터지면 “중국으로서는 불리하지 않고 북한 역시 이를 활용할 것”이고, 미국은 상당히 곤혹스러운 상황에 놓일 터다.
정욱식은 오늘의 한반도 상황이 한 올의 말총에 매달린 칼이 머리를 겨냥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한다. 정욱식은 ‘한반도 비핵지대와 평화체제 구축’을 제안하고, 백승욱은 여러 대안을 제시하면서 일본과의 공조 가능성도 열어둔다. 옳으니 그르니 하며 서둘러 판단하지 말고, 위기상황을 직시하고 곧 떨어질 듯한 칼을 단단히 동여맬 밧줄을 찾아야 할 때다.
이권우/도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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