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생각] 우리말이 꽃으로 피어나는 길, 같이 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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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다'와 '짓다'는 다르다.
다만, 지은이는 '우리말꽃'을 틔우는 데 서두르거나 엄숙하게 접근하지 않는다.
"우리말이 꽃으로 피어나는 길을 같이 걸어요. 사뿐사뿐 느긋이 걸어요. 우리말에 깃든 꽃씨를 온누리에 차곡차곡 심는 하루를 함께 가꿔요. 새록새록 넉넉히 일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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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
말글마음을 돌보며 온누리를 품다
최종규 지음 l 곳간 l 1만9000원
‘만들다’와 ‘짓다’는 다르다. 밥은 ‘짓는다’고 하지 ‘만든다’고 하지 않는다. 글을 쓰는 것도 ‘글짓기’라고 하지 ‘글 만들기’라고 하지 않는다. ‘지음(짓다)’은 우리 삶을 이루는 바탕이 되도록 새롭게 일으키는 것을 뜻하기 때문에 뚝딱 새로운 상태를 이뤄내는 ‘만들다’와는 다르다.
그래서 ‘우리말꽃(한국말사전)’을 짓는 일을 하는 지은이는 사람들이 ‘친구를 만든다’, ‘영화를 만든다’, ‘책을 만든다’, ‘쉴 시간을 만들자’ 등 ‘만든다’는 표현을 흔히 쓰지만, 이를 ‘동무를 사귄다’, ‘빛그림을 찍다’, ‘책을 짓다’, ‘쉴 짬을 내자’ 등으로 쓰는 것이 더 알맞다고 한다. “모든 말은 마음을 담”기 때문이다.
지은이는 또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나의’, ‘구체적’이라는 표현이 못마땅하다. 영어 ‘마이(my)’를 일본이 ‘와타시노(私の)’로 번역했고, 이를 우리가 그대로 받아들여 ‘나의’로 쓰고 있다. ‘내가 살던 마을’, ‘우리 작은 집’ 등 우리말인 ‘내·제·우리’가 쓰여야 할 곳에 ‘나의 살던 고향’, ‘나의 작은 집’처럼 일본어식 표현인 ‘~의(の)’가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고 지은이는 지적한다. 또 일본 사전에서 ‘구체적(具体的)’이라는 단어를 찾아보면 “뚜렷한 실체를 갖춘 모양”으로 풀이하고 있는데 이는 우리가 사용하는 것과 같은 쓰임으로 지은이는 “무늬는 한글이되 알맹이는 일본말”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구체적 사례’는 ‘낱낱 보기’로, ‘구체적 대안’은 ‘또렷한 길’로, ‘구체적 경위를 밝히다’는 ‘까닭을 하나씩 밝히다’ 등 우리말 대체 표현들을 제안한다. 덧붙여 지은이는 ‘~의’·‘~적’·‘~화’ 등 일본말씨에 젖어드는 것도 경계하자고 한다.
일본어뿐 아니라 다른 외국어 표현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호스피스’는 ‘끝돌봄’으로, ‘뉘앙스’는 ‘말맛·말결’로, ‘팸플릿’은 ‘알림종이’ 등의 대안 표현들을 제안한다. 고속도로가 다른 고속도로나 일반도로와 접속하는 지점을 뜻하는 우리말 ‘나들목’이 1990년대 말 퍼져서 이제는 ‘인터체인지’나 ‘아이시(IC)’보다 더 많이 쓰는 말로 자리 잡은 것처럼 우리말 쓰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자는 것이다.
다만, 지은이는 ‘우리말꽃’을 틔우는 데 서두르거나 엄숙하게 접근하지 않는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말이 꽃으로 피어나는 길을 같이 걸어요. 사뿐사뿐 느긋이 걸어요. 우리말에 깃든 꽃씨를 온누리에 차곡차곡 심는 하루를 함께 가꿔요. 새록새록 넉넉히 일궈요.”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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