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끌고, MS가 밀고... 미국 전체가 돕는 인텔의 '파운드리 2위' 야심
미 상무장관 "챔피언 기업" 지원사격
업계 "현재 2위 삼성전자 입지 위태"
2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의 맥에너리 컨벤션센터.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이 개최한 파운드리(위탁 생산) 행사 'IFS(인텔 파운드리 서비스) 다이렉트 커넥트'에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이 연사로 등장했다. 실시간 화상 연결을 통해서였다.
러몬도 장관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반도체 산업 육성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하는 인물이다. 520억 달러 규모의 예산이 투입되는 반도체지원법(칩스법) 제정 과정을 이끌기도 했다. 그는 "코로나 팬데믹은 미국 반도체 공급망의 취약성을 전 세계에 드러냈고, 미국에서 더 많은 칩을 생산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일깨웠다"고 운을 뗀 뒤, "우리가 반도체 연구 개발부터 패키징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미국으로 가져오려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들이 반도체 생태계 강화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현 상황이 냉전 시절 '우주 전쟁'을 연상케 한다고도 했다. 러몬도 장관은 "미국 정부가 산업적 측면에서 이렇게 전략적으로 움직였던 선례를 찾아보니 6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더라"라며 "(러시아와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연방정부와 민간 부문, 학계가 모든 단계마다 협력해 기술 혁신을 촉진하고 주도권을 확보했던 시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텔은 이와 같은 활성화에 매우 큰 역할을 하는 미국의 '챔피언 회사'"라고 치켜세웠다. 우주 전쟁 경쟁에서 그랬듯, 인텔 같은 자국 기업들과 긴밀히 협력해 반도체 전쟁에 임하겠다는 의지로 비쳤다.
벌써 1.8나노 고객 모셨다... 그것도 '큰손' MS
이날 행사는 2021년 파운드리 사업 재진출을 선언한 인텔의 첫 번째 대면 파운드리 이벤트였다. 파운드리 사업 본격화에 나선 만큼, 러몬도 장관뿐 아니라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자(CEO), 샘 올트먼 오픈AI CEO 등 잠재적 고객사 수장들도 참석했다.
특히 사전 녹화 영상을 통해 등장한 나델라 CEO는 인텔의 1.8나노(1㎚=10억 분의 1m) 초미세 공정으로 자사 칩을 생산하기로 했다는 사실을 깜짝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해당 칩 종류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나, MS가 지난해 발표한 '마이아'라는 인공지능(AI) 칩일 것이라는 게 업계의 추정이다. '큰손 고객'인 MS가 업계 후발 주자일 뿐 아니라, 아직은 자사 칩 생산 경험만 있는 인텔 파운드리에 선주문을 한 것은 의미가 작지 않다. 현장에선 "미국 정부와 기업들이 합심해 인텔의 도약을 지원하고 나선 모습"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인텔 "올해 1.8나노, 2027년 1.4나노 양산할 것"
인텔은 이날 MS를 1.8나노 공정 고객으로 유치했다는 것과 함께 "올해 안에 1.8나노 공정 양산에 돌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원래 목표는 2025년이었는데, 1년 앞당긴 것이다. 예정대로 양산에 들어가면 내년 2나노 양산을 계획 중인 파운드리 업계 1위 TSMC, 2위 삼성전자를 앞서게 된다. 아울러 2027년 1.4나노 공정 도입 계획도 처음으로 밝혔다. TSMC, 삼성전자도 2027년을 1.4나노 양산 개시 시점으로 잡고 있다.
팻 겔싱어 인텔 CEO는 "2030년까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파운드리 기업이 되겠다"는 목표를 재확인했다. 경쟁사 이름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6년 안에 삼성전자를 밀어내고 2위로 올라서겠다는 선언이었다.
반도체 업계에선 인텔의 본격 가세로 파운드리 시장에서 삼성전자 입지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미국 정부를 중심으로 인텔을 밀어주는 듯한 분위기가 형성되는 점이 경쟁사들에는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물론 인텔의 공언대로 양산에 성공할지, 양산을 시작하더라도 안정적 수율(전체 생산품 중 합격품 비율)을 확보할 수 있을지 등에 대해선 회의적 시각이 상당하다"면서도 "확실히 삼성전자로선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리콘밸리= 이서희 특파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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