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합과 공존’ 입고 런웨이 누비다[스타일리스트 임승희의 패션키워드]

임승희 인덕대 방송뷰티학과 교수 입력 2024. 2. 23.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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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가을겨울 서울패션위크, 젊은 창작자 창의적 무대
사회적 약자 배려-환경 지속가능성에 대한 화두 던져
임승희 인덕대 방송뷰티학과 교수
K팝 인기의 영향으로 K-패션 역시 해외에서도 집중을 받고 있습니다. 난 시즌보다 한 달 앞서 개최된 2024 가을겨울 서울패션위크가 대표적인데요. 세계 4대 패션위크(뉴욕, 런던, 밀라노, 파리)보다 이른 시기에 개최해 국내는 물론해외 패션계와 언론의 주목을 받기 위함입니다.

이번 서울패션위크에서도 세계가 주목하는 국내 디자이너들의 창의적인 런웨이가 펼쳐졌는데요. 젊은 디자이너들을 중심으로 사회적 약자와 사회적 소외자를 콘셉트로 화합과 공존을 위한 패션쇼가 펼쳐졌습니다.

LIE는 세계가 하나 되는 2024 파리 올림픽과 패럴림픽에서 영감을 받은 런웨이를 보여줬는데요. 석창우 의수 화가의 올림픽 오성기 퍼포먼스는 화려하기만 할 것 같은 런웨이에 진한 감동을 선사했습니다. 홀리넘버7은 변하지 않는 본질의 정체성을 주제로 청춘의 저항 정신을 다이내믹하게 연출했고요. 아조바이아조는 주목받지 못하는 사회 비주류의 힙하고 독특한 이미지를 날것의 감성으로 잘 녹여내었습니다.

‘자본주의’ 테마를 통해 예술과 상업의 경계선에 선 패션을 풀어낸 비엘알은 스포츠, 리사이클링 제품 등을 통해 심미적 아름다움과 지속가능성의 화두를 던졌습니다. 얼킨은 ‘나를 잊지 말아요’라는 물망초의 꽃말을 이용, 북한 억류자에 대한 기억, 관심을 유도하는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K-패션은 화려한 런웨이를 통해 사회적 약자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전달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사회적평등… LIE

올림픽과 페럴림픽을 주제로 컬렉션을 진행한 LIE는 장애인 모델을 통해 통합과 포용이라는 올림픽 정신을 선보였다. LIE 제공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이청청 디자이너의 LIE는 ‘올림픽’을 주제로 진행됐습니다. 의수에 붓을 끼워 하얀 천에 물감을 칠한 파랑, 노랑, 검정, 초록, 빨강의 동그라미와 ‘LIE 2024’를 그린 옷을 입은 모델의 워킹으로 막을 올렸습니다. 전기 감전 사고로 두 팔을 잃은 지체장애 의수 화가 석창우의 오성기 퍼포먼스는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LIE의 이번 시도는 독창적인 재료의 결합을 통해 단절된 세상을 이어주는 올림픽 정신을 구현했습니다. 패럴림픽에 맞춰 휠체어를 탄 모델과 비장애인 모델이 함께 런웨이에 선 것도 주목할 만합니다. LIE의 시그니처인 디자인적 요소들과 소재 간의 믹스 앤드 매치가 런웨이에서도 따뜻하게 배려와 화합으로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Identity… 홀리넘버7

변하지 않는 정체성을 주제로 컬렉션을 선보인 홀리넘버7은 시대에 맞서는 대담함을 가진 청춘들의 저항 정신을 담았다. 홀리넘버7 제공
매 시즌 걸크러시를 보여준 홀리넘버7의 런웨이는 대중적인 콘셉추얼한 컬렉션들이 눈에 띕니다. 이번 컬렉션의 콘셉트는 변하지 않는 정체성으로 시대에 맞서는 대담함을 가진 청춘들의 저항 정신을 담았습니다. 반항보다는 저항으로, 부정보다는 긍정의 키워드를 제시해 뻔하지 않고 ‘FUN’한 자유롭고 다이내믹한 디자인을 선보였는데요. 퇴폐적인 문화가 마치 하나의 패션 코드로 인식되는 시점에 변하지 않는 패션의 아이덴티티를 제시해주는 유쾌함을 선사한 무대였습니다. ‘입는 사람의 언어’로 패션을 정의하고 과잉 생산된 레더와 재활용 소재, 친환경 소재를 활용한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는 의식 있는 디자이너의 메시지가 담긴 다양한 그런지룩을 만날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비주류의 비상… 아조바이아조

을지로에서 시작된 ‘비주류를 위한 브랜드’ 아조바이아조가 가파르게 비상하고 있습니다. 마니아층이 두터워지고 국내외 패션 관계자들로부터 극찬을 받고 있는데요. 아조바이아조는 이번 서울패션위크에서 대만 사진작가 ‘치엔치 창’의 작품 ‘더 체인’에서 영감을 받은 컬렉션을 선보였습니다. 빛바랜 을지로 뒷골목의 잿빛 컬러감과 닮아 있는 컬렉션을 멀리서 보았을 땐 하나의 이미지로 보이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각각의 개성을 보여주기 위해 페이스 타투가 있는 모델을 통해 선보였습니다. 김세형 디자이너의 힙하고 유니크한 감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컬렉션은 비주류의 감성을 진하게 내뿜었습니다. 파격적 런웨이를 선보이며 글로벌한 브랜드로 성장할 것이란 기대감을 관객들에게 선사했습니다.

#자본주의… 비엘알

비엘알은 ‘자본주의’를 주제로 디자이너의 영감과 상업성의 조화에 대한 고민을 담아냈다. 비엘알 제공
패션은 예술과 상업의 경계에서 기대와 불안감을 조성합니다. 패션의 심미적 가치와 패션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관한 고민에서 시작된 비엘알의 이번 컬렉션 테마는 ‘자본주의’인데요. 권봉석 디자이너는 예술과 상업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드는 작업에 포커스를 맞춰 이번 컬렉션을 선보였습니다. 패션과 브랜드에 대한 책임감을 ‘조용한 폭동’이라는 위트 있는 테마로 제시해줬는데요. 스포츠 브랜드 ‘리복’과의 컬래버레이션으로 다채로운 컬렉션을 선보였습니다. 그런지 데님룩의 톤 다운된 무거운 감성과 폐타이어, 세컨드 핸드 등 리사이클링 제품을 활용한 다양한 디자인은 비엘알이 추구하는 브랜드 철학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사회적소외자… 얼킨

얼킨은 ‘나를 잊지 말아요’라는 꽃말을 가진 물망초를 디자인에 차용해 납북자 등 사회적 소외자들에 대한 시선을 담아냈다. 얼킨 제공
얼킨은 세 송이의 물망초로 이뤄진 심벌을 이번 시즌 패션위크에 선보였습니다. 물망초의 꽃말은 ‘나를 잊지 말아요’인데요. 과거 북으로 간 납북자, 억류자, 국군 포로를 의미하며 그들을 잊지 않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사회적 소외자로 대중의 호응과 공감이 필요한데요.

사회적 이슈 콘셉트로 물망초 심벌과 함께 아트워크 앤드 업사이클링으로 컬렉션의 가치를 한층 높였습니다.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시즌을 앞당긴 2024 가을겨울 서울패션위크에선 젊은 디자이너의 다양한 시도와 패션을 위한 노력을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사회적 약자와 소외자를 배려하고 함께 호흡하고 같이 성장하는 긍정과 희망을 컬렉션에 담았습니다. K-패션에 대한 세계적인 주목이 집중되고 있는 시점에 서울패션위크에서 만난 의식 있는 패션 테마는 우리의 심장을 더욱 뜨겁게 만들어 줍니다.

임승희 인덕대 방송뷰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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