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첨단 민간 위성 내년 우주로… ‘뉴 스페이스 한국’ 성큼

임경업 기자 2024. 2. 23.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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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우주 산업 현장 가보니
21일 대전 유성구 쎄트렉아이 연구소에서 지구 관측 위성 ‘스페이스아이-T’를 조립하고 있는 모습. 지상 30cm(가로・세로) 크기 물체까지 식별할 수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민간 위성으로, 내년 3월 우주로 발사될 예정이다. /쎄트렉아이 제공

21일 오전 대전 유성구 쎄트렉아이 연구소 내부에선 직원 10명이 위성 ‘스페이스아이-티(SpaceEye-T)’를 조립하고 있었다. 지름 약 2m 위성은 성인 네 명이 두 팔을 벌려야 겨우 껴안을 수 있는 크기였다. 직원들은 설계도를 들고 부속을 연결하고 위성 하단부 조립 상태를 점검했다. 스페이스아이-T는 태양 동기 궤도를 돌며 한 번에 가로 14㎞에 이르는 영역을 관측하면서 지상 30㎝(가로·세로) 크기 물체까지 식별할 수 있다. 내년 3월쯤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으로 우주로 발사될 이 위성은 핵심 부품 대부분을 국내 연구진이 설계했다. 김도형 쎄트렉아이 사업개발실장은 “스페이스아이-T 수준의 해상도를 가진 상용 민간 위성을 보유한 국가는 미국·유럽연합(EU)·이스라엘·중국 정도”라고 말했다.

쎄트렉아이는 영국과 공동 연구를 하며 어깨너머로 배운 기술로 한국 최초의 위성 우리별1호를 개발한 KAIST 연구진이 1999년 설립했다. 자체 위성 기술 확보에 매진한 결과 현재까지 위성 완제품 7대를 말레이시아, 아랍에미리트, 스페인 등에 수출하는 성과를 거뒀다. 쎄트렉아이 측은 스페이스아이-T를 성공적으로 발사하면 세계 최고의 위성 기업들과 견줄 만한 기술력을 인정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은 지난해 5월 누리호 발사 성공으로 자력으로 위성을 발사할 수 있는 일곱 번째 국가가 됐다. 특히 정부가 주도하던 우주 시장에서 쎄트렉아이를 비롯한 기업들이 성과를 내면서 미국·유럽처럼 민간이 우주개발을 이끄는 ‘뉴스페이스(New Space)’가 본격화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차세대 발사체(로켓) 개발을 추진하고, 이노스페이스·페리지 같은 스타트업도 소형 로켓 시험 발사에 성과를 내고 있다. 한화시스템은 국내 최초 민간 영상 레이더(SAR) 위성 발사에 성공했고, 스타트업 컨텍은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위성 지상국을 운영한다.

그래픽=백형선

◇국내 최초 SAR 위성도 성공

같은날 경기 용인 한화시스템 위성 관측소에선 작년 12월 자체 개발·제작한 ‘소형 SAR(합성 개구 레이더, Synthetic Aperture Radar) 위성’ 위치가 표시됐다. 직원 약 10명이 위성의 상태를 확인하고 명령을 전달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였다. 하루 지구 15바퀴를 돌며 지구를 관측하는 SAR 위성은 레이더를 기반으로 흐린 날씨에도 관측할 수 있고, 재난 감시·자원 탐사·군사 정찰 등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 가능하다. 한화시스템은 작년 12월 제주도 해상에서 이 위성을 우주로 쏘아올렸다.

위성과 우주인을 우주로 보내는 발사체(로켓) 분야에서도 한국은 빠른 발전 속도를 보이고 있다. 스타트업 이노스페이스는 작년 3월 브라질 알칸타라 우주 센터에서 소형 하이브리드 로켓 준궤도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 상업 발사는 올해 말~내년 초를 목표로 하고 있다. 누리호 엔진 제조에 참여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정부가 2조원을 들여 개발하는 차세대 발사체 개발 사업에 참여할 계획이다. 이준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우주사업부장은 “최근 전남 순천에서 최대 4개 발사체를 동시에 조립할 수 있는 규모의 발사체 제작 센터(스페이스 허브) 공사에 들어갔다”며 “2027년 해외 민간 발사체 기술 수준을 따라잡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2030년 700조원 시장

민간 우주 개발 시장은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 제프 베이조스의 블루 오리진, 유럽연합의 에어버스와 미국 맥사 등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작년 1분기 스페이스X는 처음으로 분기 흑자를 기록했고,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시장 규모는 2030년 700조원이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민간 발사체 시장의 90%를 독점한 스페이스X 정도를 제외하면 기업 대부분이 적자를 감수하는 ‘투자 단계’다. 아직 초기인 만큼 한국도 투자와 기술 개발을 서두르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우주 산업 관계자는 “한국은 핵심인 민간 발사체 기술이 미완성 단계이고, 상업성이 높은 민간 위성통신 서비스도 아직 없다”며 “올해 우주항공청 설립을 계기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민간 투자가 확대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사천·대전·용인 = 임경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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