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라운지] 장애인과 일본계 자매가 합작한 ‘삼바 탁구’ 돌풍

부산/박강현 기자 2024. 2. 23.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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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여자 탁구 대표 독특한 선수 구성 화제

브라질 여자 탁구 대표팀(세계 14위)은 지난 21일 2024 부산세계탁구선수권 단체전 16강전에서 한국(5위)에 매치 점수 1대3으로 패배했다. ‘에이스’ 브루나 다카하시(24)가 신유빈(20)을 상대로 1단식에서 역전승을 일구며 분전했지만, 나머지 2·3·4단식에서 모두 지며 고배를 마셨다.

세계탁구선수권에 나선 브라질 대표팀 브루나와 줄리아 다카하시, 브루나 코스타 알렉산드르, 호르헤 판크 코치(왼쪽부터). /부산세계탁구선수권 조직위

브라질은 축구와 배구 등에선 세계를 호령했지만, 탁구에서는 아직 ‘도전자’로 통한다. 이번 대회에서도 세계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그럼에도 이들이 보여준 열정에 찬사와 격려가 쏟아진다. ‘한 팔 탁구 선수’ 브루나 코스타 알렉산드르(29·단식 227위)와 브라질 여자 탁구 쌍두마차로 꼽히는 다카하시 자매가 그 중심이다.

알렉산드르는 태어난 지 3개월 만에 백신으로 인한 혈전증으로 오른팔을 절단해야 했다. 워낙 어릴 적 팔을 잃어 그는 자신이 원래 오른손잡이였는지 왼손잡이였는지도 모른다. “부모와 오빠가 모두 왼손잡이라 저도 왼손잡이로 태어났다고 유추할 뿐입니다.”

알렉산드르는 먼저 탁구를 쳤던 오빠를 따라 일곱 살에 라켓을 잡았다. 어릴 적엔 축구도 했지만 결국 탁구를 골랐다. “테이블을 하나 두고 신속하게 지략 싸움을 펼치는 모습, 스핀을 섞으며 까다롭게 치는 게 매력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오른팔이 있었다가 (사고 등으로) 없어졌으면 매우 불편하고 스포츠에 뛰어드는 게 망설여졌겠죠. 근데 이렇게 살게 됐고, 비장애인과 크게 다를 바 없다는 생각에 선택했습니다.”

알렉산드르는 서브에서 애를 먹었다. 비장애인 선수들은 오른손잡이면 왼손, 왼손잡이면 오른손을 이용해 공을 띄워 서브를 한다. 하지만 알렉산드르는 오른팔이 없다. 그래서 그는 왼손에 쥔 탁구채 위에 공을 올려 놓고, 엄지로 고정시킨 다음 이를 높이 띄워 서브하는 본인만의 방법을 개발했다. “서브다운 서브를 하기 위해 2~3년 서브 연습에만 몰두했다”고 털어놓았다. 이제 변칙적인 서브는 오히려 그의 주무기 중 하나. 그의 팔엔 “인생은 선택의 연속, 강해질 수 있는 선택을 하라”는 의미의 문신이 새겨져 있다. 그는 한국 드라마 팬이기도 하다. 재미있게 본 드라마는 ‘사랑의 불시착’. “주연이었던 두 배우(현빈과 손예진)가 실제로 결혼까지 해 너무 놀랐던 기억이 있다”며 웃었다.

알렉산드르는 장애인 탁구에선 최강자이면서 이번 대회에선 비장애인 선수들을 상대로 4승 2패를 기록했다. 마지막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는 패럴림픽 금메달. 2016년 안방에서 열린 리우 패럴림픽 여자 단식과 단체전에서 동메달, 3년 전 도쿄 패럴림픽에선 단식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알렉산드르와 함께 ‘삼바 탁구’를 이끄는 주역은 브루나와 줄리아(19) 다카하시 자매다. 일본계 브라질인 아버지를 둔 ‘니포-브라질인(Nipo-brasileiros)’이다. 브루나는 현재 단식에서 세계 22위, 줄리아는 86위. 언니 브루나는 브라질 여자 탁구 ‘선각자’로 꼽힌다. 2022년 6월 단식 17위까지 오르며 브라질 여자 탁구 사상 최초로 ‘톱 20′ 벽을 돌파했다. 브루나는 여덟 살에 탁구를 시작했고, 줄리아는 언니를 따라 탁구장에 갔는데 “재밌어 보여서” 여섯 살에 입문했다. 아직 언니가 실력에선 ‘한 수 위’지만, 브루나는 동생이 국가대표로 발탁되고 매일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뿌듯해한다. “이번 대회에서 매 경기 실력이 향상되는 것을 보며 참 대견했어요. 동생이 주니어 무대에서 성인 무대로 넘어가는 중요한 시기에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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