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민원 대응에 늘봄 업무까지 맡는 교감들… “평교사로 강등” 요청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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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교감 자질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다시 교사로 돌아가게 해주세요."
최근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감은 관할 교육지원청을 찾아 "교감을 못 하겠다. 평교사로 돌아가게 해달라"며 이례적인 인사 발령을 요청했다.
교육지원청과 서울시교육청은 이 교감을 여러 번 설득해 겨우 달랬다고 한다.
지난해 7월 서울 서초구 서이초에서 교사가 숨진 뒤 학부모의 악성 민원, 교권 추락 문제가 불거지자 현장 교사 업무 중 상당수가 관리자인 교감에게 옮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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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교감 그만두겠다” 불만
교사들, 승진코스 보직교사도 기피
최근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감은 관할 교육지원청을 찾아 “교감을 못 하겠다. 평교사로 돌아가게 해달라”며 이례적인 인사 발령을 요청했다. 교장과 교사들 사이에 끼여 업무를 수행하기 힘든 상황이란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현행법상 학교의 교원 정원이 줄거나 교감 직위가 사라지지 않는 이상 교감이 교사로 돌아가는 건 불가능하다. 교육지원청과 서울시교육청은 이 교감을 여러 번 설득해 겨우 달랬다고 한다.
지난해 7월 서울 서초구 서이초에서 교사가 숨진 뒤 학부모의 악성 민원, 교권 추락 문제가 불거지자 현장 교사 업무 중 상당수가 관리자인 교감에게 옮겨졌다. 대표적인 것이 학부모 민원 대응, 학생 분리 지도 등이다. 그러자 최근 교감들이 불만을 나타내며 “차라리 교감을 그만두겠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교육부와 시교육청은 서이초 사건 이후 악성 민원으로부터 교사들을 보호하겠다며 각종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작년 9월부터는 학부모 민원 창구가 교감 등 교내 민원팀으로 일원화됐다. 수업을 방해하는 문제 행동으로 교실 밖으로 분리 조치된 학생도 학교 대부분에서 교감이 지도하고 있다. 교사를 보호하기 위해 학교 내 다른 누군가가 민원 등을 맡아야 하는데, 교장은 학교의 최고 관리자다 보니 실무를 안 하는 경우가 많다. 또 학교 행정실에선 ‘학생 관리는 교원이 해야 할 몫’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다 보니 ‘중간 관리자’인 교감이 업무를 떠안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서울의 한 초교 교감은 “분리 조치된 학생을 담당하는데 학교가 과밀 상태라 공간이 부족하다 보니 수업 방해 학생을 데리고 나와도 분리시킬 장소가 마땅치 않다”고 했다.
올 1학기부터 일부 학교에서 시행하고, 2학기에 전면 시행 예정인 늘봄학교도 교감들에게는 부담이 되고 있다. 상당수 학교에서 ‘늘봄학교 지원실장’을 교감이 겸임하는데, 그러다 보니 교감들 사이에선 “늘봄 준비하랴, 안 하겠다는 교사들 설득하랴 우리만 이리저리 치인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교감이 기피 직책으로 분류되면서 교감으로 승진하는 중간 코스인 ‘보직교사’를 기피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보직을 맡으면 승진 가산점을 채울 수 있어 교감이 되기에 유리하다. 시교육청 교육연구정보원이 지난달 교사 4648명을 대상으로 ‘올해 보직교사를 맡을 의사가 있느냐’고 물었더니 78.8%(3662명)가 ‘없다’고 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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