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인생 60년 임동진 “이승만 대통령 본모습 알리려 가슴으로 연기”

올해로 배우 인생 60년, 역사 인물이라면 안 해본 역이 없다. 조선의 건국왕(이성계), ‘긴파람 큰 한소리에 거칠 것이 없는’ 대장군(김종서), 프랑스 국민 가수의 첫사랑(레이몽 아소), 고구려의 명장(양만춘), 김영삼·김대중 두 대통령 등 파란만장한 배역을 거쳤다. 그런데도 이번은 특별했다. 이승만 대통령의 일대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기적의 시작’(감독 권순도)에 이 대통령으로 출연한 배우 임동진(80)은 본지 인터뷰에서 “대한민국 기틀을 다진 이 대통령의 본모습을 드러낸다고 생각하니 새삼 가슴이 뜨거워졌다”고 말했다.
다큐 ‘기적의 시작’은 22일 전국 상영관 128곳에서 개봉했다. 지난해 10월 서울 극장 2곳에서 얼마간 선보였으나 전국 개봉은 처음이다. 그는 일부 재연 장면에서 이 대통령으로 나와 한미동맹을 강조하는 연설이나 프란체스카 여사와 보내던 하와이 시절 모습 등을 호소력 있게 전달한다. 그가 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이승만기념사업회(회장 권영세) 지인의 소개로 권순도(45) 감독을 알게 됐다. 처음엔 거절했다. “나는 이 대통령과 전혀 닮지 않아서 안 되겠네.” 단호했던 마음을 바꾼 것은 권 감독의 한마디였다. “외모가 아니라 가슴으로 해주시면 됩니다.” 임동진은 “제 세대는 독재자로 오해 받은 이 대통령에 대한 가슴앓이가 있다”며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낸 그분의 참모습이 이번 기회에 후대에게 제대로 전달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실제 음성에는 가느다란 떨림이 있었으나 그대로 흉내 내기보다는 느낌을 전달하는 데 중점을 뒀다. 그는 “작년에 영화를 본 친구가 ‘야, 나, 막 울었어’라고 전화를 주고, 다른 지인이 ‘이 대통령이 사실은 이런 분이었다는 걸 처음 알았다’고 해서 무척 뿌듯했다’고 말했다.
그는 함경남도 홍원군에서 태어나 돌을 지나던 1945년 모친의 등에 업혀 월남했다. 1964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을 무대에 올린 연극 ‘생명'으로 데뷔했다. 일제 때 학도병으로 끌려간 문학청년 역이었다. 1969년 TBC 동양방송 8기로 탤런트를 시작했다. 백상예술대상 TV부문 남자 최우수연기상(1984), KBS 연기대상 대상(1987), 옥관문화훈장(2002)을 받았다. 인기 절정 땐 한 여성 팬이 집까지 따라온 적이 있다. 아내 권미희씨는 과거 한 방송에서 “하루는 남편이 밤늦게 정체 모를 여성과 함께 집에 왔다”며 “남편이 ‘팬이라며 쫓아왔으니 하룻밤 재워주라’고 해서 건넛방에 묵게 한 적이 있다”고 일화를 소개했다.
배역 제의가 잇따르던 무렵 병마가 닥쳤다. 2000년 갑상샘암, 2001년 뇌경색으로 쓰러졌다. 그는 ‘한번 주저앉으면 다시는 못 일어선다’며 휠체어를 뿌리치고 재활에 집중해 반신불수 위기를 이겨냈다. 담당 의사가 ‘처음 보는 사례’라고 했다. 2003년 신학대학원에 진학해 석사 과정을 졸업하고 목사 안수도 받았다. 그는 “신앙인이건 비신앙인이건 제일 먼저 던져버려야 할 건 포기”라며 “포기하지 않는 한 희망이 있다는 믿음으로 버텼다”고 말했다.
그는 극단 ‘예맥’의 대표로도 활동한다. 6월에는 보훈의 달을 맞아 이산가족의 비극을 그린 음악극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를 제작한다. 친분이 두터운 배우 이순재, 이정길이 출연을 승락했다. 88올림픽 개폐막식 단장을 지낸 표재순씨가 연출을 맡았다. 그는 “‘건국전쟁’이 잘돼서 기회가 이어지는 것 같다”며 “‘건국전쟁’도 ‘기적의 시작’도 다 잘되라고 날마다 기도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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