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간 대폭 증원은 필요… 5년 뒤에도 2000명 유지 땐 ‘과잉’ 우려

안준용 기자 2024. 2. 2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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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 체크] 정부·의사 ‘충돌’ 5가지 핵심 쟁점
그래픽=박상훈, 사진=연합뉴스

대통령실은 22일 ‘의대 2000명 증원’과 관련해 의료계 주장을 반박하는 18쪽 분량의 자료를 냈다. ‘정부의 일방적 결정’이란 주장에 “대한의사협회와 28차례 논의했고 사회 각계와 130차례 이상 소통했다”고 했다. 의대 증원을 놓고 정부와 의료계 주장은 간극이 크다. 핵심 쟁점에 대한 팩트체크를 했다.

그래픽=박상훈

1. 의사 수

정부는 “2035년이면 의사 1만5000명이 모자랄 것”이라고 했다. 반면 의료계는 “전체 의사는 부족하지 않고 필수·지역 의료 분야로 의사가 안 가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정부 주장의 핵심 근거는 고령화율이다. 우리나라 고령화율(65세 이상 인구)은 19.1% 수준이다. 2035년 30%를 넘고, 2050년엔 40%를 넘어 세계 최고령 국가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2035년이면 65세 이상 인구가 1520만명을 넘어 의료 수요도 폭증한다는 것이다. 반면 의료계는 “다른 나라보다 심각한 저출생으로 의사 1인당 환자 수는 빠르게 줄어든다”고 했다.

현재 우리 인구 1000명당 의사 수(2.6명·2021년 기준)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최하위권이다. KDI(한국개발연구원)·한국보건사회연구원·서울대 등 전문가들도 “현재 국내 의사 수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한다. 의사 수가 부족하다는 정부 주장에 힘이 실린다.

2. 2000명 증원

정부는 2035년 부족한 의사 1만5000명을 채우려면 올해부터 최소 2000명씩 더 뽑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의대 졸업까지 6년이 걸리기 때문에 대폭 증원을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5년간 2000명씩 늘려 뽑으면 1만명을 확보할 수 있다”고 했다. 반면 의대 학장들은 “늘려도 350명 정도가 한계”라고 했다. 2000명 증원이 과도할 뿐 아니라 가르칠 수도 없다는 것이다.

의료계는 “의사 1만명 부족을 예상한 전문가들도 매년 2000명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 적은 없다”고 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증원 규모는 정부가 결정하는 정책”이라고 반박했다. 급속한 고령화로 2035년 65세 이상 인구가 급증하는 것은 사실이다. 저출생이라도 2035년에 인구(5100만명)가 급감하는 것은 아니다. 단기간에 늘릴 필요는 있다.

3. 2000명 증원 유지

정부는 “일단 5년간 2000명 증원을 유지해 1만명을 채우고, 이후 의대 정원은 재검토하겠다”고 했다. 2000명이란 숫자 유지는 5년간이란 뜻이다. 그러나 의료계는 “정원은 늘리기도 어렵지만 줄이기도 어렵다”며 “5000명인 정원을 (지금처럼) 3000명으로 줄이는 건 불가능하다”고 했다. 정부 주장대로 2035년까지는 고령화 변수가 크지만, 2040년이 넘어가면 저출생 여파로 우리 인구는 4000만명대로 떨어진다.

안덕선 고려대 의대 명예교수는 “정부는 몇몇 외부 연구에 의존해 의사 수를 정할 게 아니라 미국·유럽처럼 필요한 의사 수를 예측하는 전문 상설기구를 의료계와 함께 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직 대학병원장은 “정원 2000명 조정 문제를 5년 뒤로 미룰 게 아니라 지금 의료계와 협의해 의사들 불안을 덜어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2000명 증원 유지는 저출생을 고려할 때 장기적으론 ‘의사 과잉’을 초래할 수 있다.

그래픽=박상훈

4. 의대 교육의 질

의료계는 “의대는 실습이 중요한데 한꺼번에 2000명을 늘리면 정상적 교육이 어렵다”고 말한다. 반면 정부는 “전국 40곳 의대 중 17곳이 정원 50명 미만인 ‘미니 의대’”라며 “입학 정원이 지나치게 적으면 오히려 교육에 비효율이 생긴다”고 했다. 정부는 미니 의대를 중심으로 정원을 늘릴 계획이다. 서울아산·삼성서울 같은 대형 병원과 연계된 의대들도 정원이 40명에 그치고 있다. 정부는 “외국 의대 평균 정원이 100명 이상인 데 비해 우리는 77명”이라고 했다.

그러나 한 의대 교수는 “단순히 말하면 50명이 앉아있던 강의실에 80명 이상이 들어오는 것”이라며 “교수 인력과 부속 병원 사정까지 감안하면 교육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증원 규모인 2000명은 현재 의대 정원의 65%가 넘는다. 사립대 의대 중에는 재정 상황이 나빠 추가 투자가 어려운 곳이 많은데, 의대생만 늘리면 교육이 부실해질 것이란 지적도 적지 않다. 정원의 65%를 한꺼번에 늘리면 종전보다 교육 여건은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

5. 의사 수 늘면 의료비 증가

의료계는 “의사 수가 늘면 새로운 의료 수요를 만들어 국민 의료비 부담이 커진다”고 주장한다. 불필요한 의료 행위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의대 정원을 2000명씩 늘리면 2040년엔 국민 한 명이 매달 건강보험료 6만원을 더 내야 한다”고도 했다. 반면 정부는 “진료비의 10년간 증가율이 7.9%인데 이 중 의사 수 증가 요인은 미미했다”며 “수가 인상 4.2%, 고령화 2.1% 등이 주요 요인”이라고 했다. 독일의 의사 수와 진료비 상관관계를 분석한 자료에서도 관련성은 거의 없었다. 통계상 상관관계는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부는 오히려 “의사가 적은 지방일수록 인건비가 높고 의사가 많을수록 낮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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