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작가 되기④]'재벌X형사' 김바다 "매일 읽고 보고 썼다"

문화영 2024. 2. 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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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까지 10년 걸려…"파급력·금전적 보상 커"
드라마 작가=파티플래너, 시청자를 초대하는 것

SBS 금토드라마 '재벌X형사'의 김바다 작가에게 드라마 작가가 된 계기와 수사물 집필 과정을 들었다. /SBS

주로 라디오와 텔레비전에서 활동했던 드라마 작가의 배경이 확장되고 있다. 채널의 다양화는 물론 OTT 서비스와 플랫폼이 신생되며 K드라마 열풍이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인기의 중심에는 드라마 작가들이 있다. 배우들이 설 수 있는 무대의 가장 기본이자 시작, 그곳을 꾸미는 작가에 대해 알아본다. <편집자주>

[더팩트ㅣ문화영 기자] 권선징악의 상징이자 SBS 금토드라마 '사이다 유니버스'를 잇는 또 하나의 작품이 탄생했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과 시원함을 동시에 주는 '재벌X형사'다. 작품을 집필한 김바다 작가에게 수사물을 만들게 된 이유를 물었다.

지난달 26일부터 방영 중인 SBS 금토드라마 '재벌X형사'는 철부지 재벌 3세가 강력팀 형사가 돼 보여주는 '돈에는 돈, 빽에는 빽' 플렉스(FLEX) 수사기를 그린 작품이다. 현재 매주 금, 토요일 밤 10시에 방송 중이다.

김바다 작가는 "전작인 '열혈사제' '천원짜리 변호사' '모범택시'가 흥행했기에 부담도 있었지만 영광이라는 마음이 더 컸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앞선 작품들을 정말 즐겁게 봤다. 그 계보를 잇는 작품을 쓴다는 건 기쁜 일이고 시청자들도 즐겁게 보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2012년 OCN '히어로'로 TV 드라마에 발을 디딘 김 작가는 2012년 KBS2 '패밀리' 이후 작품 활동을 쉬다 2021년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마이네임'으로 이름을 알렸다. 그리고 올해 '재벌X형사'로 또 다시 수사·추리물을 집필했다.

'패밀리'를 제외한 그의 작품 모두 부정부패에 맞서 싸우고 진실을 찾는 '사이다물'이다. 이에 김 작가는 "거대한 적과 싸우는 캐릭터를 좋아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불굴의 의지를 갖고 앞으로 가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쩌면 현실에서 내가 보잘것없는 겁쟁이라 그런건지도 모른다. 그렇게 살지 못하지만 멋진 캐릭터가 운명과 시련을 이겨내고 승리하는 이야기로 대리만족을 한다"고 설명했다.

김 작가는 어릴 적부터 추리소설 광팬이었다고 한다. 그는 "읽은 책의 90%가 추리소설이었다. 퇴근하고 맥주 한잔 마시며 볼 수 있는 수사극을 써보고 싶었다"며 "때마침 제작사에서 '실버스푼'을 추천받았고 재벌이 형사가 되는 설정이 맘에 들었다. 보통 수사물에서 권력자나 재벌가의 범인을 잡을 때 벽에 부딪히는데 그걸 뛰어넘을 수 있는 재벌3세가 형사라면 재밌는 작품을 만들 수 있겠더라"고 집필 계기를 설명했다.

수사물을 집필하기 위해선 형사 못지않은 지식이 필요하다. 또 법의학과 관련된 공부도 필수다. 이에 김 작가는 "형사 못지 않은 지식은 없다"고 일갈하면서도 "추리물 특유의 반전과 설정은 그간 읽고 봤던 작품들에서 쌓은 거다. 대본을 쓸 때 그때마다 조사를 다시 하고 자문해주는 분들과 상담하는데 이번 '재벌X형사'는 경찰 출신 변호사들의 조언을 받았다"고 감사함을 표했다.

김바다 작가는 OCN '히어로'(왼쪽)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마이네임'을 통해 부정부패에 맞서고 진실을 찾는 주인공들을 그렸다. /OCN, 넷플릭스

김 작가는 영화감독의 꿈을 먼저 가졌다고 한다. 영화 '영웅본색'을 본 이후 주윤발에게 매료된 그는 주윤발 출연 영화를 모두 봤단다. 그러다 '나라면 다르게 썼을 텐데'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고 영화학과에 진학했다. 그러나 드라마 작가로 발길을 옮겼다.

"단편영화를 썼는데 감독보다 작가와 어울리는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제 시나리오를 좋아한 사람들이 제가 연출한 작품을 보고 실망했거든요.(웃음) 데뷔까지 무려 10년까지 걸렸어요. 그 사이 영화사 기획실에서 일하기도 하고 문화센터 강사로 활동했어요. 또 광고에 필요한 스토리와 학원 공연용 극본을 썼죠. 데뷔하지 못한 작가의 삶은 경제적으로 힘들어요. 그런데 '근거 없는 희망' 같은 게 있었어요. '언젠가는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긍정적인 생각으로 쓰며 버텼어요."

그 때문에 김 작가는 학원을 다니거나 보조작가 경험이 없다. 그럼에도 그를 스타 작가로 이끈 힘은 무엇일까. 그는 "매일 읽고 보고 쓴다"고 강조했다.

"10대부터 닥치는 대로 읽고 보며 자랐어요. 영화가 나오면 원작을 보고 어떻게 각색했는지, 작품에 어울리는지, 나라면 어떻게 했을지 상상하곤 했어요. 중고등학생 때 100편의 영화를 분석했고 여러 작품을 보며 생각을 정립한 것이 작가의 바탕을 만들었어요."

그의 집필 순서는 조금 독특하다. 보통 캐릭터 설정이나 사건의 시작점부터 시작하기 마련인데 김 작가는 반대로 클라이맥스부터 만든단다.

"어떤 장르와 콘셉트가 생기면 클라이맥스를 생각하게 돼요. 가장 극적인 장면, 모든 스토리는 그 순간을 위해 달려가기 때문이죠. 그 장면을 구체적으로 상상하는데요. 주인공이 왜 저런 상황에 처했는가, 어떤 생각을 할 것인가. 그러다 보면 주인공의 선택을 통해 캐릭터가 만들어지고 상황에 의해 스토리가 이어져요. 그리고 상상한 장면까지 가는 길을 처음부터 만들어요. 변칙적인 방법일지도 모르는데요. 작품 전 클라이맥스를 쓰는 경우도 많아요. 쓰다 보면 바뀌는 경우도 많지만 그 순간의 에너지를 만들기 위해 서사를 쌓아가는 스타일이에요."

SBS 금토드라마 '재벌X형사'를 집필한 김바다 작가는 자신의 준비생 시절을 떠올리며 "매일 읽고 보고 썼다"고 설명했다. /SBS 방송화면 캡처

준비 기간과 무명이 길었던 탓일까. 그는 작가 지망생들에게 애정 어린 희망의 메시지를 마구 전했다. 김 작가는 "돌아보면 내가 한 일은 매일 쓰면서 버텼다는 것 하나다. 지금도 책상엔 '작가는 오늘 글을 쓴 사람이다'라는 문구가 적혀있다"며 "내가 아는 한 좋은 작품을 만드는 데 천재는 없다. 매일 쓰면 결국 작가가 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드라마 작가의 가장 큰 매력으로 '파급력'과 '금전적 보상'을 꼽았다. 김 작가는 "16시간의 이야기를 채워가는 건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완결되기 전 여러 의견을 수용하고 조율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고 전했다. 이어 "몇 부 쓰지 않은 상황에서 사방에서 쏟아지는 지적을 받아야 하는데 때 흔들리거나 방향을 잃으면 개미지옥에 빠진다. 모든 드라마는 그 지옥을 버텨낸 작가의 결실"이라고 말했다.

"오랜 시간과 노력을 들인 만큼 보상이 커요. 먼저 파급력인데요. 작품이 잘되면 수많은 사람들이 즐겁게 공유하잖아요. 내가 만든 캐릭터를 사랑하고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며 함께 웃고 울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건 정말 멋진 일이죠. 또 금전적 보상이 커요. 작가 중에 가장 돈을 많이 버는 건 아마 드라마 작가일겁니다. 물론 대본료를 많이 받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릴 수 있지만요."

끝으로 김 작가는 자신의 직업을 '파티 플래너'라고 정의했다. 그는 "장소를 섭외하고 콘셉트를 정하고 요리를 준비하고 사람들을 초대하는 것이 닮았다. 하나의 세계를 만들고 장르를 선택하고 수많은 스태프와 배우를 모셔 멋진 파티를 만들 듯 작품을 만든다"며 "시청자들을 초대하기 위해서. 이들이 즐겁게 시간을 보내는 것이 최고의 보람"이라고 정리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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