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박중현]‘20년 만에 그린벨트 화끈하게 푼다’… 왜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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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분께서 '화끈하게 풀어 달라'고 하셨는데 걱정하지 마세요." 올해 들어 13번째로 울산에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비수도권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대폭 해제 계획을 내놓은 뒤 이렇게 말했다.
정부는 획일적인 해제 기준을 바꿔 부산 울산 창원 대구 광주 대전 등 6개 대도시 등지의 그린벨트를 풀 방침이다.
총선을 47일 앞두고 지방 표심을 겨냥한 조치란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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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국가첨단산업단지, 지방자치단체의 지역전략사업 추진을 위해 필요한 경우 보전가치가 높은 1·2등급 그린벨트까지 풀 수 있도록 하고, 지역별 그린벨트 총량 규제에서도 예외로 인정해 준다는 게 이번 방안의 핵심이다. 현재 전국 그린벨트 3793km² 중 64%가 비수도권에 있다. 전국적인 그린벨트 해제는 2001∼2003년 춘천 청주 전주 여수 제주 진주 통영 등 7개 중소도시 해제 이후 20여 년 만에 처음이다.
▷1971년 박정희 대통령 지시로 서울 광화문에서 반경 15km 선상의 도넛 모양의 땅이 처음 지정된 후 그린벨트는 전 국토의 5.4%까지 확대됐다. 산업화, 도시화가 진행되는 동안 무분별한 도시 확대 방지, 미래세대를 위한 자연보전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김영삼 정부 때까지 큰 틀이 유지되다가 김대중 정부 때 외환위기 극복을 위한 경제 활성화 명목으로 큰 폭의 해제가 처음 이뤄졌다.
▷이후 역대 정부들은 수도권 주택 문제가 심각해질 때마다 그린벨트에 손을 댔다. 노무현 정부는 국민임대주택, 이명박 정부는 보금자리주택, 박근혜 정부는 민간 기업형 임대주택을 지을 땅을 확보하기 위해 서울 등 수도권의 그린벨트를 풀었다. 2020년 아파트 값이 폭등해 골머리를 썩이던 문재인 정부도 서울 주변 그린벨트를 해제해 아파트를 더 지으려다가 여론이 악화되자 포기했다.
▷이번 그린벨트 해제는 지방 산업기반 강화 목적으로 비수도권 대도시를 겨냥했다는 게 다른 점이다. 수도권 그린벨트 해제는 고려하지 않는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수도권 해제를 함께 추진할 경우 지방 표심에 미치는 효과가 반감되거나 오히려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그린벨트 해제는 국회에서 법을 고치지 않고도 정부가 자체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
▷국토의 효율적 활용은 중장기적인 밑그림을 토대로 추진돼야 한다. 특히 기후변화 때문에 세계적으로 환경 문제가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도시의 허파’ 역할을 해온 녹지 규제 완화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더욱이 총선을 코앞에 두고 대통령이 그린벨트 해제처럼 인화성 높은 개발 정책을 쏟아내는 건 관권을 이용한 선거 개입이란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박중현 논설위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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