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와우리] 해양 안보가 종합 국력인 시대
해운 물류 차단 경제 마비 불러
근해 넘어 전 세계로 확대하는
새 해양안보 전략 수립 급선무
2024년에도 세계는 분쟁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중 전략경쟁도 여전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소모전 양상이며, 작년 10월 시작된 이스라엘과 하마스 무장 정파 간의 충돌은 중동 전쟁으로의 비화 우려까지 낳는 중이다. 연초에 거행된 대만 선거에서 독립 성향 민진당 라이칭더(賴淸德) 후보 당선으로 대만해협의 긴장 고조가 예상되는 가운데, 예멘의 친이란 후티 반군이 세계적 물류 요충지 홍해에서 유조선과 화물선 등을 공격하면서 10개국 연합함대가 저지에 나섰다. 해상으로 확대된 현실화한 안보 위협의 한 단면이다.
특히 한반도가 위치한 동아시아 지역은 현재 세계 해군의 60%가 집결해 있어 군사 충돌 가능성과 함께 초국가적 사건 발생 가능성이 큰 위험 지역이다. 남중국해에서 ‘항행의 자유’를 앞세운 미국과 갈등하는 중국은 인공섬을 조성해 군사 기지화했고, 항모 등 대양 해군력의 증강을 통해 미·중 경쟁에서 제해권 우위 및 에너지 항로 확보에 열중하고 있다. 여기에 우리 서해를 내해화하려는 시도를 계속하면서 한반도 근해에서 함정과 군용기 활동까지 증가시키고 있다. 북한도 작년 말 제8기 제9차 전원회의 확대 회의를 통해 기존의 통일 노선 폐기와 더불어 NLL(북방한계선) 불인정을 공언하면서 한반도 해역의 불안정성을 증폭시키는 중이다.
삼면이 바다인 실질적 해양 국가이자 통상국가인 한국 경제의 대외의존도는 2022년 100.5%를 기록했으며, 수출입 물동량의 99.7%를 해상 수송이 담당한다. 특히 수입 원유의 100%, 곡물의 77%를 해양을 통해 수입할 만큼 해양 안보가 중요하다. 한국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해상교통로가 일주일만 봉쇄돼도 약 5조원에 달하는 피해가 발생하며 산업은 거의 마비된다고 한다. 안전하게 에너지를 조달하지 못하면 아무리 막강한 군사력도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고, 여기에 해적, 해양 테러나 해양 폭력·마약 밀매·불법 이민·인신매매·불법 상거래, 해양오염 등 초국가적이고 비군사적인 긴장까지 더해지면서 군사 안보 범위도 초월했다.
이는 우리에게 새로운 해양 안보 전략 수립을 요구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은 북한의 국지적 해양 도발이나 북한과의 전면전 및 중국·일본 등 주변 특수 상황에 대비한 해양·해군 전략을 통해 연안 위주의 군사작전에 초점을 맞추어 왔다. 이제는 전 세계 해양으로의 전장 확대와 동아시아 해양 안보 환경의 급속한 악화에 대비한 종합적인 해양 안보 전략 수립이 시급한 시점이다. 해양 통제력 확보는 국가안보의 핵심 요소로 국력 투사의 지표다. 선진 해군력에 기초한 해상 통제 능력이 종합 국력인 시대임을 잊지 말자.
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교수 국제지역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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