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에 70㎝ 폭설... 주민 고립·정전 피해 속출
지난 20일부터 서울과 수도권, 강원, 충청 등 중부 지방에 많은 눈이 내리면서 곳곳에서 사고가 잇따랐다. 22일까지 최대 160㎝ 가까이 ‘눈 폭탄’이 쏟아진 강원 영동 지역에서는 주민들이 집 안에 고립되고 나무가 쓰러져 전기가 끊기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강원소방본부에 따르면 강원도에서 이날 오후 5시까지 총 45건의 눈길 교통사고가 발생해 46명이 다쳤다. “눈이 많이 쌓여 집에서 나가지도 못하고 고립됐다”는 신고도 3건 접수돼 119구조대가 출동했다. 119는 집 안에 갇힌 주민 4명을 구조했다.
정전 피해도 있었다. 이날 오전 6시쯤 홍천군 서면에서는 쌓인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쓰러진 나무가 고압선을 덮치면서 인근 112가구가 6시간가량 정전 피해를 입었다. 앞서 삼척시 도계읍에서도 새벽 3시쯤 소나무가 전선을 덮쳐 인근 마을 주민들이 2시간가량 정전 피해를 입었다.
지난 20일부터 눈이 내리기 시작한 강원도에는 이날 오후 8시까지 고성 향로봉에 적설계 최대 측정치인 146.4cm의 눈이 쌓였다. 또 강릉 성산 70.4cm, 인제 조침령 68.1㎝, 강릉 삽당령 61.9㎝, 양양 오색 56.1㎝, 동해 달방댐 45.4㎝의 적설량을 기록했다.
이날까지 13.8㎝의 눈이 내린 서울에서는 출근길 지하철이 지연 운행하면서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5호선은 전 구간의 지하철 운행이 평소보다 최대 25분 지연됐다. 교통공사 관계자는 “강동구 고덕차량기지에서 전차선에 쌓인 눈이 얼어붙으면서 전력 공급에 차질을 빚었다”며 “이 때문에 열차가 차고지를 빠져 나오지 못해 출발이 줄줄이 지연됐다”고 했다. 전차선은 선로 상공에 설치된 전선으로 열차에 전기를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2호선도 일부 지상 구간의 선로 전환기 장애로 20~25분가량 지연 운행했다. 7호선은 태릉입구역~용마산 구간에서 승강장 안전문(스크린도어)이 닫히지 않는 이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교통공사 관계자는 “지하철 지붕에 쌓인 눈이 튀어 안전문 센서가 오작동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이 때문에 지하철 운행이 최대 25분 늦어졌다.
눈이 쌓인 경사로에서 미끄러져 내려오는 차를 몸으로 막던 30대 남성이 숨지는 사고도 발생했다. 서울 금천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4시 5분쯤 금천구 독산동 주택가 골목에서 자신의 차량이 눈길에 미끄러지자, 차에서 내려 다른 차와 부딪히지 않게 하려고 몸으로 막던 A씨가 두 차량 사이에 끼어 숨졌다. 현장에서 의식을 잃은 A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사망했다.
이틀 동안 최대 9.9㎝의 눈이 내린 인천에서는 눈길에 차량이 고립되고 통신케이블이 내려앉는 사고가 있었다. 이날 오전 4시쯤 인천 남동구 간석동에서는 차량이 눈에 갇혀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오전 6시 30분쯤에는 미추홀구 석정로 숭의로터리~남부역사거리 250m 구간의 통신케이블이 쌓인 눈에 내려앉아 차량 통행이 2시간가량 통제되기도 했다.
이날 오전 7시쯤 충북 음성에서는 제설 차량이 눈길에 미끄러져 전복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제설 차량은 편도 2차로 도로에서 제설 작업을 하던 중 미끄러지면서 도로 옆 경사로로 굴렀다. 운전자 A(48)씨는 소방 당국에 구조됐다. 음성 지역에는 밤새 최대 8.1㎝의 눈이 내렸다. 앞서 경기 부천에서도 오전 5시 7분쯤 작업 중이던 제설 차량이 빙판에 미끄러지면서 넘어졌다.
오전 5시 33분쯤 경기 화성 마도면에서는 제설 작업을 하던 작업자 1명이 염화칼슘 마대에 깔려 다치는 사고도 있었다.
이날 오후부터 수도권과 충청권에 내리던 눈은 차례로 그쳤지만, 강원 영동 지역은 23일 오전까지 눈이 이어질 것이라고 기상청은 예보했다. 기상청은 “강원 영동 지역을 중심으로 23일까지 최대 30㎝의 눈이 더 내릴 것으로 보인다”며 “안전사고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