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격수’ 김하성부터 ‘생존 경쟁’ 최지만까지···코리언 빅리거들의 시범경기 스타트
누군가에게는 예열, 또 누군가에게는 기회와 경쟁의 장이다. 많은 코리안리거들이 대거 합류해 어느 때보다 뜨거운 관심을 모으는 2024 메이저리그(MLB) 시범경기가 드디어 막을 연다.
올해 MLB 시범경기는 23일 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개막전으로 문을 연다. 두 팀은 3월20일과 21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MLB 서울 시리즈’를 통해 메이저리그 구단 가운데 가장 먼저 정규시즌 개막을 맞이하는데, 시범경기 또한 가장 먼저 갖게 됐다.
이번 시즌은 메이저리그에서 4년째를 맞는 김하성(샌디에이고)를 필두로 이정후(샌프란시스코)와 고우석(샌디에이고) 등 새롭게 도전장을 내미는 선수들에, 최지만(뉴욕 메츠)과 배지환(피츠버그) 등 처절한 경쟁을 앞두고 있는 이들까지 더해 그 어느 때보다 많은 한국인 선수들이 시범경기를 통해 인사할 예정이다.
지난해 유틸리티 부문 골드글러브 수상자로 선정된 김하성은 올해 다시 유격수로 돌아간다. 마이크 실트 샌디에이고 감독이 스프링캠프에서 “기존 주전 유격수인 잰더 보가츠가 2루로 이동하고, 김하성이 유격수로 나선다”고 못박았다.
김하성은 메이저리그 데뷔 후 유격수와 2루수, 3루수 등 1루수를 제외한 전 내야 포지션을 두루 소화했다. 어느 포지션에 가든 최정상급 수비를 자랑한 김하성은 올해, 마침내 그 진가를 인정받았다. 샌디에이고와 11년 2억8000만달러라는 대형 계약을 맺은 보가츠의 팀내 위상이 상당한데도 불구하고 아무말이 없었다는 것은 그 역시 김하성의 수비를 인정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김하성과 한솥밥을 먹는 고우석은 시범경기부터 마무리 투수 자리를 위해 뜨거운 경쟁을 펼친다. 샌디에이고와 2+1년, 최대 940만달러를 받는 고우석은 개막전 로스터에 들기 위해 시범경기부터 물러설 수 없다. 샌디에이고는 지난해까지 마무리 투수로 활약한 조시 헤이더가 휴스턴 애스트로스로 떠나면서 마무리 투수 자리가 공석이다. 마쓰이 유키, 로베르트 수아레스와 경쟁을 펼치는데, 현지에서는 고우석이 마무리 투수를 차지할 것이라는 가능성을 낮게 본다. 그래도 경쟁에 절대라는 말은 없다.
이번 겨울 한국 야구계를 뜨겁게 달군 이정후는 25일 시카고 컵스와 시범경기 개막전을 통해 첫선을 보일 것으로 보인다. 6년 1억1300만달러로 아시아 야수 최고 계약 기록을 세운 이정후는 입단 후부터 신뢰를 듬뿍받고 있다.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은 “이정후가 개막전에 나서지 못한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라며 절대적인 믿음을 보내고 있다. 이정후는 이번 스프링캠프 기간 경쟁보다는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공에 적응하는데 힘을 기울이고 있다.
배지환과 최지만은 살얼음판 생존 경쟁을 펼쳐야 한다.
지난해 111경기에 출전해 팀내 가장 많은 24개의 도루를 기록했던 배지환은 닉 곤살레스, 리오버 페게로 등의 선수들과 함께 주전 2루수 경쟁을 펼치는 중이다. 피츠버그는 25일 미네소타 트윈스전을 시작으로 시범경기 일정에 돌입한다.
경험에서는 배지환이 경쟁자들보다 우위에 있지만, 안심할 수는 없다. 배지환은 지난해 타율 0.231, OPS(출루율+장타율) 0.609 등 타격 성적이 심각하게 부족했다. 나가면 2루를 훔칠 수 있는 뛰어난 스피드를 갖춘 것은 장점이긴 하나, 3할이 채 안되는 출루율을 더 끌어올리면 도루 숫자도 늘어날 수 있다. 3할대에 그친 장타율을 끌어올리는 것도 과제다.
팀을 찾지 못하다 지난 17일 뉴욕 메츠와 1년 스플릿 계약을 맺은 최지만은 경쟁에서 탈락하면 메이저리그 입성이 험난해진다. 탬파베이 레이스 시절 주전급 1루수로 준수한 활약을 펼쳤던 최지만은 지난해 부상 여파로 인해 39경기에서 타율 0.163, 13홈런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팀내 피트 알론소라는 부동의 주전 1루수가 있는 상황에서, 최지만은 현실적으로 주전 지명타자를 노리는게 현실적인 목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시범경기 개막전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전(25일)부터 생존 경쟁을 벌인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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