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트 몇 번 했다고 성폭행해도 되냐”…의사들 ‘막말’ 도 넘었다

이승준 기자 2024. 2. 22.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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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20~30등 의사, 국민 원치 않아”
의협 간부 100분 토론 ‘거짓 주장’ 이어
22일 저지 궐기대회서도 막말 쏟아져
서울시의사회 소속 의사들이 22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정부의 의과대학 입학 정원 확대에 반대하는 궐기대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의 의대 입학정원 증원에 반발해 집단행동에 나선 의사들이 도를 넘은 거친 발언들을 쏟아내고 있다. 의대 증원을 주제로 지난 20일 열린 티브이(TV) 토론회에서 ‘반에서 20~30등 하는 의사를 국민이 원하지 않는다’며 우월 의식을 드러낸 데 이어, 22일 열린 궐기대회에선 “환자가 죽으면 정부 때문”, “데이트(협의) 몇 번 했다고 성폭행(의사 증원)해도 되느냐”는 막말이 쏟아져 나왔다.

서울시의사회가 22일 저녁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개최한 제2차 ‘의대 정원 증원·필수의료 패키지 저지를 위한 궐기대회’에서 좌훈정 서울시의사회 정책이사는 “우리 말 듣지 않고 이렇게 정책(을) 밀어붙이는 정부야말로 국민을 볼모로 삼은 것 아니냐”며 “환자가 죽으면 정부 때문”이라고 말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그는 또 “국민들이 원해서 의대 정원을 늘렸다는데, 여론조사에서 국회의원 수 100명으로 하자면 하겠나. 공무원 반으로 줄이자면 줄이겠냐. 대통령 하야하라는 여론이 50% 넘으면 물러날 거냐”고 되묻기도 했다고 한다.

좌 이사는 또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을 향해 반말로 “야, 우리가 언제 의대 정원 늘리자고 동의했냐”며 “네 말대로라면 데이트 몇 번 했다고 성폭력 해도 된다는 말과 똑같지 않냐”고 비난을 쏟아내기도 했다. 복지부가 대한의사협회와 협의를 통해 의대 증원 추진에 나섰다고 한 것을 성폭행에 비유한 것이다. 그는 “내가 피를 보고, 내 스스로 목숨을 끊을 날이 있어도 네 옷을 벗길 거다”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앞서 주수호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도 이날 언론 정례 브리핑에서 3월3일 전국 의사 총궐기대회를 예고하면서 정부를 “자식을 볼모로 매 맞는 아내에 폭력을 행사하는 남편”이라고 비꼬았다. 주 위원장은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볼모로 해서 이 사태를 벌인 것은 의사가 아니라 정부”라면서 “아무리 몰아붙여도 의사들은 환자 곁을 떠날 수 없을 것이라는 정부의 오만이 이 사태를 만든 거라고 확신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20일 밤에 방송된 문화방송(MBC) ‘100분토론’에선 의사 쪽을 대변해 나온 이동욱 경기도의사회장이 “지역의사제에서 성적 낮은 학생을 뽑아서 의무근무를 시키면 근로 의욕도 떨어질 것이고, 그 의사한테 (국민들이)진료받고 싶겠나”고 정부의 지역인재전형 확대 방침을 비판하며 ‘성적’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지역의사제로 성적이 많이 떨어지는 인재를 뽑을 수밖에 없다”며 “그 지역 인재를 80% 뽑아봐라. 지역에 있다고 해서 의대를 성적이 반에서 20~30등 하는 사람을 뽑아서 그다음에 또 거기서 의무근무도 시킨다”고 했다. 그는 “국민들의 눈높이를 무시하고 그냥 산술적으로 양만 때워서 맛없는 빵을 만들어서 사회주의에서 배급하듯이 이렇게 하면 국민들은 그런 걸 원하지 않는다”고 붙였다. 정부는 의대 정원을 늘리며 지역·필수의료를 강화한다는 취지로 지역 의대 지역인재전형 선발 비율을 60% 이상 올린다는 방침을 세운 바 있는데, 고교 ‘등수’로 의사 자질을 판단하는 편향된 의식이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비판이 나왔다. 게다가 현실과 맞지도 않는 주장이란 지적도 제기됐다.

박 차관은 21일 브리핑에서 이 회장이 발언에 대해 “‘지역인재전형을 하면 성적이 낮은 사람이 입학을 해서 의료의 질이 떨어진다’ 이런 취지의 발언이시라고 이해를 한다”며 “저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박 차관은 “반에서 20등, 30등 이게 너무 좀 감성을 자극하는 발언 같다. (지역인재전형이) 의료의 질을 떨어뜨린다고 하는 거는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다”며 “지방에 있는 학생들은 공부를 못 한다, 이런 감성을 자극하는 것 같은데, 지금도 규정에는 40% 이상의 학생들을 지역 전형으로 뽑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 방침은) 이 40%의 수준을 조금 더 올리는 방법을 하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의료의 질이란 것은 좋은 교육 그리고 좋은 실습 이런 것들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진다. 그다음에 의료인으로서의 사명에 대한 또 분명한 생각들이 적립되는 것이 좋은 의사가 되는 것 아니겠냐”며 고교 성적을 언급한 이 회장의 발언을 에둘러 비판했다.

2020년 9월 대한의사협회 산하 의료정책연구소가 문재인 정부의 공공의대 정책을 비판하며 페이스북 등에 올린 게시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갈무리

이 회장의 발언은 현실과도 맞지 않는다. 지난해 기준 전국 고등학교의 수는 2379개로, 전교 3등까지 학생을 추리면 7000명이 넘는다. 정부가 의대 입학 정원을 3058명에서 내년부터 5058명으로 늘려도, 하위권 학생의 의대 입학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 회장의 발언은 지난 2020년 문재인 정부의 공공의대 정책을 비판하며 대한의사협회 산하 의료정책연구소가 올린 게시물로 벌어졌던 논란을 연상케 한다. 2020년 9월1일 의료정책연구소는 페이스북에 ‘정부와 언론에서는 알려주지 않는 사실: 의사파업을 반대하시는 분들만 풀어보세요’라는 제목의 카드뉴스를 올렸다. ‘당신의 생사를 판가름 지을 중요한 진단을 받아야 할 때, 의사를 고를 수 있다면 둘 중 누구를 선택하겠습니까’라는 질문에 ‘매년 전교1등을 놓치지 않기 위해 학창시절 공부에 매진한 의사’와 ‘성적은 한참 모자라지만 그래도 의사가 되고 싶어 추천제로 입학한 공공의대 의사’가 예시문으로 제시됐다. 의사들의 ‘특권의식’을 드러낸다는 비판이 계속되자 연구소는 게시물을 삭제했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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