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협회, 그 ‘난리’ 겪어놓고 국내 감독이란 ‘뻔한 답’ 쓰나
이름값만 치중 또 패착 둘까 우려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의 브리핑에선 명쾌한 결론이 없었다. 국내 지도자에게 지휘봉을 맡기겠다는 의지만 보인다. 최근 해산된 클린스만호에서 가장 큰 고민거리였던 방향성은 이번에도 없었다.
정해성 신임 전력강화위윈장(사진)은 지난 21일 총 8가지(전술적 역량·선수 육성·지도자로 쌓은 성과·풍부한 경험·소통 능력·리더십·코칭스태프 구성·성적을 낼 수 있는 능력)의 축구대표팀 감독 선임 기준을 밝혔다.
나름의 고민과 논의 아래 나온 이 기준들은 일견 2018년 9월 파울루 벤투 전 대표팀 감독의 선임 과정보다 까다로워 보인다. 당시 김판곤 감독선임위원장(현 말레이시아 감독)이 지도자로 쌓은 성과(월드컵 지역 예선 통과 경험·대륙간컵 우승 경험·세계적인 수준의 리그 우승 경험)를 우선시한 데 비해 정해성 위원장은 훨씬 많은 부분을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도자 검증에 앞서 필요한 첫 단계가 생략돼 있다. 한국 축구에 어울리는 축구 철학 그리고 방향성에 대한 고민이 없다. 예컨대 벤투 감독을 데려올 당시에는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가 선보일 밑그림이 있었다. 능동적인 축구였다. 한국 축구가 강팀을 상대로 역습만 노리는 한계를 벗어나겠다는 목표 아래 이를 실현시킬 수 있는 지도자를 찾았고, 그 지도자 중에서 성과를 기준으로 검증했다.
벤투 감독은 모국인 포르투갈에서도 박한 평가를 받고 있었다. 하지만 하나의 일관된 흐름을 유지하는 뚝심은 인정할 만했고, 월드컵 본선에서 우루과이와 가나, 포르투갈이라는 쉽지 않은 상대들을 넘어 16강 진출의 성과를 냈다.
방향성에 대한 고민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 연속성을 유지하지 못한 것은 아쉽기만 하다. 영원한 라이벌 일본이 패스에 기반한 축구라는 한 가지 흐름으로 계속 발전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비교된다.
방향성 없는 검증은 이름값만 높은 지도자를 데려오는 명분으로 전락할 수 있다. 불과 1년 전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을 선임한 과정이 그랬다. 클린스만과 함께 옷을 벗은 마이클 뮐러 전 위원장이 연속성과 경험, 동기부여, 팀워크등을 거론했지만 지금 따져보면 무의미했다. 클린스만 감독이 스스로 밝혔듯, 자신이 감독을 하겠다 제안하고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톱다운 방식으로 후보를 내려보내 꿰맞춘 것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국내 지도자를 선임하겠다고 천명한 이번 전력강화위도 다시 정해진 후보로 나아가는 수순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전력강화위가 짜이기 전 거론됐던 특정 인물들 중에서 결국 새 사령탑이 나올 것이라는 추론에 오히려 무게가 실리고 있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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