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비례정당 출범 초읽기…이번에도 ‘꼼수’ [이슈 집중]
[앵커]
앞으로 48일 남은 총선, 4년 전처럼 '준연동형 비례제'로 치러지는데, 그래서 유권자들은 이번에도 총선용 위성정당이 생겨나는 걸 봐야만 합니다.
국민의힘은 내일(23일) '국민의미래'를 출범시키고, 더불어민주당 측인 '민주개혁진보연합'은 다음 달 3일 창당합니다.
양당은 이 위성정당들에서만 비례 후보를 낼 계획인데 전체 300석 가운데 47석인 비례 의석을 얼마나 가져갈지 관심입니다.
이 비례 의석을 정당 득표율에 따라 배분할 때 사용되는 게 이 산식인데 자세히 봐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심상정 의원은 "국민은 알 필요가 없다"고까지 말했는데 이렇게 복잡한 산식 뒤에는 정치권 이해관계가 숨어있습니다.
준연동형 비례선거제 여파로 이번에도 의원 꿔주기 같은 한국정치의 후진성을 보여주는 각종 꼼수가 펼쳐질 걸로 보입니다.
민정희, 이예린, 이현준 기자가 집중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국민의힘은 비례 위성정당 '국민의미래' 대표에 국민의힘 당직자를 내정하고, 일부 의원들의 당적 옮기기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또 '의원 꿔 주기 꼼수'냐는 비판이 나오는데 준연동형 유지를 결정한 민주당에 맞서는 비상계획이라고 반박합니다.
비례 위성정당 '민주개혁진보연합' 창당을 앞둔 민주당은 연합정치를 실현하는 거라며 국민의힘 위성정당에 대한 정당한 대응이라는 입장입니다.
[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표 : "나는 원래 도둑이니까 도둑질해도 되지만 야당은 근처에 오지도 말아야 된다는 그런 이야기 아닙니까?"]
민주당은 민주당 측을 포함해 비례 당 의석을 어떻게 배분할지에 합의했는데 시민사회단체 추천 4명과 진보당 추천 3명, 새진보연합이 추천하는 3명에게 모두 30명인 비례 후보 명단의 상위 순번을 주기로 했습니다.
이대로 진행되면 진보당의 원내 진입이 유력한데 진보당은 2012년 위헌 결정으로 해산된 통합진보당의 후신 격인 당입니다.
내란 선동 혐의로 징역 9년을 선고받은 이석기 전 의원과 함께 의원 활동을 했던 김재연, 이상규 전 의원 등이 진보당 소속입니다.
민주당이 통진당 세력의 '국회 진출' 길을 열어 주고 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한동훈/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 "자기가 살기 위해서 종북 위헌 정당 세력인 통진당 세력을 부활시키고, 정통의 정당 민주당을 통진당화하고…"]
민주당은 울산 북 지역구에선 진보당으로 후보 단일화를 합의했는데 당 내에서도 반발이 터져 나왔습니다.
[이상헌/더불어민주당 의원/울산 북구 : "이번 합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민생과 정책을 대변하기보다는 정치적 거래와 지역구 나눠먹기식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비례연합에 참여하지 않는 녹색정의당은 양당의 '의원 꿔 주기'는 '위장전입'이라며 비판했습니다.
[심상정/녹색정의당 원내대표 : "위성정당이 재현되고, 투표용지 상위 순번과 선거보조금을 타 내기 위해 위장전입 행각이 되풀이되고 있는…."]
정치인조차 모르고 계산기만 아는 선거제라는 냉소 속에 이번 총선에서도 각종 꼼수와 변칙, 수 싸움이 난무할 거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KBS 뉴스 민정희입니다.
[리포트]
이번 총선에서도 여야 양당은 대표적 꼼수인 '의원 꿔 주기'를 할 태세입니다.
위성정당으로 일부 의원들의 당적을 옮기는 건데, 몇 명을 옮겨야 할지가 골치입니다.
비례대표 투표용지 어느 칸에 당명이 들어갈지를 좌우하기 때문입니다.
지난 총선 때 비례 투표지 한번 보실까요?
정당 기호는 현역 의원이 많은 순서대로입니다.
지난 총선 땐 20석이던 민생당이 기호 3번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비례 투표 용지에선 세 번째 칸이 아니라 맨 윗 칸을 차지했습니다.
기호 1 2번, 더불어민주당 미래통합당이 위성정당으로만 비례 후보를 내면서 비례 투표에선 빠졌기 때문입니다.
민생당 다음 두 번째 칸엔 미래통합당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이, 세 번째 칸엔 민주당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이 있습니다.
비례투표지 순서가 이렇게 된 건, 각각 의원 17명과 8명을 꿔줬기 때문입니다.
지난 총선 때 비례 투표 용지에 올라간 정당은 모두 35개, 투표 용지 길이가 48센티미터를 넘었습니다.
준연동형 비례제에 기대는 총선용 '떴다방'식 당이 난립하다 보니 어느 당을 찍어야 하나 헷갈릴 유권자를 고려해 정당 기호 몇 번을 받아서 비례 투표 용지 몇 번째 칸에 올라갈지도 치열한 눈치작전을 벌여야 하는 겁니다.
여기에다 이번 총선도 선거 유세가 본격화하면 각종 꼼수 유세까지 재연될 거라는 우려가 나옵니다.
이현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그래픽:최창준
[리포트]
지난 21대 총선 민주당 출정식.
얼핏 보면 4월 15일 투표를 독려하는 피켓처럼 보이는데, 사실 기호 1번인 더불어민주당과 기호 5번인 더불어시민당을 함께 홍보하는 겁니다.
선거법상 두 당을 함께 찍어달라고 직접 호소할 수 없기 때문인데, 쌍둥이 유세버스 역시 선거일을 활용한 꼼수였습니다.
국민의힘, 당시 미래통합당도 꼼수 유세는 마찬가지였습니다.
'2번에는 둘째 칸이다'.
기호 2번 미래통합당과 비례 투표용지에서 두 번째 칸에 있는 미래한국당을 함께 찍으라는 겁니다.
당시 미래한국당 원유철 대표는 당명과 기호를 가리기 위해 점퍼를 뒤집어 입기도 했습니다.
이 같은 꼼수 선거운동은 이번 총선에서도 재연될 전망입니다.
다만 여야 대표의 비례정당 선거운동은 전과 달라질 가능성이 큽니다.
지난 총선에 불출마한 이해찬 대표는 비례정당 선거운동을 했지만, 출마를 했던 황교안 대표는 비례정당 선거운동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총선에선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불출마하고 이재명 대표는 출마가 유력합니다.
따라서 한 위원장만 직접 비례정당을 홍보할 수 있습니다.
벌써 비례정당을 '우리당'이라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비례정당을 둘러싸고 선거법을 피하기 위한 꼼수 선거운동, 정치적 계산 때문에 4년마다 혼란이 반복된다는 비판은 여야 모두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KBS 뉴스 이현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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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정희 기자 (jj@kbs.co.kr)
이예린 기자 (eyerin@kbs.co.kr)
이현준 기자 (hjni14@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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