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최악’ 땐 6개월 내 8만5천명 더 사망”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전쟁이 격화할 경우 6개월 안에 주민 8만5000여명이 추가로 사망할 수 있다는 보건학자들의 경고가 나왔다.
2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 존스홉킨스대학과 영국 런던위생열대의학대학원 연구진은 전쟁 발발 전 가자지구의 보건 데이터와 지난 4개월의 전쟁 기간 수집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향후 예상되는 초과 사망자 수를 이같이 추정했다.
연구진은 보고서에서 이스라엘군의 전투 강도, 휴전 여부, 전염병 발생 등의 변수에 따라 2월7일부터 8월6일까지 6개월간 초과 사망자 숫자를 예측했다. ‘초과 사망자’란 전쟁이 발생하지 않았다면 나오지 않았을 사망자 숫자를 말한다.
연구진은 크게 휴전이 이뤄질 경우, 전쟁이 현재까지 진행된 양상으로 계속될 경우, 전쟁이 격화될 경우 등 3가지 시나리오를 설정해 각각 예상되는 초과 사망자 수를 추산했다. 외상성 손상과 전염병, 사산 등 산모·신생아 관련 요인, 신장 투석과 같은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 등 비전염성 질병으로 인한 사망 모두 고려했다.
연구진은 ‘최악의 시나리오’인 전쟁이 격화할 경우 향후 6개월간 7만4290명이 초과 사망할 것으로 예상했다. 콜레라나 홍역, 수막염과 같은 전염병이 유행한다면 예상 사망자 수는 8만5750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세계보건기구(WHO) 등은 가자지구 전체 주민의 85% 이상이 피란민이 되면서 피란시설의 과밀 수용과 열악한 위생 조건, 깨끗한 식수 및 의약품 부족 등으로 인해 전염병이 대거 확산할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
현재의 전투 강도나 인도주의적 지원에 변화가 없다고 가정하면 같은 기간 초과 사망자 수는 5만8260명으로 예측됐으나, 전염병이 발생하면 사망자는 6만6720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정됐다.
‘가장 낙관적인 시나리오’인 즉각적인 휴전이 이뤄질 경우에도 6개월간 6550명의 초과 사망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됐다. 전염병이 유행할 경우 이 숫자는 1만1580명으로 불어났다.
연구에 참여한 폴 스피겔 존스홉킨스대학 인도주의 보건센터 소장은 “휴전이 이뤄진다고 해도 위기에서 벗어난 것은 아니다”라면서 “이 경우에도 사망자가 상당해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프란체스코 체치 런던위생열대의학대학원 교수는 “이 연구는 어떤 정치적 메시지나 편들기가 아니다”라면서 “앞으로 며칠, 몇주간 내려질 결정이 가자지구의 사망자 추이 변화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전쟁이 시작된 이후 138일간 가자지구 누적 사망자는 2만9313명으로 늘어났다. 전쟁 전 가자지구 인구가 약 220만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미 전체 인구의 1.3%가 사망한 것이다.
미국과 이집트, 카타르 등 중재국들은 이스라엘군의 라파 지상작전이 개시되기 전에 휴전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협상 중이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이날 “가자지구는 죽음의 지대가 됐다”고 말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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