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진 탈당, 박용진 ‘재심’ 기각…커지는 민주당 공천 파동
이수진 의원(초선·서울 동작을)이 22일 자신의 지역구가 더불어민주당의 ‘전략 지역’으로 지정되며 공천배제(컷오프)된 데 반발해 탈당했다. 박용진(재선·서울 강북을)·김한정 의원(재선·경기 남양주을)은 ‘하위 20%’ 평가에 재심을 신청했으나 기각돼 “왜 어떤 기준으로 평가했는지 알려주지 않느냐”고 따졌다. ‘밀실 공천’ ‘비명계 찍어내기 공천’ 논란과 반발이 갈수록 확산하면서, 4·10 총선 공천을 둘러싼 민주당 내부의 파열음이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하지만 이재명 대표는 “시스템 공천을 투명하게 하고 있다”며 당내 일각의 사퇴 요구에 선을 그었다.
이수진 의원은 이날 오후 당 공천관리위원회(위원장 임혁백)가 서울 동작을 등 5곳을 전략 지역으로 결정했다고 발표하자 즉각 기자회견을 열어 “저를 버리고자 하는 지도부와 더이상 같이 할 수 없다”며 탈당한다고 밝혔다. 4월 총선을 앞두고 공천 결과에 반발해 민주당을 탈당한 건 김영주 의원(4선·서울 영등포갑)에 이어 두번째다.
전략 지역은 지역구에 공천을 신청한 이들의 경선 등을 거쳐 후보를 결정하는 게 아니라 당이 그 지역에 적절하다고 판단한 이를 ‘전략 공천’하는 곳으로, 이날 공관위 결정에 따라 이 의원은 공천에서 탈락하게 됐다. 그동안 이 지역에선 현역인 이 의원이 아닌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 등과 국민의힘 후보를 가상 대결에 붙인 ‘유령 여론조사’가 진행돼 논란이 일었다. 이 의원은 “동작을에 경선 신청도 하지 않은 제3의 후보들을 위한 여론조사가 지속적으로 행해지고, 전략공천을 한다는 기사들이 나면서 지역구를 마구 흔들어댔다”며 “이렇게까지 저를 밀어내는 건 모략이나 사략이 작동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 공관위는 이날, 현역 의원 평가 결과에 불복한 박용진·김한정 의원의 “명백한 하자가 존재하는지 심사 절차를 밟은 결과,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재심 신청을 기각했다. 박용진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어 “학생이 시험을 잘 봤든 아니든 자기 성적표는 볼 수 있어야 되는데 그게 무슨 대단한 거라고 숨기는지 이해되지 않는다”며 “(평가) 관련 자료, 평가위원들의 각 평가점수들이 모두 공개되고 어떤 기준에 의한 것인지 명확히 밝혀져야 하고, 소명의 기회도 보장돼야 하는데 그런 소통이 전혀 없었다”고 반발했다. 또 “재심 신청 (수용 여부를 결정할) 권한은 당규상 공관위에 있는데, 관련 회의가 있지도 않은 상황에서 이런 통보를 한 건 당규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공관위 회의는 오후 2시에 열렸으나, 박 의원은 그 전인 오후 1시에 통보를 받았다.
김한정 의원도 입장문을 내어 “평가 결과는 일절 알려주지 않으면서 어떻게 ‘명백한 하자가 없다’는 것을 당사자가 납득할 수 있겠느냐”며 “(평가가) 정말 객관적이고 공정하다면 재심 과정을 통해 당사자를 이해시켜야 한다”고 비판했다.
친문재인계 전해철 의원은 이런 상황을 두고 페이스북에 “당사자가 재심을 요구하고 본인의 평가 내용을 확인하고자 할 때 납득할 수 있는 근거를 신속하게 제시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그러나 당은 책임있는 조치를 하지 못하고 있다. 공천이 공정하다는 것을 분명히, 근거 있게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해 홍익표 원내대표는 한겨레에 “임혁백 위원장에게 의원들의 재심 요구를 최고위로 넘겨줄 것을 요청했고 임 위원장도 긍정적인 반응을 내놨으나, 곧바로 공관위 차원에서 기각해 입장을 바꿨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전날 의총에서 의원 평가의 공정성·투명성 문제가 제기되자, 홍 원내대표는 임 위원장을 만나 하위 평가 당사자들의 평가자료 열람 등을 요청한 바 있다.
커지는 공천 파동은 이재명 대표 책임론은 물론 임혁백 위원장 사퇴 요구로도 번지고 있다. 지역구인 서울 마포갑이 이날 전략 지역으로 지정돼 공천에서 탈락한 노웅래 의원(4선)은 “예전 계파정치 때보다 10배, 20배 더한 사천이고 ‘공천 독재’”라며 국회 본청 당대표실에서 무기한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노 의원은 임혁백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면서 “나만 금품 관련 재판을 받고 있나. 다 똑같이 받고 있는데 왜 기준이 제멋대로냐”고도 했다. 노 의원은 뇌물 수수 혐의 등으로 재판 중인데, 대장동 의혹 등으로 재판 중인 이재명 대표와 뭐가 다르냐는 뜻이다.
최고위원회의 등의 절차 없이 재심이 기각된 것과 관련해선 홍익표 원내대표도 임혁백 위원장에게 불만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의총에서 의원 평가의 공정성·투명성 문제가 제기되자, 홍 원내대표는 임 위원장을 만나 평가자료 열람을 요청한 바 있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이게 말이 되는 일이냐”며 “임 위원장은 반드시 사퇴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선 공천 실무 책임자인 조정식 사무총장 사퇴론도 나온다.
전날 김부겸·정세균 전 국무총리에 이어 권노갑 상임고문과 정대철 헌정회 회장 등 민주당 원로들은 이날도 성명을 내어 “당의 정치행위 중 가장 중요한 공천 과정에서 이해할 수 없는 행태들이 버젓이 자행되고, 이것이 공천으로 이어진다면 그 결과는 불문가지”라며 “이재명 대표는 일련의 사태에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이상헌 의원(재선·울산 북)은 기자회견을 열어 “(진보당과의 후보 단일화) 합의가 재검토되지 않는다면, 지난 30여년간 민주당에서 저와 함께해 주신 동지들과 다 같이 출마할 준비가 돼있다”며 탈당 뒤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시사했다. 앞서 민주당은 진보당, 새진보연합과 비례연합정당 ‘민주개혁진보연합’(가칭)을 창당하기로 하면서 이 지역 후보를 윤종오 진보당 후보로 단일화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강재구 기자 j9@hani.co.kr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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