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의사면허 특권의 무게

CBS노컷뉴스 이재웅 논설위원 입력 2024. 2. 22.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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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종 기업들이 경쟁제한을 위해 협정을 맺는 일종의 담합 행위를 일컬어 카르텔이라고 한다.

의미가 확대되어 지금은 자기밥그릇을 지키려는 동종업계의 기득권지키기 행태를 뜻하는 부정적인 의미로 더 많이 쓰이고 있다.

전관예우로 얼룩진 법조카르텔이나 경제관료 출신 모피아(Mofia)가 대표적인 기득권 카르텔에 속한다.

기득권에 진입했으니 울타리를 더 높이 쳐서 기득권에 안주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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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환 기자


# 2022년 2월 18일, 수원에 사는 생후 7개월 남자아이가 코로나19 확진후 경기(驚氣)를 일으키는 등 건강상태가 급속히 악화됐다는 119 신고가 부모로부터 접수됐다. 현장에 도착한 구급대는 10여개 병원 응급실에 이송을 타진했으나 거주지인 수원에서 응급실을 찾지 못했다. 결국 아이는 안타깝게도 17킬로미터 떨어진 안산의 대학병원에 도착한 직후 숨졌다. 골든타임을 놓친 원인은 응급실 병상이나 격리병상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소아과 전문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A씨는 지난해 7월 병원에 출근한 직후 뇌출혈로 쓰러졌다. 응급실에서 응급처치를 받았지만 정작 클리핑 개두술을 집도할 수 있는 뇌혈관 신경외과 전문의가 없어 7시간을 허비한 끝에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됐다가 숨졌다. 당시 서울아산병원엔 해당 수술을 할 수 있는 의사가 2명 있었지만 휴가 등으로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고 한다. 국민들은 엄청난 충격에 빠졌다. 국내 최고의 의료수준을 자랑한다는 빅5병원 조차 병원 내에서 쓰러진 간호사에게 손 한번 제대로 쓰지 못하는 의료시스템에 국민건강을 맡길 수 있겠냐는 불안감이 높아졌다.

동종 기업들이 경쟁제한을 위해 협정을 맺는 일종의 담합 행위를 일컬어 카르텔이라고 한다. 의미가 확대되어 지금은 자기밥그릇을 지키려는 동종업계의 기득권지키기 행태를 뜻하는 부정적인 의미로 더 많이 쓰이고 있다. 전관예우로 얼룩진 법조카르텔이나 경제관료 출신 모피아(Mofia)가 대표적인 기득권 카르텔에 속한다.

연합뉴스


문제는 생명을 다루는 전문 직업인인 의사들마저 기득권 카르텔화되고 있다는데 있다. 사례에서 보듯 의료서비스의 공급부족과 불균형 문제는 이제 남의 일이 아니다. 촌각을 다투는 응급환자에겐 골든타임이 생사를 가르는데, 의술이 생명을 살리는 소명이 아니라 밥그릇을 채우는 돈벌이로 전락하는 순간 의료시스템은 국민의 생명을 지켜낼 수 없다.

21일 오후 10시 기준으로 전국 주요 100개 수련병원 소속 전공의 9천여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의대생들마저 이미 동맹휴학을 선언했고, 의사단체는 궐기대회를 통해 파업을 도모하고 있다. 종합병원 전공의들은 장시간 근무에 시달리고, 지역 소도시나 농촌에서는 의사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인데도 이들이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이유는 뭘까?

이미 바늘구멍을 통과했으니 더 이상 바늘구멍을 넓히지 말자는 셈법으로 읽힐 수밖에 없다. 기득권에 진입했으니 울타리를 더 높이 쳐서 기득권에 안주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왜곡된 시스템에 올라타면 30대 중반 이후엔 달콤한 보상이 기다리고 있는 만큼 의사면허증의 희소성을 유지하려는 계산으로 읽힌다. 서울대 의료관리학과 김윤 교수는 "34살에 전문의가 돼서 종합병원에서 받는 연봉이 같은 또래 대기업 과장에 비해 서 너배 높다"고 말했다.

익명의 전공의도 블라인드에 올린 글을 통해 의료계 내부의 실태를 소상히 알렸다. 필수의료분야에 종사한다고 밝힌 B씨는 종합병원 내 전문의 부족 문제를 거론하며 "현재 개원의와 교수들 간 수입이 3배 이상 벌어졌다. 더 많은 공부를 해야하고 더 많은 책임을 지며 더 힘든 일을 하는 교수는 더이상 젊은 의사들에게 매력적인 직업이 아니다. 특히 지방이나 필수의료분야는 의사 자체의 숫자도 적어서 더욱 심각한 상황"이라는 전했다.

스마트이미지 제공


의료계는 '의대 정원 2천명 증원' 규모에 대해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있지만, 4년 전 문재인 정부가 4백명 증원을 추진했을 때도 극렬하게 반대했던게 의사단체였다. 그 어떤 그럴듯한 이유를 동원해도, 의사들이 소명의식보다는 진입장벽 쌓는데 더 몰두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국민들의 의구심은 커져갔다.

필수 의료, 지역 의료가 심각하다는 것은 국가도. 국민도. 의사들도 모두 느끼고 있다. 결국 해법은 수요공급의 문제, 자원배분의 문제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장기간 정원 동결로 국민들이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받기 힘든 상황에 내몰린 만큼 수급 정상화를 위해 의대증원은 관철돼야 한다. "한 명의 의사가 탄압받으면 천 명의 의사가 의업을 포기할 것"이라는 식의 대국민 협박발언은 생명을 다루는 의사들이 입에 담을 발언은 아니다.

전공분야별, 지역별 의료불균형은 정부의 정책기능을 통해 필수의료분야의 수가를 획기적으로 조정하거나 선발제도의 개선과 같은 자원배분의 조정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의사면허의 특권은 국민건강 보호라는 의무에 상응해서 주어졌음을 의사들 스스로 되새기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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