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룸 월세 100만원…청년 짓누르는 주거비

김경민 기자 2024. 2. 22.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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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소형 오피스텔 수요 급증에
월세가격지수 9개월 연속 상승
정부 지원 기준 높아 혜택 한계

회사원 양승훈씨(27)는 최근 임대차계약 만료를 앞두고 서울 서대문구에서 오피스텔 월세를 알아보다 깜짝 놀랐다. 지하철 2호선 이대역 인근 소형 오피스텔 월세가 100만원이 넘어 예상치를 크게 웃돌았기 때문이다. 양씨는 서대문구 일대에서 집을 구하려던 계획을 접었다. 그는 “사회초년생 월급이 200만~300만원인데, 반이 주거비로 나가는 것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원룸 등 초소형 오피스텔의 월세가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초소형 오피스텔 주 수요층인 청년층의 주거비 부담은 더 커졌지만 정부 대책은 마땅치 않다. 오는 26일부터 2차 신청을 받는 월 최대 20만원의 청년월세지원사업은 지원 대상 기준이 너무 높아 대다수 청년들은 소외될 수 있다.

22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 1월 전용면적 40㎡ 이하 초소형 오피스텔의 월세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0.09% 올라 전체 면적 중 상승 폭이 가장 컸다. 중소형 면적(40㎡ 초과~85㎡ 이하)은 지난해 12월 월세 가격이 0.01% 하락해 오름세가 한풀 꺾였으나, 초소형은 지난해 5월 이후 9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초소형 오피스텔의 월세가 치솟는 것은 청년층을 중심으로 수요가 가파르게 늘어서다. 전세사기가 잇따라 터지면서 기존 전세 수요가 월세로 대거 전환됐다. 지난달 전국 오피스텔의 전월세 전환율은 6.01%로, 2018년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래 처음 6%를 돌파했다. 전월세 전환율이 높다는 것은 전세를 월세로 바꾸면서 주거비가 오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수요는 늘었지만 신규 공급은 크게 줄었다. 건설경기가 가라앉으면서 신규 오피스텔 개발 자체가 크게 위축됐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연간 오피스텔 공급량은 2019년 약 11만실로 최고치를 달성한 뒤 지난해 1~9월 1만2800실로 급감했다. 다세대, 다가구, 오피스텔, 도시형생활주택을 합친 소형주택 재고량은 1인 가구 증가 추세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주산연은 “소형주택 재고 증가량은 1인 가구 증가의 76% 수준으로 약 9만호가 부족하다”고 밝혔다.

서울 성수동 등 주요 업무지구나 환승역 등 교통 입지가 양호한 초소형 오피스텔은 월세가 100만원을 웃돌지만 공급보다 수요가 넘치면서 매물이 품귀 상태다.

정부와 여당은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날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현행법상 19~34세 이하인 청년 연령을 39세까지 올리겠다는 청년공약을 발표했다. 청년월세지원사업도 이 구상대로라면 신청 대상이 기존 19~34세 이하에서 더 넓어진다.

하지만 실제 혜택을 받는 수는 여전히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1차 사업 당시 소득·자산 등 조건이 너무 높아 예산 대비 실집행률이 14%에 그쳤는데, 2차 사업도 같은 조건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홍정훈 한국도시연구소 연구원은 “연령 기준을 넓히는 것보다 부양의무자 기준이 폐지된 주거급여처럼 원가구의 소득·자산을 심사하는 기준을 두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민 기자 kim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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