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세상] ‘갈매기들’의 밥은 되지 말자
선거철이다. 지역구마다 주요 관심사가 다르고 거주민의 성향이 다르지만 선거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가 경영을 혁신할 좋은 기회이다. 하루아침에 봄이 겨울로 바뀌는 기후 롤러코스터를 타는 와중이라 어떤 후보가 예측하기 어려운 기후위기로부터 우리를 안전하게 지켜줄 것인지 눈여겨봐야 할 중요한 시점이다.
IMF 외환위기 이전이니 근 30년 전엔 이런 일이 있었다. 인터넷이 일상화되지 않은 때라 대형 강연장이 있던 서울시내 건물 외부에 우주선 같은 대형 수신기를 걸어놓고 미국에서 하는 강의를 실시간으로 중계하는 행사를 진행했다. 수신 상태가 좋지 못했는데 현지 시간에 맞추느라 오후 8시에 시작한 강연 도중 눈이 내려 빗자루로 수신기의 눈을 치우기까지 했다. 그때 영상에서 경영컨설턴트 켄 블랜차드는 어느 조직이든 미래를 준비하는 조직을 만들고 총에너지의 5%를 쓰라고 역설했다. 그때는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때라 그냥 글자로만 이해했지만, 지나고 보니 현재를 경영하면서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정말 중요한 리더의 역할이라는 것에 공감한다. 그러나 임기가 있는 지도자들은 단기 성과에 집중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조직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의도적으로 미래준비팀을 두고 가동하는 것이 조직이나 리더에게 상당히 현실적인 대안이 될 것 같다.
선거도 마찬가지다. 설령 대통령이라 할지라도 임기가 정해져 있고 정당 대표도 선출직이고 단기간에 공천이 결정되기 때문에 즉각적인 현재, 눈에 보이는 하드웨어에 매몰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우리 국가의 미래준비팀은 국민 스스로가 아닐까 한다. 정당이나 선출직들이 단기 성과와 보여주기식에 현혹되지 않도록 유권자 스스로 미래에 대해 성찰하고 혜안을 가져야 한다. 그렇다면 기후위기의 쓰나미를 앞둔 시점에서 우리에게 꼭 필요한 선출직이 누구인지 무엇으로 변별해야 할까.
스스로 미래를 열심히 준비해서인지 2009년 켄 박사가 나이 70세 때 출간한 <리더의 조건>에 따르면 변화가 심한 환경에서 진정한 경쟁력은 지도자와 구성원 간의 신뢰관계에서 나온다. 그렇다면 경쟁자가 절대로 모방하거나 빼앗아갈 수 없는 이 신뢰관계는 어떻게 구축하는 것일까. 리더의 확실한 비전에서 시작되고, 그것이 나침반 역할을 한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 여당이든 야당이든 각 정당이 추구하는 비전이나 존재의 이유, 미래의 청사진이 뭔지 아는 사람이 별로 없다. 길을 가다 한번 물어보자. 명쾌히 설명하는 사람을 만나기 어렵다. 그만큼 각 당의 차이점이 명확하지 않은 채 인물 중심으로 욕하는 걸로 끝난다. 게다가 어떤 정당의 공천 싸움이나 사분오열, 이합집산을 보노라면 비전은 사치요, 기후위기 해결은 그냥 액세서리 같다. 기후위기는 가난하고 힘든 사람에게 바위 하나 더 얹어주는 또 하나의 고난이다. 가시밭길 먼저 걸으며 길 닦아줄 공복(Servant Leader)을 뽑자.
서양에선 종종 나쁜 리더를 ‘갈매기’에 비유한다. 갑자기 나타나 소리 지르고,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푸닥거리는 갈매기 모습에 빗대어 일에는 무능하며, 실패는 부하 탓하는 지도자를 조롱하는 말이다. 선거 잘해서 갈매기들의 밥이 되지 말자.
이미경 환경재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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