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170억원 '몰아주기'는 없다…류현진 첫 해 연봉, 김광현 '81억원'은 못 넘었다
[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류현진(37)이 첫 해 받는 연봉은 얼마일까.
한화는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이 11년 간의 미국 메이저리그 커리어를 마치고 KBO리그에 복귀한다. 계약 규모는 8년 170억(옵트아웃 포함·세부 옵트아웃 내용 양측 합의 하에 비공개)으로 역대 국내 최고 대우"라고 밝혔다.
계약에 따라 류현진은 만 37세로 올 시즌을 시작해 만 44세(2031년)까지 한화로 출전하게 된다.
한화는 지난 20일 류현진이 메이저리그에서 자유계약선수 신분이라는 통보를 받았다. 해외에서 뛴 선수를 영입할 때 거쳐야 하는 절차로 사실상 한화행이 임박했다는 뜻이었다.
신분조회를 마친 뒤 이틀 뒤인 22일 결국 공식 발표가 이뤄졌다. 170억원은 해외파의 국내 복귀 최고 금액인 김광현(4년 총액 151억원)의 금액은 물론 FA 최고 금액 계약인 양의지(4+2년 총액 152억원)도 훌쩍 넘어선 역대 최고 대우다.
다만, 1년 연봉에서는 최고 기록을 깨지 못했다. 연봉 최고 기록은 2022년 김광현이 가지고 있다. 당시 메이저리그 복귀 첫 해였던 김광현은 81억원의 연봉을 받았다. 샐러리캡 실행 직전에 연봉을 몰아 부담을 최소화한다는 계획이었다.
류현진은 170억원을 8년 동안 나눠서 받을 예정이다. 한화 관계자는 "샐러리캡을 고려해서 몰아주는 계약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류현진이 첫 해 받을 연봉은 20억원 중반 수준. 추신수가 SSG 랜더스로 왔을 당시 받았던 27억원에는 조금 미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한화는 류현진을 영입하면서 6년 만에 가을야구 진출을 위한 확실한 동력을 얻었다.
2006년 한화에 입단한 류현진은 첫 해 30경기에서 14승6패 평균자책점 2.23을 기록했다. 탈삼진도 204개를 잡아내며 다승, 평균자책점, 탈삼진 1위로 '트리플크라운'을 차지했다.
KBO리그 최초로 신인왕과 정규시즌 MVP에 올랐고, 골든글러브도 받았다.
'2년 차' 역시 류현진은 여전히 KBO리그 최고였다. 30경기에 등판해 17승7패 평균자책점 2.94를 기록했다. 첫 해 201⅔이닝을 기록했던 그는 211이닝으로 이닝 수를 더욱 늘리기도 했다.
류현진은 2011까지 류현진은 꾸준하게 두 자릿수을 채워왔다.
2012년 승운이 따르지 않아 9승(9패)에 머물렀지만, 182⅔이닝을 던져 평균자책점 2.66을 기록하며 KBO리그 최고 투수로서 존재감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
2012년 시즌을 마치고 류현진은 해외 무대로 진출할 수 있는 포스팅 자격을 얻었다.
KBO리그 7시즌 동안 류현진이 남긴 성적은 190경기 98승52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2.80. 완투 1위 5시즌(2006, 2007, 2009, 2010, 20110) 삼진 1위 4시즌(2006, 2007, 2009, 2010)을 기록하는 등 일찌감치 증명은 마친 상태였다.
또한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주역이 됐고,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등 국가대표로도 활약하며 국제 무대 경쟁력까지 보여줬다.
당시 포스팅 시스템은 가장 높은 포스팅비를 써낸 구단과 단독 협상으로 진행되는 방식이었다. KBO리그에서 뛰고 메이저리그에서 굵직한 성과를 낸 투수는 류현진 이전까지 없었다.
많은 물음표가 있었지만, LA 다저스가 화끈하게 경쟁에 나섰다. 류현진의 이적료로 2573만7737달러33센트(약 343억원)을 제시했고, 단독 협상을 진행할 수 있었다.
류현진은 LA 다저스와 6년 총액 3600만 달러에 계약했다. 류현진은 첫 2년 동안 14승을 올리는 등 메이저리그에 성공적으로 정착했다.
첫 해부터 확실한 선발 요원으로 자리매김했다. 30경기에 등판했고, 14승8패 평균자책점 3.00의 성적으로 시즌을 마쳤다. 다저스의 성적도 좋았다. 류현진이 등판한 30경기에서 19승11패를 기록했다. 류현진의 14승은 릭 서트클리프(17승)에 이어 LA 다저스 신인 역대 두 번째로 많은 승리. 또한 승률 0.636은 다저스 신인으로는 5번째로 좋은 기록이다.
다저스는 그해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1위에 오르며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류현진은 한국인 메이저리거 최초로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에 선발로 나선 투수가 됐다.
2014년에도 안정적인 제구를 바탕으로 한 류현진의 피칭은 굳건했다. 볼넷 대비 삼진 비율이 4.79로 메이저리그 투수 중 7번째 좋았다.
부상으로 2015년을 쉬고 2016년에도 한 경기 등판에 그쳤던 류현진은 2017년 5승, 2018년 7승으로 점차 페이스를 찾아갔다.
2019년 절정의 기량을 뽐냈다. 29경기에서 14승5패 평균자책점 2.32를 기록하며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투표 2위에 올랐다. 메이저리그 전체 평균자책점 1위의 성적이었다.
류현진에게도 의미있던 피칭이었다. FA 자격을 행사한 그는 그해 12월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4년 8000만달러에 계약했다.
토론토는 류현진에게 에이스로서의 모습을 기대했다. 류현진은 완벽하게 그 역할을 소화했다.
2020년 코로나19로 시즌이 절반 밖에 치러지지 않은 가운데 5승2패 평균자책점 2.69로 좋은 모습을 보여줬고, 이듬해 다시 14승의 성적을 남겼다.
2022년 다시 시련이 겹쳤다, 그해 6월 팔꿈치 수술을 했다. 2023년 중순에 돌아온 류현진은 예전보다 구위는 다소 떨어진 듯한 모습이었지만, 안정적인 제구와 경기 운영 능력을 바탕으로 11경기에서 3승3패 평균자책점 3.46을 기록하면서 건재함을 알렸다.
실력 뿐 아니라 베테랑으로서도 역할을 잘했다. 알렉 마노아 등 젊은 투수와 잘 융화되면서 성장을 도왔다.
류현진이 한화로 온다는 공식 발표가 나오자 토론토 구단은 SNS에 작별 인사를 남겼다. 구단은 공식 SNS 채널을 통해 "Thank you for everything, Hyun jin(모든 것에 고마웠다, 현진)"이라는 영어 인사와 "류현진 선수, 고마웠어요. 토론토에서의 코리안 몬스터는 영원히 기억될 겁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특히 한글로 메시지를 남기면서 그동안 류현진을 얼마나 각별하게 생각했는 지를 엿볼 수 있게 했다.
2023년 시즌을 마친 뒤에도 류현진은 여전히 메이저리그에서 가치 있는 선발감이었다.
류현진의 에이전트는 빅네임 선수를 다수 보유한 '슈퍼 에이전트' 스콧 보라스. 그는 지난해 12월초 열린 메이저리그 윈터미팅에서 취재진을 만나 "내년에도 류현진은 한국이 아닌 미국에서 뛰고 있을 것"이라며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잔류를 자신했다.
현지 분위기는 좋았다. 많은 구단에 적합한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최대어'는 아니었지만, 가성비 좋게 1~2년은 충분히 기용할 수 있는 선수로 평가를 받았다.
김하성과 고우석이 뛰고 있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이정후와 계약을 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친정' LA 다저스, 볼티모어 오리올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등 선발 보강이 필요한 팀이면 류현진의 이름 올랐다. 3~4선발 감으로는 류현진 만한 선수가 없다는 게 현지 반응이었다.
뉴욕 포스트 존 헤이먼 기자는 이날 '오리올스에는 마이클 로렌젠과 류현진이 너무 잘 어울린다. 마이크 클레빈저와 리치 힐, 에릭 라우어도 메이저리그 계약을 할 수 있는 후보들'이라며 '파드리스, 트윈스, 파이어리츠도 선발투수를 찾고 있다. 류현진은 여전히 샌디에이고가 찾는 후보'라고 조명했다. MLB닷컴 역시 'FA 시장에 남아 있는 우수한 선수가 많이 남아 있다'라며 '류현진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모든 팀의 선발 로테이션을 강화하는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짚었다.
실제 디 애슬레틱 칼럼니스트로 신시내티 레즈 단장을 역임한 짐 보든은 "토미존 수술서 돌아온 류현진은 11경기 가운데 9경기를 3실점 이하로 막아냈고, 5이닝을 6번, 6이닝을 1번 던졌다. 직구 구속은 87~89마일이었고, 체인지업 피안타율 0.276, 커터 피안타율 0.238를 기록했다"며 "1년 계약을 받아들여야 하고, 플레이오프 진출 경쟁을 하지 않을 팀과 계약하는 게 현명하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이어 "류현진이 약한 팀으로 가 올시즌 전반기를 작년 후반기처럼 잘 던진다면 트레이드 데드라인 때 강팀으로 트레이드될 수 있을 것"으로 전략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보든은 또한 "보든은 '파이어리츠, 내셔널스, 애슬레틱스와 같은 팀이 좋으며, 부상 위험이 높고, 나이가 많거나, 하락세가 뚜렷한 투수를 다수 보유한 강팀, 예를 들면 양키스, 브루어스, 카디널스 등이 그를 영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류현진이 여전히 메이저리그에서도 경쟁력 있는 투수라는 뜻이었다.
무엇보다 김하성과 고우석이 뛰고 있는 샌디에이고는 많은 팬들이 '류현진이 뛰었으면 하는 구단' 중 하나였다. 류현진이 선발로 나서고, 김하성이 치고, 고우석이 후반을 책임지는 그림은 많은 야구팬들을 설레게할 장면이기도 했다.
실제 샌디에이고는 류현진 영입이 가장 유력한 팀 중 하나였다.
AJ 프렐러 샌디에이고 단장은 지난 11일 디 애슬레틱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여전히 (FA 시장에 나와있는)여러 선수들과 적극적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외야수도 있고 선발투수도 있다. 물론 불펜 스타일도 원한다"며 "그러나 우리는 스트링트레이닝에 들어갔기 때문에 팀을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을 시즌까지도 해 나갈 수 있다. 계획한 일을 하지 못했다고 해서 계약을 위한 계약을 할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선발 투수 보강에 대한 뜻을 내비친 셈이었다.
더욱이 샌디에이고는 다르빗슈 유, 조 머스그로브, 마이클 킹을 제외한 나머지 선발 두 자리는 경쟁 체제로 돌아가게 됐다. 랜디 바스케스, 페드로 아빌라, 쟈니 브리토, 맷 왈드론, 제이 그룸 등 후보들은 많지만, 류현진 만큼 확실하게 실력이 검증되지 않았다. 팀 내 선발진이 우완으로 가득 찬 것을 고려하면 좌완 류현진은 더욱 적합한 선발 후보였다.
실제 협상도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금액 차가 있었다. 디 애슬레틱은 '좌완 선발이 부족한 파드리스는 그동안 베테랑 류현진과 협상을 벌여왔지만, 생애 두 번째 토미존 서저리를 받고 돌아온 류현진에 대해 스캇 보라스는 디스카운트된 조건을 받아들일 생각이 없다'고 전했다. 당시 샌디에이고 구단이 내민 오퍼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 밝혀지지 않았지만, 보장 기간 1년에 옵션과 인센티브를 합쳐 1000만달러 정도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외에도 오퍼는 있었지만, 한화 복귀와 메이저리그 잔류 중 고민하는 류현진에게는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류현진에게도 시간은 많지 않았다. 부상 이력으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훈련도 늦어졌다. 메이저리그 구단 대부분이 스프링캠프가 시작됐고, 시범경기 개막도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 시즌 준비에 차질이 생길 수 있었다.
류현진의 최종 선택은 한화였다. 메이저리그 복수의 구단이 관심을 가지고 나쁘지 않은 대우를 제시했지만, 류현진의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 또한 '건강할 때 오고 싶다' 의지도 한몫했다. 류현진은 한화를 떠날 당시 "꼭 한화로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했다. 그 약속을 지키기에 올해가 최적이라는 생각이었다.
한화는 류현진 영입 구단 차원으로 나섰다. 한화는 "한화이글스 박찬혁 대표이사를 필두로 손혁 단장, 손차훈 전력강화 코디네이터, 최홍성 전략팀장 등 프런트의 전사적인 협업이 빛을 발하면서 이번 계약이 성사될 수 있었다. 특히 손혁 단장은 지난해부터 선수와 지속적인 만남을 가지며 국내 복귀를 설득해왔다. 1월 중순부터는 박찬혁 대표이사가 본격 협상 모드로 전환할 시점이라 판단을 내리고 류현진 복귀 프로젝트를 가동해 구체적인 협상을 주도했다"라며 "류현진의 미국 현지 계약 상황을 지켜보며 물 밑에서 기민하게 움직였다. 복귀 여부는 전적으로 류현진의 결정에 달려 있었지만, 상황만 가능하다면 언제라도 류현진을 영입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해왔다"고 설명했다.
류현진은 "저를 믿고 인정해 주신 구단주, 한화그룹 임직원 여러분, 한화이글스 박찬혁 대표이사를 비롯한 구단 임직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미국 내 FA 계약 시장이 전반적으로 미뤄지는 등 여러 사정으로 인해 리그 복귀 소식을 조금 늦게 전하게 됐다. 한화로의 복귀 시기를 두고 결국 제가 기량이 충분히 있다고 판단될 때, 조금이라도 빨리 합류하는 게 맞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 지금은 다시 돌아오게 돼 진심으로 기쁘고 설레는 마음"이라고 고마움을 전했다.
류현진의 한화행에 메이저리그 현지 언론도 집중적으로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은 21일 '류현진이 KBO로 향했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메이저리그 10시즌을 뛴 류현진이 그의 고향 한국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며 '36세인 그는 한화 이글스와의 4년 계약이 임박했다. 한화는 그가 프로 생활을 시작한 곳'이라고 소개했다.
CBS스포츠는 '류현진이 MLB 오퍼를 고민한 뒤 결국 KBO 최고 연봉 선수가 돼 한국으로 돌아간다'며 '류현진이 한화 이글스와 계약이 가까워졌다. 계약이 완료되면 류현진은 KBO에서 가장 많은 돈을 받는 선수가 된다. 그는 메이저리그에서 받은 오퍼를 고민했었다'고 전했다.
메이저리그 이적 시장을 다루는 트레이드루머스(MLBTR)는 '류현진은 보도된 바에 따르면 170억원 수준에서 계약이 이뤄져 KBO 최고 연봉자가 될 것'이라며 '계약이 이뤄지면 그의 메이저리그 시간에 마침표가 찍힌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에서 통산 186경기에 출전해 평균자책점 3.27을 마크했고, 1055⅓이닝을 던져 934타자를 삼진으로 잡고 78승을 따냈다'고 조명했다.
도한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는 'LA 다저스와 토론토 블루제이스에서 활약한 투수가 메이저리그 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간다. FA 좌완인 류현진은 KBO에서 커리어를 마치기 위해 그의 고향 한국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는 메이저리그 구단과 계약하지 않을 가능성이 현실적으로 매우 높다'며 '우리는 몇 주 전 그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연결돼 있다고 들었다'고 조명했다.
계약 과정은 비교적 수월했다. 일찍 언론에 알려진 뒤 공식 발표가 나오지 않아 다소 늦어졌다는 인상도 있었지만, 협상 과정에서 잡음은 없었다. 손혁 한화 단장은 ""본격적으로 협상이 진행되고 계약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아무래도 많은 관심이 이어지다보니 체감상 오래 걸릴 수는 있을 거 같다. 류현진 정도의 규모의 선수와 협상을 한 걸 고려하면 빠른 속도로 협상이 진행됐다"라며 "메이저리그에서 좋은 오퍼도 많았지만, 아무래도 건강할 때 오고 싶다는 뜻을 보여서 빠르게 풀린 케이스였다"고 설명했다. 결국 역대 최고 금액에 도장을 찍었다.
8년이라는 기간 역시 의미가 있었다. 한화는 "계약에 따라 류현진은 만 37세로 올 시즌을 시작해 만 44세(2031년)까지 한화이글스 선수로 출전하게 된다"라며 "만약 류현진이 계약기간을 모두 채우게 되면 한화이글스 송진우가 기록한 최고령 경기 출장 기록인 43세 7개월 7일을 넘어 한국 프로야구의 새로운 기록을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관건은 내구성. 수술 이력도 있지만, 충분히 40세 넘게 뛸 수 있다는 게 한화의 판단이었다. 오승환(42·삼성 라이온즈)의 건재함도 기준이 됐다. 삼성은 지난 시즌을 앞두고 오승환과 2년간 계약금 10억원, 연봉 합계 12억원(4억+8억) 등 총액 22억원에 계약했다.
오승환은 KBO리그를 대표하는 마무리투수다. 통산 668경기에 출전하며 41승24패17홀드400세이브 평균자책점 2.06를 기록했다. 지난해 한·미·일 통산 500세이브와 KBO 리그 최초 통산 400세이브를 달성했다. 나이는 있지만 여전히 마운드에서 가치는 뛰어나다. 이종열 삼성 단장은 "비로소 올 시즌 투수진 구성의 화룡점정을 찍게 되었다. 협상 과정에서 시종일관 서로를 이해하는 분위기 속에 팀을 위한 최선의 길을 고민하면서 다소 시간이 소요되었다. 최고의 팀 구성을 위한 구단의 행보를 이해해주고 따라준 오승환 선수에게 감사의 맘을 전하고 싶다"라며 "FA계약을 통해 팀에 남게 된 오승환은 오프시즌 FA, 2차 드래프트 등으로 영입한 선수들과 함께 세 시즌 강한 불펜의 모습을 보여주는 시너지 효과를 만들 것이라고 기대된다"고 밝혔다.
오승환이 2년 계약을 마칠 나이가 될 무렵이면 류현진도 FA 계약 7년 차 시즌을 마치게 된다. '에이징커브'는 피할 수 없지만, 류현진 피칭 스타일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거라는 분석이다.
손혁 한화 단장은 "류현진이 속도로 눌러내는 선수가 아니라 머리도 좋고, 제구도 뛰어난다. 수읽기도 잘해서 충분히 롱런이 가능하다가 봤다. 지금도 상징적이지만, 앞으로도 상징적인 선수로 남길 바라는 바람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결국 계약 기간을 모두 마치면 KBO리그에 현역 생활을 가장 길게 한 선수로 류현진의 이름이 남게 된다.
한화는 단숨에 '5강'은 물론 대권 후보로 올라섰다.
한화는 류현진이 오기 전까지 선발 세 자리가 확보돼 있었다. 펠릭스 페냐와 리카르도 산체스로 외인 '원투펀치'로 나서고 지난해 8승(8패)을 신인왕을 받은 문동주가 자리를 채웠다. 류현진이 가세하면서 선발 5자리 중 4명이 10승 이상을 기대하게 했다.
외국인 듀오가 다소 비중이 약하지만, 어느정도 검증은 됐다. 페냐는 지난해 32경기서 177⅓이닝을 던지며 11승11패 평균자책점 3.60을 기록했다.
산체스가 걱정이지만, 일단 믿고 가기로 했다. 산체스는 24경기에서 7승8패 평균자책점 3.79를 기록했다. 초반 9경기서 5승 무패 평균자책점 1.48을 기록하며 에이스 역할을 했지만, 15경기에선 2승8패 평균자책점 5.24로 부진했다. 그러나 충분히 후반기 부진 원인을 잘 찾아서 해결하면 초반 모습을 기대할 수 있다는 평가다.
문동주는 급성장을 했다. 첫 해 13경기 28⅔이닝 소화에 그쳤지만, 오히려 약이 됐다. 재정비를 하며 발전의 시간을 가졌고, 지난해 선발진에 안착했다. KBO리그 역대 국내 투수 중 최초로 구속 160㎞를 돌파하기도 했다. 이닝 제한 속에서도 8승을 거뒀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두 차례 선발 등판해 금메달에 힘을 보탰다. 결승전 선발이라는 중책도 맡았다. 또한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에서는 첫 경기였던 호주전에 나와 에이스로 인정을 받았다.
류현진은 1선발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NC 다이노스 소속으로 20승-200탈삼진을 기록한 에릭 페디급이라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페디는 150㎞대의 강력한 구위의 직구와 예리한 스위퍼 등을 앞세워 KBO리그를 평정했다. 류현진의 경우 페디보다 구위는 조금 떨어질 수 있지만, 다양한 구종을 바탕으로 한 제구가 일품이라는 평가다. 더욱이 '로봇심판'이 도입되는 만큼, '컨트롤 아티스트'로서 류현진의 활약이 더욱 기대되는 바다.
타선 역시 탄탄해졌다. 2012년 괴물같은 피칭에도 10승을 하지 못했지만, 올 시즌 한화의 타선은 탄탄하다.
지난해 31개의 아치를 그리며 2000년대생 최초로 홈런왕에 오른 노시환이 있고, 지난해 6년 총액 90억원에 계약한 채은성이 23개의 홈런을 기록하며 성공적으로 팀에 녹아들었다. 또한 올 시즌을 앞두고 안치홍과 4+2년 총액 72억원에 계약하면서 내야 보강도 확실하게 했다. 여기에 베테랑 외야수 김강민까지 영입하면서 확실하게 구심점을 잡았다. 어처구니 없는 실책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포수진들도 남다른 기대를 내비쳤다. 주전 포수로 활약하고 있는 최재훈은 "현역 생활을 한다면 길어야 몇 년일텐데 그 안에 현진이 형과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리고 메이저리그 투수인데 공 한 번 받아보고 싶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고교시절 류현진과 '최대어' 쌍벽을 이룬 이재원도 류현진과의 합을 맞추길 기대했다. 이재원은 류현진이 졸업한 동산고와 같은 연고지인 인천고를 졸업했다. 당시 연고지 우선 지명에서 SK(현 SSG)는 이재원을 지명했다. 그 덕에 류현진은 2차 신인드래프트로 나와 한화와 운명적인 만남을 할 수 있었다.
이재원은 그동안 SK-SSG 원클럽맨으로 뛰었지만, 지난해 자진 방출 후 한화와 계약했다. 현역 막바지에 류현진과 같은 팀에서 뛸 수 있게 됐다.
이재원은 "(류)현진이야 워낙 대단한 투수다. 오면 나는 너무 좋다. 그동안 좋은 투수의 공을 많이 받아봤다. (김)광현이부터 외국인 투수들까지…. 마지막에 현진이 공을 받는다면 정말 운이 좋은 포수가 아닐까 싶다. 그렇게 마무리 하면 정말 좋을 거 같다"고 했다.
이미 류현진도 한화 선수의 구심점 역할을 해왔다. 최근 몇 년 간 코로나19 시기를 제외하고 비시즌 오키나와에 선수들과 함께 훈련을 하면서 선수들의 성장을 도왔다. 올해는 이태양과 장민재 김기중 남지민 이민우 등이 함께 했다. 이들 모두 류현진에게 "호주 캠프에서 기다리면 되나"라는 농담으로 한화행을 간절히 바라기도 했다.
반면, 대권을 노리는 구단들에게는 '날벼락'이 떨어졌다.
지난해 29년 만에 통합우승을 한 LG는 류현진 등장으로 예상 승수를 조절해야만 했다. 더욱이 류현진은 미국에 가기 전 한화에서 'LG 킬러'로 통했다. 2006년 데뷔전 승리 상대가 LG였고, 2010년 5월11일 경기에서는 한 경기 최다 탈삼진 기록(17개)을 내주는 굴욕도 맛봤다.
염경엽 LG 감독은 "야구가 재밌어질 것 같다. 물론, 상대팀 감독들은 힘들어질 것 같다. 상위팀도 영향을 받겠지만, 중위권 팀들의 경쟁이 혼돈이 될 것 같다"라며 "외국인 선수 2명에 류현진과 문동주다. 국내 선발은 어느 팀에도 밀리지 않는다"고 했다.
염 감독은 이어 "류현진이 성적을 떠나 어린 투수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감독, 코치의 지도도 중요하지만 선수들은 야구를 잘하는 선배를 보고 배운다. 한화는 A급으로 성장할 젊은 투수가 많다"고 경계했다.
염 감독은 "일단 내 머리속에서 목표 하나가 지워졌다"라며 "구단 역대 최다승을 도전하고 싶었다. 그런데 경쟁팀이 늘어나면 승수는 자연스럽게 떨어진다. 상위권 팀들이 다 떨어질 것이다. 84승 정도 하면 우승팀이 되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이야기했다.
LG는 한화의 개막전 상대이기도 하다. 첫 경기부터 빅매치가 성사된 셈이다.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감독을 바꾸는 등 내부 문제가 있었지만, 전력 만큼은 최고라고 평가 받고 있는 KIA 역시 류현진을 향해 경계를 숨기지 않았다. KIA는 올 시즌 외국인투수 두 명을 모두 현역 메이저리거급으로 영입하는 등 확실하게 전력 보상에 나섰다. '우승'이라는 목표가 확실한 채 시즌을 맞이한다.
현역 시절 한화에서 류현진과 한솥밥을 먹기도 한 이범호 KIA 감독은 "훌륭한 투수가 한국으로 돌아온다는 것은 반길 일이다. 우리 타자들도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우리 경기에 많이 등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두산 베어스 이승엽 감독은 "류현진 같은 선수가 돌아오는 것은 야구팬들에게 반가운 일"이라면서도 "류현진 복귀는 머릿속에 없었는데 생각을 더 해야겠다. 전력 분석을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할 지도 모르겠다"며 당혹스러운 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 외에도 B 구단 관계자는 "한화가 2년 동안 전력 보강을 잘했다. 약하다고 했던 타선도 이제는 많이 보강이 된 상태다. 류현진까지 합류하면 훨씬 더 까다롭게 생각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C 구단 관계자는 "우리 내부에서 올 시즌 예상 순위를 분석했을때, 2강-4중-4약으로 분류가 됐다. 프로그램상 예측으로는 한화가 4약 중 가장 높은 순위 정도로 봤다. 그런데 류현진이 들어오면 '4약'이 아닌 중상으로 무조건 올라오지 않겠나"라고 바라봤다.다만, 류현진의 국내 복귀 시점이 '베스트 타이밍'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한 베테랑 프로야구 해설위원은 "정말 좋은 타이밍에 왔다는 생각이 든다. 류현진의 계획대로 메이저리그에서 1~2년 더 하고 돌아오려고 했으면 그때는 결과를 보장하지는 못한다고 봤다. 적절하게 잘 들어왔기 때문에 류현진이 창피를 당할 일은 없을거라고 본다"고 했다.
9개 구단은 '죽을 맛'이지만, KBO리그에 볼거리는 풍성해졌다. 메이저리그에 한 획을 그은 투·타 맞대결이 성사됐다.
SSG 추신수는 마이너리그부터 차근차근 올라가 빅리그에서 굵직한 활약을 했다. 통산 성적은 1652경기 출장 1671안타 218홈런 782타점 961득점 타율 2할7푼5리 통산 출루율 0.377, 통산 OPS 0.824을 기록했다.
지난 2021년 시즌을 앞두고 SSG와 계약해 KBO리그에 왔다.
추신수는 올 시즌을 마치고 은퇴를 선언했다. 전성기급 기량은 아니지만, 뛰어난 선구안이 장점이다. 류현진의 날카로운 제구를 얼마나 골라낼 지가 관심사다.
추신수 역시 류현진과의 맞대결 날을 기대했다. 추신수는 "메이저리그에서 오랜 시간 활약한 류현진에게 고생 많았다고 말해주고 싶다. 타지에서 생활하며 다른 문화권에서 활동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성적을 보여주며 활약한 현진이가 대단하다"라며 "나 또한 현진이와의 경기가 기대 된다. 훌륭한 실력과 수준 높은 리그의 야구를 경험한 점을 생각하면, KBO 흥행으로 이어지고 수준 또한 올라갈 것이라 생각한다. 류현진은 함께 야구하는 선수들에게 귀감이 될 수 있기에 미국에서 보고 듣고 느낀 점을 후배들에게 많이 알려줬으면 좋겠다. 한국 야구의 발전을 위해 함께 힘쓰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또한 선의의 경쟁을 이어온 '좌완 또래 맞대결'도 주목되는 포인트. 류현진과 함께 '좌완 트로이카' 시대를 연 김광현(SSG) 양현종(KIA)은 여전히 팀 내 에이스다.
김광현은 올 시즌 30경기에서 168⅔이닝을 던져 9승8패 평균자책점 3.35을 기록했다. 양현종 역시 29경기에서 171이닝을 소화, 9승11패 평균자책점 3.58로 시즌을 마쳤다.
류현진과 김광현의 맞대결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양현종은 설욕을 기다리고 있다. 2007년 한 차례 맞붙은 기억이 있다. 2007년 4월29일 광주 무등구장으로 당시 양현종은 ⅓이닝 2안타(1홈런) 2볼넷 1탈삼진 3실점으로 흔들렸다. 류현진은 8이닝 동안 6안타(1홈런) 5탈삼진 2실점으로 위력투를 펼쳐 승리 투수가 됐다.
류현진은 "KBO리그 최고 대우로 돌아올 수 있게 해준 구단에 감사드린다. 한화이글스는 지금의 내가 있게 해준 고마운 구단이다. 메이저리그 진출 때부터 꼭 한화이글스로 돌아와 보답하겠다고 생각했고, 미국에서도 매년 한화를 지켜보며 언젠가 합류할 그 날을 꿈꿨다, 그리고 지금 그 약속을 지키게 돼 기쁘다"라며 "전력보강과 젊은 선수들의 성장으로 우리 팀도 충분히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전력을 갖췄다고 생각한다"며 "팬 여러분께 올 시즌에는 최대한 길게 야구를 보여드릴 수 있도록 동료들과 함께 열심히 뛰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한편 류현진은 23일 한화 2차 스프링캠프지인 일본 오키나와로 출국. 곧바로 훈련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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