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능·무책임·독선’ 리더십···민주당 총선 최대 리스크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4·10 총선 공천을 두고 비이재명(비명)계 의원들을 탈락시키고 이재명 대표의 사람들을 심으려는 것 아니냐는 ‘불공정 공천’ 비판이 고조되면서 이 대표 리더십이 위기를 맞았다. 이대로 가면 높은 정권심판론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의 악몽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당내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이 대표는 귀를 닫고 있다. 이 대표가 민주당 선거의 최대 리스크임이 재차 확인되고 있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공천 관리 ‘무능력’
민주당에서는 연일 불공정 공천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다. 22일까지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공개한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다. 김영주 의원과 이수진 의원은 의원 평가 결과에 반발하며 탈당을 선언했다. 뇌물 수수 혐의로 기소돼 컷오프(공천배제)된 노웅래 의원은 당대표실에서 농성에 들어갔다. 유승찬 정치컨설턴트는 “이번 공천 파동은 누가 봐도 비명 찍어내기”라며 “하위 평가도 비명계에 집중되고, 박용진 의원 같은 상징적 인물이 하위 10%에 든 것은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민주당의 이 같은 공천 갈등은 현역 의원 재배치 등을 통해 충돌을 최소화하는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공천과 대조된다. KBS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5일부터 17일까지 전국 거주 만18세 이상 남녀 3000명을 상대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 한 위원장에 대한 긍정·부정 평가는 각각 46%, 43%로 비슷한 수준이었다. 반면 이 대표의 경우 부정 평가(61%)가 긍정 평가(32%)를 두 배 가까이 웃돌았다.(한국리서치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1.8%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이 대표 스스로 불공정 공천 논란을 키운 측면도 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7일 문학진 전 의원에게 전화통화로 “형님이 꼴찌입니다”라며 불출마를 요구했다. 이 대표 측은 ‘이 대표가 자기 사람을 쳐내는 결단’이라고 했지만, 문 전 의원이 출마하려던 경기 광주을 지역에는 이 대표의 성남시장·경기도지사 시절 측근인 ‘찐명’ 안태준 이 대표 특별보좌역이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대표가 책임을 떠넘기는 사이 당 지지율은 국민의힘과 오차범위 밖으로 벌어졌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19~21일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도는 39%, 민주당은 31%였다. 지난 16일 공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도 국민의힘이 2주 전인 직전 조사 대비 3%포인트 상승한 37%, 민주당은 4%포인트 하락한 31%로 나타났다. (한국갤럽과 NBS 모두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 ±3.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책임 떠넘긴 ‘무책임’
당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부겸·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전날 성명을 내고 “시스템 공천, 민주적 원칙과 객관성이 훼손되고 있다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투명하고 공정하며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공천’을 당부했다. “이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지금의 상황을 바로잡지 않는다면, 우리 또한 총선 승리에 기여하는 역할을 찾기가 어렵다”는 경고도 날렸다.
하지만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비명계 공천 학살’ 논란을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치부했다. 그는 “실제 민주당사 앞에 가면 어느 때보다 혼란이나 이런 게 없다”며 언론이 편파적으로 민주당 공천 논란을 키우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 대표는 지난 20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천 관련) 모든 원망은 대표인 제게 돌리라”고 말해놓고 정작 이튿날 열린 의원총회에는 불참했다. 의원총회는 현역의원을 배제한 정체불명의 여론조사의 진상을 규명하는 성토장이 됐다. 그는 오히려 ‘친명횡재, 비명횡사’ 논란의 책임을 문제 제기하는 비명계 의원들에게 떠넘겼다. 이 대표는 의원 평가를 두고 친명, 비명을 나누는 것은 “갈라치기” “이간계”라고 지적했다.
한 수도권 의원은 “이 대표가 당을 해본 경험이 없어서 공천을 잡음이 없게 할 능력이 없다”며 “그냥 자기 식으로 다 자르면 된다고 생각하는데 이 대표는 그런 파워가 없다”고 밝혔다. 또 “이 대표가 의원총회에 참석해 이런저런 설명을 해야 하는데 이런 중대한 상황에서 참석도 안 했다”며 “지도자가 사태에 대한 설명은커녕 그냥 도망 다니기 바쁘다”고 말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통화에서 “국민의힘은 경쟁력 중심으로 공천하고 있는데, 이 대표는 총선 승리가 아닌 공천 자체가 목적인 것처럼 자기 사람들을 공천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며 “의석을 잃어도 이재명의 당을 확실하게 만들겠다는 의미는 있겠지만 상당히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어게인 2012년 총선 될라’
당내에서는 이러다 ‘어게인 2012년 총선’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크다. 이명박 정부 말기인 2012년 총선에서 한명숙 대표가 이끌던 민주통합당은 높은 정권심판론에 기대 총선 승리를 낙관했으나 ‘특정 계파 챙기기’ 공천 논란에 휩싸였다. 반면 대선 잠룡이던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당명을 새누리당으로 바꾸고 ‘경제민주화’ ‘보편복지’를 받아들인 중도화 전략으로 이명박 정부와 차별화했다. 결과는 새누리당 152석, 민주통합당 127석으로 민주당 패배였다.
당 안팎에서는 이 대표가 2선 후퇴하거나 총선에 불출마하는 희생을 결단해야 당이 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승찬 정치컨설턴트는 “이 대표가 이번 파동에서 사정이 어떻든 국민께 심려 끼쳐 송구하다고 해야 정상적인 당 대표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민의힘에 밀리고 있는 현실을 이 대표가 민감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정상적인 민주당이면 당 대표를 비롯해서 최측근인 정청래·조정식·정성호 의원 모두 불출마를 선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철희 전 의원은 전날 CBS 라디오에서 “(이 대표가) 지금처럼 자신과 가까운 사람들을 대거 공천하고 싶어 하고 자기한테 조금 쓴소리나 반대했던 사람들을 다 몰아내려는 명분을 얻으려면, 결국 본인도 뭔가 희생하는 게 있어야 한다”며 “본인이 불출마하는 정도의 큰 선택을 하지 않으면 불만이나 반대를 제압할 방법이 없다”고 했다. 한 수도권 의원은 “공천독재하다 이 대표 본인이 죽는다”며 “이 대표는 자기가 살려고만 공천하지만 지금 자기가 죽는 길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이 대표가 책임지고 사퇴하라는 요구가 있다’는 기자들 질문에 “툭하면 사퇴하라는 소리를 하는 분들이 계신 모양인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365일 내내 대표가 바뀌어야 할 것”이라고 일축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신주영 기자 jy@kyunghyang.com,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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