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 새 과제 ‘단합’…토론 활성화하면 어떨까 [김창금의 무회전 킥]

김창금 기자 2024. 2. 22.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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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인과 손흥민이 어깨동무하며 화해하는 사진은 축구팬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주장으로서 막내의 사과를 흔쾌히 받아준 손흥민의 도량과 할 말은 많겠지만 모두 묻고 용서를 구한 이강인의 용기는 두고두고 기억될 것 같다.

유럽 프로 무대에서 뛰었던 한 축구인은 "과거 나를 전담하는 유스팀 선수가 있었다. 그의 임무 중 하나는 경기 전 내 축구화를 깨끗하게 닦아놓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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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인과 손흥민의 풋풋한 미소처럼 한국 축구가 부드러움 속에서 더 강해졌으면 좋겠다. 손흥민 SNS 갈무리

이강인과 손흥민이 어깨동무하며 화해하는 사진은 축구팬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주장으로서 막내의 사과를 흔쾌히 받아준 손흥민의 도량과 할 말은 많겠지만 모두 묻고 용서를 구한 이강인의 용기는 두고두고 기억될 것 같다. 아시안컵 요르단과의 4강전(7일) 졸전 뒤 크게 실망한 팬들은 둘의 환한 미소를 우승컵 대신 얻었다.

이강인은 3월 열리는 2026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타이전에 나설 대표팀에 소집된다면, 선배들에게 직접 사과를 했으면 좋겠다. 전화나 메시지로 하는 것보다 얼굴 맞대고 하는 것은 또 다르다.

집단생활을 하는 스포츠 선수들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종의 해프닝이 사회적 이슈가 된 것은 둘의 영향력이 스포츠 영역을 벗어났기 때문이다. 그런 둘이 보통의 형과 동생처럼, 다툼 뒤에 이심전심 화해하고, 둘에 관련한 잡다한 논란을 한컷의 사진으로 초월해버렸으니 역시 슈퍼스타답다.

이번 사건을 통해, 앞으로 축구 대표팀을 비롯해 단체 종목의 경기장 안과 밖의 질서는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경기장 안에서는 누구도 주장의 말을 어기면 안 된다. 이겨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기장 밖에서는 자유시간이 보장돼야 한다. 다만 어느 수준에서냐의 문제가 있다.

축구에서는 유럽이 메카라고 해서, 유럽을 표준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는 맞지도 않고, 그대로 따라 할 수도 없다.

손흥민. 도하/연합뉴스

유럽 프로 무대에서 뛰었던 한 축구인은 “과거 나를 전담하는 유스팀 선수가 있었다. 그의 임무 중 하나는 경기 전 내 축구화를 깨끗하게 닦아놓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흙 묻은 선배 축구화를 닦게 시킨 것을 ‘갑질’로 본다면 오해다. 선배는 축구화를 닦아주는 후배와 친해지고, 경험을 전수하고 때로는 돈도 준다. 이런 과정을 거쳐 성장한 그 소년은 잉글랜드 대표로 월드컵에도 출전했다.

전술에서도 절대적인 모델은 없다. 현대 축구의 흐름이 일대일 능력에 높은 가치를 두지만, 유럽에서도 독일은 전통적으로 중시해온 팀·조직의 측면을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한국의 선후배 질서를 보자. 많은 이들이 지도자의 고압적인 방식을 복제한 선배의 횡포를 연상하지만, 거꾸로 유럽 사람들은 선배에 대해 예의를 갖춰야 하는 한국의 문화를 부러워하기도 한다. 유럽 축구 문화가 다 좋은 것도 아니고, 우리 것이 다 나쁜 것이 아니다. 좋은 점을 살릴 수 있는 중도의 길이 있다.

이강인. 도하/연합뉴스

선수의 독특성을 끌어내는 것은 여전한 과제다. 한 축구인은 한국의 유소년 영입에 관심 있는 외국인 스카우트가 고교 축구를 보고 난 뒤 한 얘기를 이렇게 전했다. “A팀의 10번이든, B팀의 10번이든, C팀의 10번이 모두 똑같다. 개성이 없이 천편일률적인 게 로봇 같다.” 뼈아픈 말이다.

대표팀은 3월부터 다시 소집돼 가동된다. 새로운 감독이 부임하고, 한국과 유럽 축구문화를 잘 알고 있는 손흥민도 변함없이 대표팀의 승리를 위해 팀워크를 강조할 것이다. 다만 이번부터는 팀 단합을 위한 방법의 하나로 선수 간 토론의 활성화를 제안하고 싶다. 유·청소년 팀에서도 토론을 자주 하면 어떨까. 자기 생각을 언어로 교환하는 능력이 커질수록 선수 개개인의 주체성과 자율성, 창의성이 조금이라도 강화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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