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머스의 경고 "美,中 억압은 지정학적 실수"

송광섭 특파원(song.kwangsub@mk.co.kr), 한재범 기자(jbhan@mk.co.kr) 2024. 2. 22.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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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대 총장을 지낸 세계적인 경제학자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이 반도체·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에서 중국을 견제하고 있는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가 자칫 '중국 경제 옥죄기'로 변질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22일 중국 경제 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서머스 전 장관은 최근 이 매체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미국의 대중 수출 통제에 대해 "미국인으로서 특정 핵심 기술을 보호하는 일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면서도 "상업적인 이익을 위해 중국 경제를 억제하려는 미국의 전략은 경제적으로 성공할 가능성이 낮고, 지정학적으로도 큰 실수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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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전 재무장관 中 방문
중국, 美석학 목소리 빌려
'경기하락 우려' 불식 시도
디플레 공포커진 中 경제엔
"소비 주도 성장 정책이 핵심"
인민銀 강연·칭화대 대담도
서머스, 상하이 당서기와 회담 지난달 8일 중국을 방문한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왼쪽)이 상하이 시정부 회담장에서 천지닝 상하이 당서기와 대담을 나누고 있다. 이날 서머스 전 장관은 "미·중 간 경제·금융 협력과 양국 교류를 촉진하는 데 도움이 되는 가교 역할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천 서기는 "상하이는 지속적으로 대외 개방을 확대하고 국제 협력 플랫폼을 구축해 중·미 관계 발전에 더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상하이 시정부 홈페이지

하버드대 총장을 지낸 세계적인 경제학자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이 반도체·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에서 중국을 견제하고 있는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가 자칫 '중국 경제 옥죄기'로 변질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정 기술에서 대중 수출 통제는 필요하고 유지해야 하지만, 국가 안보 분야에 한정해야 할 뿐 중국 경제를 억제하는 노력이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22일 중국 경제 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서머스 전 장관은 최근 이 매체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미국의 대중 수출 통제에 대해 "미국인으로서 특정 핵심 기술을 보호하는 일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면서도 "상업적인 이익을 위해 중국 경제를 억제하려는 미국의 전략은 경제적으로 성공할 가능성이 낮고, 지정학적으로도 큰 실수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다"고 꼬집었다.

그는 갈수록 심해지는 미·중 갈등도 비판했다. 서머스 전 장관은 "미·중은 마치 해안에서 멀리 떨어진 거친 바다에서 두 개의 노를 젓는 배를 탄 두 사람과 같다"며 "둘 모두 살아남으려면 협력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서로의 관점을 더 많이 이해해야 공존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며 "가능한 한 많이 소통해야 한다"고 전했다.

양안(중국·대만) 갈등을 비롯해 기후변화, AI 등 새롭게 떠오르는 문제를 두고 미·중이 지속적으로 대화해야 한다는 취지다. 최근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우려가 커지는 중국 경제에 대해서도 소비 주도의 성장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서머스 전 장관은 "현재 중국 경제는 디플레이션 압력에 직면해 있다"며 "수출, 인프라스트럭처, 부동산 3개 분야에서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소비와 내수를 확대하는 것이 중국이 당면한 경제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한 중국 정부의 역할에 대해선 "중국 정부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처분소득을 지원하고 소득을 늘리는 조치를 취해 가처분소득 중 소비 비중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디플레이션을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수요를 늘리는 것이고, 그만큼 더 많은 소비 지출이 필요하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미국은 소비가 GDP의 약 70%를 차지하는 반면 중국은 약 40%에 불과하다.

서머스 전 장관이 중국 경제가 부진을 겪고 있는 국면에 중국을 방문해 이 같은 발언을 한 것은 중국 정부가 외부에는 미·중 갈등 해소에 대한 의지를 전달하고 내부적으로는 국민에게 경제 신뢰를 심어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서머스 전 장관은 경제 관련 요직을 두루 거친 미국의 경제 전문가다. 빌 클린턴 행정부 때인 1999년부터 2001년까지 재무장관을 지냈고, 그 직후에는 하버드대 총장으로 2006년까지 일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인 2009년부터 2011년에는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챗GPT' 개발사인 오픈AI가 거버넌스 문제로 파란을 겪은 이후 그는 오픈AI 이사회에 합류해 기술경제에 적극적인 조언도 하고 있다. 지난달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주석의 측근 천지닝 상하이시 당서기를 만나고 칭화대를 찾아 학생들과 만나 AI기술을 설명하는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칭화대는 시 주석의 모교이자, 중국 반도체 산업의 모태로 중국 최고의 이공계 인재들의 산실이다. 시 주석은 지난 19일에도 "과학기술과 경제의 심층적인 통합을 제한하는 문제에 집중해 개혁을 심화하고 핵심 사안을 해결해야 한다"며 "개혁개방을 핵심 전략으로 삼아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위험과 도전에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이징 송광섭 특파원 / 서울 한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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