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 할퀸 유럽…'경제엔진' 獨·佛 휘청, 정치는 우경화

김상준 기자(kim.sangjun@mk.co.kr) 2024. 2. 22. 17:5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유럽경제 이끄는 거함 독일
러 가스 줄인후 값비싼 대가
올해 성장전망 0.2%로 '뚝'
佛, 세수 줄어 예산마저 삭감
우크라 도우려 식량 수입 후
각국 농민들 "우리가 봉이냐"
2022년 이후 총선치른 나라
우파정당들이 승리 쓸어가

◆ 우크라 전쟁 ◆

"우크라 곡물 수입 멈춰라" 지난해 11월부터 유럽 전역에서 값싼 우크라이나 곡물 수입을 반대하는 농민 시위가 잇따르고 있다. 폴란드 술레후프 인근에서 농민들이 20일(현지시간) 단체로 트랙터를 몰고 와 정부 지원금 축소와 과도한 친환경 규제, 우크라이나산 농산물 수입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의 경제는 회복탄력성을 보여주고 있지만 정작 유럽 경제는 지난 2년간 서서히 무너지고 있다. 에너지 가격이 상승한 데 이어 수출길이 막힌 우크라이나산 농산물까지 떠안으면서 유럽 전역으로 농민 시위가 번지고 있다. 최근에는 이민정책에 대한 불만까지 터져 나오면서 유럽 최대 선거를 앞두고 각국에서 우경화 흐름이 가속화됐다.

21일(현지시간) 유럽의 엔진이라고 불리는 독일은 자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지난해 10월 독일 정부는 2024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1.3%로 예측했지만, 21일 이를 0.2%로 대폭 낮췄다. 지난해에 이어 경기 부진이 예상된다. 지난해 독일은 주요 7개국(G7) 중 유일하게 역성장(-0.3%)했다.

독일은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가 높아 피해가 컸다. 전문가들은 독일이 에너지 공급망을 재편하는 데 성공했지만, 특별한 모멘텀이 보이지 않아 난항을 겪고 있다고 분석한다. 에너지 충격으로 인한 부진에서 아직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러시아산 천연가스 공급이 끊긴 상황에서 독일은 타국에서 비싼 가격에 에너지를 조달했다.

이는 자연스레 산업부터 가계까지 전방위로 영향을 끼쳤다. 당장 가스가 필수적인 화학 산업을 비롯해 제조업 전반이 피해를 봤다. 독일 경제연구소(Ifo)에 따르면 2022년 독일 화학 산업 생산 규모는 약 45% 축소됐다.

상품 가격도 급등했다. 독일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2022년 11월 30일 11.6% 상승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인플레이션은 지난해 1분기까지 9%를 유지하다가 이후 겨우 꺾이기 시작했다. 지난달 기준 독일 CPI는 3.8%로 나타났다.

유럽의 제2 경제대국 프랑스 역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18일 프랑스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4%에서 1%로 낮췄다. 지난해 프랑스는 0.9% 성장률로 겨우 현상 유지를 할 수 있었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 19일 경제성장 둔화로 인해 올해 예산에서 100억유로를 추가로 삭감하겠다고 밝혔다.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무장관은 "성장률이 낮다는 것은 세수가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정부는 지출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변현섭 계명대 러시아중앙아시아학과 교수는 "러시아는 엄청난 자원을 무기화했다"며 "러시아에 1달러 손해를 입히기 위해서는 유럽도 0.7달러의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는 말이 있듯이 서방 국가들이 일방적으로 러시아에만 타격을 줄 수는 없다"고 말했다.

경제적 어려움은 정부에 대한 불만으로 폭발했다. 경제적으로 취약하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직접적인 피해를 본 유럽 농민들이 들고일어났다. 22일 현재 폴란드와 스페인에서 대규모 농민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앞서 프랑스와 독일에서도 시위가 있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우크라이나 농산물 반대'를 외치고 있다. 폴란드 농민 시위대는 우크라이나 곡물이 저렴한 가격으로 폴란드에 유입돼 시장을 왜곡했다고 주장한다. 스페인 시위대 역시 우크라이나 농산물에 유럽연합(EU) 규제가 적용되지 않아 자신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한다.

유럽 농민 시위는 특히 이민정책을 반대하는 각국 극우 정치인들과 궤를 같이하면서 전반적으로 유럽의 우경화를 부추기고 있다. 실제 프랑스의 대표적인 극우 정치인인 마린 르펜은 지난달 자국 농민들의 시위 현장을 직접 찾아 시위대를 독려하고 "정부와 협상하지 말라"고 말했다.

오는 6월 유럽의회 선거에서도 우파가 약진한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미 2022년 이후 총선을 치른 네덜란드, 핀란드, 스위스, 스웨덴, 이탈리아 등 주요 국가에서는 모두 우파 정당이 승리했다. 유럽 정치 매체 폴리티코EU의 지난해 12월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럽의회 야당 극우정당인 '정체성과민주주의(ID)'와 '유럽보수와개혁(ECR)' 의석수는 각각 75석에서 89석, 62석에서 78석으로 늘어날 수 있다. 반면 유럽의회 여당인 '유럽인민당그룹(EPP)' 의석수는 175석에서 3석이 빠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상준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