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미래 선점" 학생 후원·대회 '쑥'
신설대회 개최 기업 늘어나
하나금융·메디힐·대보건설 등
유망주 후원에 적극적 행보
2022년 아마 후원 허용후
미국·유럽서도 비슷한 현상
'현재가 아닌 미래에 투자하라.'
주식 투자서에 나올 만한 이야기가 최근 골프계에 적용되고 있다. 경기 침체 장기화로 기업들이 예산을 줄이는 와중에도 아마추어 선수들에게는 지갑이 활짝 열리고 있다. 그중에서도 잠재력이 뛰어난 기대주들에게는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2024시즌을 앞두고 하나금융그룹, 신한금융그룹, 메디힐, 대보건설 등이 아마추어 선수 육성에 새롭게 뛰어들었다. 이들 기업이 초점을 맞추는 두 가지는 선수 후원과 학생 골프 대회 개최다.
매년 12월부터 3월까지 진행되는 스토브리그에서 아마추어 선수들을 주목하기 시작한 건 2022년 1월 1일부터다. 미국골프협회(USGA)와 R&A가 아마추어 선수 후원 계약 불가 규정을 폐지하면서 이전과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2022년에는 아마추어 선수 후원이 허용된 첫해인 만큼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기업이 많지 않았다. 당시에는 방신실·박예지·이정현과 메인 스폰서 계약을 체결했던 KB금융그룹이 사실상 유일하게 아마추어 선수들을 후원하는 기업이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아마추어 선수들을 영입하기 위해 각별히 공을 들이는 기업이 많아졌다. 우리금융그룹, CJ그룹, 골프존, 두산건설, 삼천리 등은 지난해 아마추어 선수들과 계약을 체결했다.
올해는 2년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아마추어 선수들을 후원하는 기업이 많아졌다. 신규 계약을 앞두고 있거나 아마추어 선수 후원을 검토하고 있는 기업을 포함하면 20곳 가까이 된다.
골프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펼치는 기업들이 아마추어 선수들을 주목한 첫 번째 이유는 전도유망한 선수들을 한발 빠르게 잡기 위해서다. 현역 프로 골퍼들에 비해 값싸게 후원이 가능하고 미래에 한국 골프의 간판이 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과감한 투자를 하고 있다. 두 번째는 남자와 여자 모두 프로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나이가 어려졌다는 것이다. 남자 선수의 경우 30대 중반과 후반에 전성기를 맞았던 과거와 다르게 김주형, 스코티 셰플러(미국), 빅토르 호블란(노르웨이), 임성재 등처럼 20대 초반부터 최고 활약을 펼치는 선수가 많아졌다.
기업 골프단 관계자는 "과거에는 프로 데뷔를 앞둔 선수들만 지켜봤지만 요즘은 다르다. 고등학생은 물론 중학생까지 확인하고 있다"며 "먼저 움직이지 않으면 기대주들을 잡기 어렵다. 짧게는 3년에서 길게는 10년 가까이 함께하겠다는 계획으로 선수 영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새롭게 나타나는 또 한 가지는 아마추어 대회 개최에 관심을 드러내는 기업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신한동해오픈을 개최하고 있는 신한금융그룹은 한국 골프의 미래를 위해 올해부터 대한골프협회(KGA)와 손잡고 신한동해 남자아마추어골프선수권대회를 연다. 타이틀리스트, 클럽디 등은 지난해부터 아마추어 대회를 신설해 진행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아마추어 대회를 개최하기 위해 번호표를 뽑고 기다리고 있을 정도로 과거에는 상상할 수도 없던 일이 일어나고 있다.
골프계 관계자는 "몇몇 기업의 경우 KGA 대회를 개최하고 싶어 계속해서 문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유럽, 일본 등에서도 아마추어 선수들 몸값이 매년 높아지고 있다. 미국 유명 골프 대학팀 소속 에이스의 경우 100만달러가 넘는 계약금을 제시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대학생 운동선수가 이름·이미지·초상권을 사용해 영리 활동을 할 수 있는 규정을 의미하는 NIL 계약이 2021년 6월부터 허용된 후로는 아마추어 선수도 프로 선수에 버금가는 큰돈을 벌고 있다.
미국 골프에 정통한 관계자는 "PGA 투어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미국 대학 리그 출신 선수가 많아지면서 기업의 영입 전쟁이 펼쳐지고 있다"며 "아마추어 골프 세계랭킹 10위 이내에 이름을 올린 선수들의 계약금은 상상을 초월한다. 아마추어 선수들의 몸값은 전 세계적으로 계속해서 올라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아마추어 선수 영입 경쟁이 과열되면서 KGA에서 계약금 상한선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골프 매니지먼트 관계자는 "2년 전과 비교해 계약금이 크게 오르고 선수 측에서 요구하는 게 많아졌다. 가끔씩 프로골퍼 이상의 대우를 바라는 경우도 있다"며 "이런 현상이 지속적으로 이어지면 얼마 지나지 않아 아마추어 선수를 후원하는 기업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된다"고 말했다.
[임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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