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드디어 집에 왔다···8년 계약에 담긴 한화의 현재와 류현진의 진심[스경x이슈]

김은진 기자 2024. 2. 22.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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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이 LA 다저스 입단을 확정한 뒤 2013년 1월 한화 구단이 대전에서 개최한 환송식에서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2년, 만 25세의 류현진은 시즌을 마치고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도전했다. 지금과 달랐던 포스팅 제도에서 LA 다저스가 최고 입찰액을 적어 류현진과 독점 교섭권을 따냈다. 적어낸 금액은 2573만 7737달러 33센트였다.

이 금액은 고스란히 류현진의 전 소속 팀 한화에 이적료로 지불됐다. 당시 환율로 280억원이었다. 류현진은 한국 프로야구에서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제대로 계약, 구단에 이적료를 남기고 떠난 최초의 선수였다. 당시 류현진이 안긴 280억원으로 한화는 대전구장 잔디를 교체했고 서산에 2군 구장을 지었다.

12년이 지나, 꿈 같이 류현진이 돌아왔다. 만 37세의 베테랑이 된 류현진이 이번에는 최고액을 받고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한화는 22일 8년 170억원 계약을 발표하고 류현진의 복귀를 공식화 했다. 류현진은 최종 사인했고 99번이 적힌 오렌지 유니폼을 입고 한화의 손을 잡았다.

170억원은 해외복귀선수와 FA를 통틀어 KBO리그 역대 최대 규모 계약이다. 지난해 포수 양의지가 두산으로 이적하며 4+2년 152억원으로 세웠던 최고액 기록을 류현진은 가볍게 뛰어넘었다.

류현진의 계약에는 옵트아웃이 포함돼 있지만 한화 구단은 “한화에서 8년을 다 뛰어 역대 최고령 기록을 세우며 종신 이글스맨으로 남아달라”는 뜻을 포함했다. 또한 한화 구단과 류현진 재단이 MOU를 체결, 유소년 야구 발전 등 사회공헌활동을 공동 진행하는 내용도 계약 조건에 포함했다.

류현진이 22일 한화와 입단 계약해 한화 유니폼을 입고 박찬혁 이글스 대표이사와 기념촬영 하고 있다. 한화 이글스 제공



8년 계약은 실질적으로는 샐러리캡도 고려한 결정으로 보인다.

류현진은 2012년 시즌을 마친 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이 아닌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나갔다. 돌아오는 지금의 KBO리그에서 신분 역시 FA가 아니다. 이에 따라 계약금 없이 170억원은 모두 연봉으로 지급돼야 한다. 4년 계약을 할 경우 평균 40억원 이상이 류현진 한 명의 연봉으로 들어간다.

한화의 2023년 연봉 상위 40명 합계 금액은 85억3100만원이었다. 샐러리캡 기준 금액이 114억2638만원이라 28억9538만원의 여유가 있는 상황이다. 한화는 류현진의 시즌별 연봉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다르게 배분을 했다. 그러나 일단 계약기간을 8년으로 설정하면서 평균 연봉은 21억2500만원이 된다.

메이저리그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의 계약을 연상해볼 수 있다. 오타니는 전세계 스포츠 사상 최대인 10년 7억 달러에 다저스와 계약했지만 그 중 98%인 6억8000만 달러를 10년 뒤 받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전례 없었던 지불유예 방식을 택했다. 구단의 부담을 덜어준 것이다.

KBO리그에서는 오타니 계약 같은 지불 유예 시스템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샐러리캡으로 인해 이미 일부 구단들이 시도하려 했으나 허용되지 않은 사항이다. 한화는 류현진과 8년 계약을 합의했다. 류현진 역시 오랫동안 이글스의 상징으로서 대기록에 도전해보겠다는 데 의미를 두고 계약기간 8년을 받아들였다. 샐러리캡을 고려해야 하는 구단의 현실도 고려한 결정이다. 한화는 이를 통해 평균 연봉 규모를 절반으로 줄일 수 있었다.

과거 한화 소속으로 역투하는 류현진의 모습. 연합뉴스



최근 KBO리그 최고 연봉은 메이저리거의 한국 복귀 과정에서 연속으로 깨졌다. 추신수가 2021년 SSG에 입단하면서 연봉 27억원으로 역대 최고 기록을 썼다. 2022년에는 김광현이 역시 SSG로 복귀하면서 4년 151억원에 계약, 첫해 연봉 81억원을 기록했다. 구단의 샐러리캡을 고려한, 다시 깨지기 어려운 최고 연봉 ‘강제 기록’이었다. 류현진은 총액에서는 170억원으로 역대 리그 최고액 기록을 썼다. 그러나 연봉에서는 흔쾌히 구단 사정을 공유하고 사인했다.

손혁 한화 단장은 “첫째로는 류현진이 그만큼 충분히 던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구속형이 아니라 제구형, 수 읽기 스타일의 투수이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판단한다”며 “삼성의 오승환이 이번 시즌을 마치면 류현진의 계약 7년째랑 같다. 거기서 1년 더 하면 송진우 선배 기록 넘게 되는 것이다. 영원한 한화맨으로 인식되는 것도 매우 의미있다고 구단은 판단했다. 물론 샐러리캡도 충분히 고민은 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170억원은 모두 보장액이다. 한화는 일단 류현진이 8년 계약 기간을 다 채울 것으로 기대하고 계약했다. 류현진도 빅리거에서 KBO리거로 돌아와 이글스와 종신계약 한다는 뜻으로 사인했다.

2006년 한화에 입단해 신인왕과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를 동시에 석권하며 충격적으로 데뷔, 리그를 호령한 류현진은 꿈의 미국 무대에서 11년 간 선발 투수로서 ‘코리안 몬스터’의 이름을 굵게 새겨넣은 뒤 12년 만에 집으로 돌아왔다.

한화 선수들이 지난 시즌 승리 뒤 기뻐하고 있다.



한화는 구세주를 맞이한 분위기다. 떠날 때 20대 중반의 아주 쌩쌩했던 투수는 아니지만 여전히 미국 무대에서 FA 선발 투수의 경쟁력을 보유한 1선발을 안았다. 단순한 경기력 이외의 효과까지 환산하면 한화는 170억원 그 이상의 가치를 기대하며 팀의 변화를 확신하고 있다.

류현진이 마지막으로 뛰었던 2012년과 돌아온 2024년, 한화의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다.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그 사이 한 차례(2018년) 가을야구에 갔을뿐이다.

류현진의 위치가 달라져 있다. 떠나기 전 류현진은 KBO리그 최고의 에이스였다. 기력이 약한 팀을 끌고가는 막내 에이스였다. 마지막 시즌이었던 2012년에는 은퇴 직전의 박찬호와 김태균이 리그 복귀해 합류하고 온갖 화제를 뿌렸으나 팀이 최하위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보지 못한 채로 류현진은 떠났다.

2024년의 한화는 전년도 9위로 최하위를 겨우 벗어난, 여전히 하위 팀이다. 그러나 신인왕 문동주와 홈런왕 노시환을 배출하고 최근 몇 년간 젊은 불펜진을 성장시켜 희망의 씨앗을 뿌린 채 류현진을 맞았다. 그리고 류현진은 최고참이 되어 돌아왔다. 여전히 특급 에이스 기대를 받는 류현진이 이제 맏형으로서 한화 마운드를 끌고 간다. 최대한 길게, 그 기간을 8년으로 약속했다.

류현진은 23일 일본 오키나와로 간다. 지난 21일 이동한 한화 선수단보다 이틀 늦게 합류하지만 실질적으로 오키나와 캠프 전체를 같이 하면서 무리없이 시즌 준비에 돌입할 수 있게 됐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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