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대박’ 꿈꾸는 과학자들, 헬륨3·희토류보다 흥분하는 것은

김성모 기자 입력 2024. 2. 22. 17:15 수정 2024. 2. 25.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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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Cover Story] 반노바 SICSA 센터장 “2040년 달 정착지? 불가능 아냐”

※조선닷컴에서 우주 건축과 관련된 동영상과 함께 기사를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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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시린 달빛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는 일이 조만간 현실이 될까. 달에 인류 정착지를 만드는 건 더는 ‘몽상가들의 꿈’이 아니다. 월신(月神) 아르테미스의 엄청난 경제적 가치가 속속 확인되면서 달에 인류 정착지 시대가 도래할 것이란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아마도 당신이 죽기 전에 사람들은 달과 화성에서 살게 될 것’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미 항공우주국(NASA)은 2040년까지 달에 우주 비행사뿐 아니라 일반인도 거주할 수 있는 주택지구를 만들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 연구원이 휴스턴대 사사카와 국제우주건축센터 '케이지(Cage)'란 실험 공간에서 연구하는 모습. 우주복을 입은 채 대형 크레인에 매달려 가상현실(VR) 고글까지 낀 채 우주 건축물 연구를 하고 있다. /휴스턴대 사사카와 국제우주건축센터

이미 정식 학문적 연구도 이뤄지고 있다. 미국 휴스턴대 사사카와 국제우주건축센터(SICSA)에선 세계에서 유일하게 ‘우주건축학’으로 이학석사 학위를 수여한다. 이곳에선 ‘케이지(Cage)’라 불리는 연구 공간을 마련하고 우주 정착지 설계와 건축 실험에 한창이다. 연구원과 학생들은 우주복을 입은 채 대형 크레인에 매달려 우주 유영을 경험하며, 가상현실(VR) 고글로 눈앞에 우주가 펼쳐지는 혼합현실(MR) 속에서 ‘우주 건축’ 연구를 한다.

달 주택 ‘루나 랜턴’ 가상도. /SEArch+

“2040년까지 달 정착지 건설이 가능하겠냐고요? 기술적 난제(難題)는 많습니다. 그래도 그때쯤이면 (이를 극복할 기술 개발에) 매우 가까워질 것 같습니다.” 올가 반노바(Bannova) SICSA 센터장은 WEEKLY BIZ와 인터뷰에서 ‘2040년 정말 달에 인류가 살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그때쯤이라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누가 알겠느냐(who knows)”고 답했다.

올가 반노바 사사카와 국제우주건축센터 센터장/올가 반노바 센터장 제공

◇달아, 쇼 미 더 머니(show me the money)

400여 년 전 영국에서 미국 버지니아주 남쪽 섬으로 건너간 사람들은 마을을 만들고 ‘제임스타운’이라고 이름 붙였다. 스페인이 중남미 금광·은광에서 노다지를 캐자 영국인들도 ‘대박의 꿈’을 꾸며 북미 땅으로 건너와 제임스타운을 세웠다. 그러고 이제 세계는 달로 향한다. 400여 년 전처럼 ‘대박의 꿈’을 안고서다. 달의 대표적인 노다지는 ‘헬륨3′란 광물이 꼽힌다. 이 마법의 광물은 1g만 있어도 석탄 40톤이 생산하는 에너지를 대체할 수 있다고 한다. 만약 달에서 헬륨3를 넉넉하게 싣고 오는 시대만 열린다면, 중동 지역의 석유 자원 의존이 사라지고 지구촌 에너지 지형 자체가 송두리째 흔들릴 것이란 해석까지 나온다.

그러나 과학자들을 가장 흥분시킨 ‘달 자원’은 희귀 광물이 아니다. 지구에선 흔하디 흔한 ‘물’이다. 왜일까.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가 발간하는 ‘MIT 테크놀로지 리뷰’에 따르면, 물은 수소와 산소로 분리한 다음 이들 성분을 액화시켜 로켓 연료를 만들 수 있다. 만약 달 궤도나 달 기지에서 로켓 연료를 보급받을 수 있게 된다면, 더는 지구에서 추진제를 모두 싣고 우주로 떠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이렇게 되면 우주선을 훨씬 가볍게 만들어 저렴하게 쏘아 올릴 수 있어 우주여행 시대에 한 발짝 더 나아간다는 해석이다. 달은 우주를 여행할 때 로켓 연료를 주유하는 ‘우주 주유소’ 역할까지 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그래픽=김현국

-달엔 희귀 광물이 많아서 경제적 가치가 크다는데.

“달에는 각종 광물 자원이 많을 것으로 본다. 헬륨3만 있는 게 아니다. 철과 알루미늄, 티타늄 등과 같은 금속이 산화된 상태로 존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금속 자원을 활용할 수 있게 되면 (지구에서의 활용뿐 아니라) 달에 정착촌을 만드는 데에도 확실히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지속적인 투자와 기술적 발전, 충분한 실험이 뒷받침된다면 달에서 얻은 자원을 달에 짓는 건축물 자재로 활용하는 건 충분히 실현 가능한 일이라고 본다. 달에서 얻은 자원을 활용해 달 정착촌 건설에 활용할 수 있다면 ‘우주 경제(space economy)’도 보다 지속 가능할 것이다.”

그래픽=김의균

-물에 주목하는 과학자도 많다.

“달에서 발견된 물은 훌륭한 자원이 될 수 있다. 물은 달에서 방사선 차단을 위한 물질로도 활용될 수 있는 데다, 수소와 산소로 분리한 뒤 (액화해) 로켓 연료로 쓸 수도 있다. 우리가 기술적 진보를 이뤄 달에서 물을 수확해 쓸 수 있다고 생각해보라. 정말 멋진 일이다. 하지만 ‘우주 경제’는 수요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달에서 로켓 연료를 만들어 ‘우주 주유소’를 만든다고 해도 이 연료를 살 고객이 달에 오지 않는다면 이 같은 구상은 실현 가능하지 않다. 이런 사업을 하려면 당신이 만드는 무언가를 살 고객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1960년대 달 착륙 프로그램인) 아폴로 프로그램을 뛰어넘는 다음 단계이다. 달에 대한 몇 가지 정보를 수집하고 끝나는 게 아니란 뜻이다. 달에서 지속 가능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이를 통합하는 계획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투자도 끌어내고, (수요 창출을 통해) 투자 수익도 낼 수 있다.”

그래픽=김현국

◇우주의 건축학개론

미국에선 지난 2017년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우주정책명령 1호에 서명하며 ‘아르테미스 계획’을 시작했다. 이 계획은 상주 인력이 거주하는 달 기지 구축을 핵심 목표 중 하나로 삼는다. 그렇다면 벽돌도 콘크리트도 없는 황량한 달에선 어떻게 집을 지을까. NASA의 계획 중 하나는 3차원(3D) 프린터 건축이다. 3D프린터가 달 흙먼지로 반죽한 콘크리트를 마치 치약처럼 짜내는 식으로 주택을 쌓아 올리며 집을 짓는 신공법이다. NASA는 이 기술을 가진 미국의 민간 기업 ‘아이콘(ICON)’과 5720만달러짜리 규모의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그래픽=김현국

그러나 건축물 재료는 현장 조달이 어려울 수 있으니 아예 건축물을 들고 가자는 생각도 나온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지구 밖에서의 삶(A life less Earthly)’이란 팟캐스트에서 “우주선 발사에서 추가 무게는 곧 엄청난 추가 비용을 의미한다”며 “이에 가볍고 접이식이면서 내구성이 있는 ‘팽창식 캡슐’ 아이디어가 나온다”고 소개했다. 마치 물놀이 튜브처럼 우주에 도착하면 펼친 뒤 가스를 불어넣어 팽창시키는 방법을 쓴다는 것이다. 핵물리학자인 피에르 앙리케는 폴리테크닉 인사이트에서 “팽창식 모듈은 2016년 국제 우주 정거장에 설치되기도 했다”며 “2016년 유럽우주국(ESA)이 내놓은 ‘달 정착지(Moon Village)’에서도 팽창식 모듈을 달 표면에 설치한 뒤, 로봇을 활용해 이 모듈 위를 두꺼운 콘크리트 층으로 덮는 아이디어를 고려했다”고 말했다.

-어떤 건축 방식이 우주 건설에 사용될 것으로 보나.

“팽창식 모듈처럼 확장 가능한 구조물은 (우주선) 발사 전 포장해 실었다가 나중에 펼치는 식이라 우주 건축 초기 단계에 유리할 것으로 본다. 그러나 캠핑 떠날 때 텐트뿐 아니라 침대, 테이블 같은 모든 물건을 따로 가져가야 하는 것처럼, 모든 구조물 재료와 장비를 우주까지 포장해 가야 한다는 게 단점이다. 3D 프린팅 기술도 쉬운 건 아니다. 이 기술을 쓰려면 우선 (태양광 등을 활용한) 전력 생산 장비가 필요할 것이고, 당연하지만 (거대한) 3D 프린터 장비를 (달까지) 가져가야 한다. 장비가 고장 나면 달에서 고치기도 해야 한다. 따라서 이들 기술 중 어떤 기술이 다른 것보다 낫다고 말하긴 어렵다. 또 어떤 용도의 건축물인지, 얼마의 시간과 돈을 들여 짓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실제로 우주 건축 시대가 열리면 다양한 기술의 조합으로 우주 건축물이 지어질 것이다.”

-우주 건설을 지구에서 예행연습 해본 적 있나.

“오래전(2005년)에 그린란드에서 학생들과 ‘서밋 프로젝트(Summit Project)’를 진행한 적이 있다. 여름에도 강추위가 이어지는 눈 쌓인 그린란드의 빙하 위에 건축물을 짓는 프로젝트였다. 그린란드는 대부분 얼음으로 덮여 있어 표면부 기초 다지기 작업 없이 건축물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게 관건이었다. 또 구조물의 부등침하(不等沈下·구조물 기초 지반이 불균등하게 내려앉는 것)도 고려해야 했다. 구조물의 무게 중심과 무게 분산에 대한 연구를 한 셈인데, 이는 우주 건축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개념이다.”

-SICSA에 설치된 ‘케이지(Cage)’란 시설도 흥미로운데.

올가 반노바 사사카와 국제우주건축센터(SICSA) 센터장이 '케이지(Cage)'에서 연구하는 모습./사사카와 국제우주건축센터 제공

“이 시설은 연구자들이 진짜 우주 공간에 온 것처럼 느끼며 실험 작업을 해보도록 가상 현실, 증강 현실 등 수많은 기술을 결합해 만든 통합 실험 환경이다. 우주 정착지 설계엔 비용이 많이 들고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 또 잘못되면 우주 정착민이 위험해질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우주로 무언가를 보내기 전에 지구에서 가능한 한 많은 것을 테스트하는 게 중요하다고 보고 이 시설을 만들었다. 2~3년에 걸쳐 시설을 조성해 지난해 봄에 완성했다. 우리 센터 자문위원회에는 전(前) NASA 우주비행사 출신의 보니 던바(Dunbar) 교수도 있다. 그는 그가 우주에서 직접 경험한 일을 학생들에게 생생히 전수한다.”

◇달 정착촌 건설을 위한 난제

달 정착지 건설을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는 아직 수두룩하다. 우선 달에 도착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미국의 우주기업 인튜이티브 머신스의 무인 달 탐사선 오디세우스가 22일(미국 시각) 달에 도달했지만, 그간 이스라엘과 일본·미국 등의 민간 우주기업 달 착륙 미션은 줄줄이 실패한 바 있다.

NASA도 아르테미스 계획의 2, 3단계를 1년씩 미루겠다고 지난달 9일 밝혔다. 원래 아르테미스 계획은 2022년 말 우주선 오리온에 마네킹을 실어 달 궤도에 보낸 뒤 2024년엔 유인 탐사선으로 달 궤도를 돌고, 2025년엔 우주 비행사를 달 표면에 착륙시키는 식으로 단계별 목표가 있었다. 그런데 2단계는 2025년 9월, 3단계는 2026년 9월로 연기했다. “우주비행사 안전을 위한 기술 점검에 만전을 다하기 위해서”란 게 NASA 설명이다.

우주에 무사히 도착해도 극한 상황이 펼쳐진다. 달의 중력은 지구보다 6배 약하다. 따라서 인간이 거주할 수 있도록 가압 시설이 필요하고, 건축 구조나 재료 저항에 대한 계산을 심층적으로 해야 한다. 여기에 달은 낮과 밤이 300도 안팎 벌어지는 극한 기온을 보이고, 강한 우주 방사선까지 쏟아진다. 달에 잔뜩 쌓인 흙먼지는 우주인이 마시면 다양한 종류의 암을 일으킨다고 알려졌다.

-달 정착지 건설에 가장 큰 도전 과제는 무엇인가.

“달에서 하려는 것 중 쉬운 건 없다. 방사선 노출, 극한의 온도 등 모든 게 도전 과제다. (달의 흙먼지를 말하는) 레골리스는 움직이는 모든 것에 달라붙는 성질이 있다. 우주인의 우주복과 장화, 우주 이동 장치에 다 달라붙기 때문에 우주 정착민이 (건강에 해로운) 우주 흙먼지를 마시기 전에 어떻게 청소해낼지도 연구해야 한다. 방사선 노출도 큰 문제다. 방사선은 우주 공간에서 곧장 내리쬐는 것도 있지만, 지표면에서 반사되는 2차 방사선까지 있다. 밖을 내다볼 창문 하나 만드는 것도 쉽지 않다는 뜻이다.”

-달에서 발견된 물을 활용하는 것도 어려운가.

“물론이다. (달의 물은 극 근처 영구적으로 그늘진 지역에 영하 233도 상태로 꽝꽝 언 상태라고 한다.) 달에서 얼음을 발견하고 그냥 녹이기만 한다고 마실 수 있는 물이 되는 게 아니다. 인간이 마실 수 있게 정수하고, 실험 과정을 거쳐 안전한지 확인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전력과 정수 장비 등도 필요할 것이다.”

◇1달러 투자는 7~12달러의 효과

그래도 ‘역경’은 돈이 된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저서 ‘부의 미래’에서 “우주개발 1달러 투자는 7~12달러의 경제적 효과를 창출할 것”이라며 “우주공간으로의 도약이 부의 혁명적 전환을 가져올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정수기·선글라스나 화재경보장치 등 우주개발을 통해 얻어진 각종 기술은 미래 성장의 원동력이 됐다. 우주 경제는 2022년 5460억달러에서 2027년 7700억달러 수준으로 오르고(스페이스 파운데이션 추산), 2040년쯤 27조달러까지 성장할 것이란 예측(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증권)도 나온다. 발사체 재사용 등으로 ‘상업 우주 2.0′ 시대를 여는 대표 주자인 스페이스X의 시가총액은 이미 보잉이나 록히드마틴을 넘어섰다.

그래픽=김현국

-우주 건축 분야의 경제적 파급 효과도 클까.

“우주에서 작물을 키우고 자원을 재활용하기 위해 연구하는 ‘폐쇄형 환경제어 시스템’은 지구에서도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유익하게 활용될 수 있다. 수소를 기반으로 하는 동력원 개발 등은 연료 분야에서 다양한 기술적 진보를 촉진시킬 것이다. 우주 건축은 의학·제약 산업과도 관련이 있다. 무중력 상태나 방사선으로부터 인체를 보호하기 위해선 많은 첨단 의약품의 개발을 촉진시킬 것이다.”

-한국도 우주 개발에 관심이 크다. 한국과의 협력 가능성은.

“우리 센터는 오는 7월 부산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국제 우주과학 학술대회인 국제우주연구위원회(COSPAR·코스파)에 참석한다. 센터는 특히 우주에서의 인간 거주 문제와 관련한 세션을 주관할 예정이다. 우리 센터는 항상 협업의 기회를 열어두고 있다.”

☞사사카와 국제우주건축센터(SICSA)

휴스턴대(University of Houston)에 속한 연구 센터로, 우주 건축학 분야에서 세계 유일의 이학석사 학위를 수여하고 있다. 일본 기업가 사사카와 료이치가 기부한 기부금으로 1987년에 설립됐다. 달이나 화성 등 우주 극한 환경에서의 거주지나 구조물 건설과 관련한 연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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