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몬스터는 영원히 기억될 것" 감동의 한국어 마지막 작별 인사
토론토 블루제이스는 22일(한국시간) 구단 공식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영어로는 'Thank you for everything, Hyun Jin'이라면서 하트와 함께 감사 인사를 전했다. 또 한글로는 '류현진 선수, 고마웠어요. 토론토에서의 코리안 몬스터는 영원히 기억될 것입니다'라면서 진정한 작별 인사와 함께 응원의 뜻을 건넸다.
토론토 구단은 류현진이 활약하는 모습 및 정면을 응시하고 있는 사진을 게재하며 진한 애정을 드러냈다. 과거 토론토에서 에이스로 군림했던 류현진을 향해 토론토가 확실하게 예우하는 모습이 느껴졌다.
류현진과 토론토의 인연은 지난 2019년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류현진은 LA 다저스에서 맹활약을 펼친 뒤 FA(프리에이전트) 신분으로 새로운 행선지를 물색 중이었다.
그러다 ESPN과 USA 투데이 등 미국 유력 매체들은 일제히 류현진이 토론토와 4년 총액 8000만 달러에 달하는 대형 계약을 맺었다고 보도했다. USA 투데이는 "류현진이 전 구단 상대로 트레이드 거부권을 보장받았다"는 내용을 전하기도 했다.
뛰는 무대도 서부지구에서 동부지구로, 내셔널리그에서 아메리칸리그로 바뀌었다. 모든 게 류현진에게 있어서 새로운 도전이었던 셈이다. 그래도 류현진은 새로운 무대에서 잘 적응했다.
이미 이보다 앞서 2019시즌 류현진은 최고의 활약을 펼친 선수였다. 그해 29경기에서 14승 5패 평균자책점 2.32로 메이저리그 최정상급 활약을 해냈다. 세부 성적은 160피안타(17피홈런) 53실점 47자책 4몸에 맞는 볼 24볼넷 163탈삼진 피안타율은 0.234.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는 1.01밖에 되지 않았다.
당시 류현진의 2.32라는 평균자책점은 메이저리그 전체 1위였다. 또 볼넷 허용(24개) 역시 규정 이닝 투수 중에서 1위였다. 이런 좋은 성적을 바탕으로 류현진은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2위에 올랐다. 그해 8월에 주춤하지만 않았다면 사이영상 수상까지 가능해 보일 정도로 좋은 페이스였다.
당시 토론토는 2017시즌부터 2019시즌까지 3시즌 동안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지 못하고 있을 정도로 약팀이었다. 야수 쪽에서는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와 보 비셋, 루르데스 구리엘 주니어 등 재능을 갖춘 선수들이 많았지만, 투수 쪽에서는 이렇다 할 에이스가 없었다. 2019시즌에만 무려 21명의 선발 투수를 골고루 기용했다. 그만큼 확실한 선발 투수가 없다는 뜻이었다. 1915년 필라델피아 애슬레틱스에 이어 메이저리그 사상 한 시즌에 두 번째로 많은 선발 투수를 기용한 구단으로 이름을 올렸다. 마커스 스트로먼, 다니엘 허드슨, 트렌트 손튼 등이 2019시즌 활약했으나, 정상급 선발 투수라 하기에는 거리가 멀었다.
결국 2020시즌을 앞두고 토론토는 태너 로아크라는 괜찮은 선발 자원을 2년 2400만 달러의 조건에 영입한 것을 비롯해 요미우리 자이언츠 출신의 일본인 에이스 야마구치 순과 2년 600만 달러에 도장을 찍었다. 그리고 류현진을 영입하며 에이스 자리를 확실하게 채웠다.
류현진을 영입하자 당시 토론토 팬들은 두 팔 벌려 환영했다. 토론토 팬 사이트인 제이스 저널(Jays Journal)은 "향후 4년 동안 류현진의 계약이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겠지만, 그는 우리에게 필요악(necessary evil)이었다. 연봉 2000만 달러 계약을 맺은 건 류현진의 재능에 대해 공정하게 평가한 것"이라 전했다.
당시 매체는 "로스 앳킨스 토론토 단장이 오프시즌에서 류현진 영입을 일찌감치 목표로 잡았다"면서 "연봉 2000만 달러 계약은 류현진의 재능에 대한 공정한 시장 가치"라고 짚었다. 또 제이스 저널은 "토론토가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에서 다시 순위 경쟁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는 팬들이 희망을 품기 시작했다. 류현진을 영입한 건 더 큰 위험을 감수할 가치가 있는 계약이다. 우리는 류현진은 믿는다"고 응원했다.
또 다른 매체 블루제이스 프롬 어웨이는 "토론토의 투수력은 확실히 향상될 것"이라면서 "이제 신인 투수들이 선발진을 이끌지 않아도 된다. 류현진이 에이스로 왔다. 태너 로아크와 체이스 앤더슨, 맷 슈메이커, 트렌트 손튼, 라이언 보루키 등이 경쟁을 벌일 것이다. 최고 유망주인 네이트 피어슨 역시 어느 순간에 치고 올라올 것이다. 2020시즌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건강이다. 선발 로테이션이 부상 없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경우, 팀은 더욱 강력해질 것이다. 혹여나 류현진이 부상을 당한다고 할지라도 피어슨이 콜업될 때까지 이닝을 책임져줄 선수들이 있다"고 강조했다.
류현진은 토론토로 이적한 첫해인 2020시즌은 전 세계적으로 유행했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단축 시즌으로 치러졌다.
캐나다 스포츠넷에 따르면 2020시즌 출발을 앞두고 로스 앳킨스 단장은 "류현진의 성공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는 늘 꾸준함을 보여주고 있으며, 쉽게 간다. 또 다른 이들을 편안하게 만들어준다. 완벽함을 추구하는 선수다. 야구도 사랑한다"며 호평을 아끼지 않았다. 또 "류현진의 몸 상태는 아주 좋다. 환상적이다. 별다른 차질이 발생하지 않을 경우에는 류현진이 2020시즌 개막전에 선발 등판할 것이다. 그는 준비가 돼 있는 상태다. 또 류현진은 동료들을 즐겁게 해주는 선수"라고 치켜세웠다.
결국 그해 류현진은 12경기에 선발 등판해 5승 2패 평균자책점 2.69를 마크했다. 67이닝 동안 60피안타(6피홈런) 22실점 22자책 1몸에 맞는 볼 17볼넷 72탈삼진 피안타율 0.234 WHIP 1.15의 뛰어난 세부 성적을 내며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투표 3위에 올랐다. 당시 류현진은 2위 표 4장, 3위 표 7장을 받으며 총점 51점을 기록했다. 1위는 30장의 1위 표를 독식한 셰인 비버의 몫이었으며, 2위는 일본인 투수 마에다 겐타였다.
하지만 2022시즌 류현진은 6월에 팔꿈치 통증을 느꼈고, 결국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으며 많은 경기에 출장하지 못했다. 급기야 2022년 7월에는 팀을 이끌었던 몬토요 감독이 경질되기도 했다. 류현진은 수술 후 1년 2개월 동안 재활에 몰두했다. 2023시즌을 앞두고 출국 당시 류현진은 "따뜻한 곳으로 빨리 가서 훈련을 시작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수술했던 집도의가 정해준 일정에 따라 재활 단계를 밟고 있다. 6월부터 재활 경기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올스타 브레이크가 끝나면 (복귀가) 될 것 같다"고 말했는데, 실제로 그렇게 됐다. 살도 13kg이나 감량했던 류현진은 마침내 2023년 8월에 빅리그에 복귀했다. 그리고 토론토를 위해 마지막으로 힘차게 공을 던졌다. 와일드카드 엔트리에 포함되지 못했던 류현진과 토론토의 4년 동행은 그렇게 막을 내렸다.
김우종 기자 woodybell@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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