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발하는 비명, 반기 든 이낙연…이재명의 ‘플랜B’는?
이재명 불출마 촉구도…일각선 “효과 볼 ‘골든타임’ 이미 지나”
(시사저널=변문우 기자)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계파 공천' 논란으로 내홍에 휩싸였다. 불공정 여론조사 논란은 물론, 현역의원 하위 20%에 비명(非이재명)계 의원들이 대거 포함되면서 '공천 학살' 우려가 가시화됐다. 제3지대에서 새 깃발을 든 이낙연 새로운미래 공동대표도 비명계 의원들에게 손을 내밀며 '이삭줍기'를 시도하는 분위기다. 민주당 일각에선 이재명 대표의 불출마 선언 등 '플랜B' 전략을 통해 위기를 타개해야 한다는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공천 잡음'에 비상 걸린 이재명…이낙연은 非明 스킨십
민주당에선 지난 주말부터 일부 지역구에서 비명계 현역 의원들을 제외한 여론조사를 시행한 사실이 알려지며 '계파 공천' 논란의 서막이 올랐다. 또 당 지도부가 최근 비공식 회의를 통해 일부 비주류 현역 의원에 대한 컷오프(공천 배제) 등을 논의했다는 보도까지 나오자, 비명계 의원들 사이에선 '밀실 공천'이라며 반발이 커지고 있다.
실제 비명계로 분류되는 김영주·박용진·윤영찬·송갑석·박영순·김한정 의원 등은 본인들이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로부터 '의정평가 하위 20%' 결과를 통보받은 사실을 직접 밝히며 '계파 공천' 논란에 기름을 끼얹었다. 특히 국회부의장까지 역임한 4선의 김영주 의원은 이재명 대표와 당을 향해 "조롱과 모욕을 당했다"며 탈당 결심까지 했다.
정치권에선 비명계 인사들의 탈당 러시가 이어질 경우 민주당엔 악재지만 이낙연 대표의 새로운미래엔 호재라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의 한 축을 담당하는 친문(親문재인) 세력이 결집할 구심점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낙연 대표 입장에서는 민주당 현역 의원들이 합류할 경우 호남 민심을 사로잡을 기회를 얻는 셈이다.
특히 새로운미래가 이준석 대표의 개혁신당과 결별한 만큼, 오히려 민주당 현역 의원들이 부담 없이 합류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졌다는 평도 나온다. 이낙연 대표도 최근 기자회견과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진짜 민주당을 세우겠다"며 "합류 가능성을 강하게 말씀하신 분도 있다"고 자신했다.
실제 이낙연 대표 측과 몇몇 비명계 의원들이 회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종민 새로운미래 공동대표는 지난 20일 민주당내 친문 핵심인 홍영표 의원을 만나 합류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운미래 관계자도 통화에서 "의정 활동을 잘 완수했음에도 계파를 이유로 민주당 하위 20% 명단에 포함될 것이 유력한 의원들에게 계속 연락을 넣고 있다"고 전했다.
이재명은 침묵…"與 공천 잡음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당내 일각에선 이 대표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나 이해찬 전 대표처럼 총선 정국에서의 전권 위임이나 불출마 등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단 얘기다. 지난 2012년 총선처럼 '정권 심판론'을 고리로 총선정국 직전까지 유리한 판세를 점하고 있다가 하루아침에 역전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관련해 당내에서도 이 대표의 불출마 선언 등 플랜B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친문계인 이철희 전 정무수석은 2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판을 뒤집으려면 이재명 대표가 총선 불출마하면 된다. 여당에서 방탄이니 온갖 공격을 하는데, 이런 모든 논란을 종식시킬 수 있는 최고의 카드"라며 "자기 것부터 내려놔야 사람들이 진정성 있게 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일각에선 이재명 대표의 '용퇴 결단' 골든타임이 지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친명계로 분류되는 한 민주당 후보는 통화에서 "선거제 당론 결정부터 해서 이재명 대표가 결단을 내릴 골든타임이 매번 지났다. 이번 논란도 전략적으로 방법이 없다"며 "이미 태풍 속에 들어와 있는 셈이라, 여당 공천 잡음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일반적으로 총선 정국에서는 야당 지도부가 반사이익을 누려야 하는데, 현재는 정반대 상황이다. 야당이 공천 잡음으로 인해 분열이 심화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설령 이재명 대표가 불출마 선언을 한들 타이밍을 놓쳤는데 효과가 있겠나"라며 "이 추세대로면 위기 상황은 여당이 아닌 야당이 맞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천을 둘러싼 잡음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내 계파 공천 논란에 대해 "누군가는 하위가 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며 본인의 공천 개입설을 일축했다. 또 본인을 향해 제기되는 사퇴론에 대해서도 "툭하면 사퇴하라는 소리를 하는 분들 계신 모양인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365일 내내 대표가 바뀌어야 할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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