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돈키호테 ‘성장 신화’ 주역은 알바생들... 그들은 어떻게 회사와 사랑에 빠졌나
WEEKLY BIZ 뉴스레터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146096
1989년 창사 이래 34년 연속 성장을 이어오다 급기야 지난해 영업이익 1000억엔을 돌파한 일본의 잡화점 돈키호테의 매력은 무엇보다 ‘재미’다. 일반적인 소매 유통점과 다르게 매장별로 상품을 다르게 진열하고 판매하는 방식이 소비자의 발길을 잡았다. 이런 돈키호테의 재미를 끌어올린 주역은 ‘메이트(mate)’라 불리는 아르바이트생들. 메이트들은 담당하는 분야의 상품을 진열하는 일부터 가격을 책정하는 업무까지 도맡고 있다. 일본 재계는 이런 돈키호테 ‘메이트 영업’의 성공 비결을 ‘업무 몰입(Work Engagement)’에서 찾고 있다.
메이트는 일반적인 아르바이트생과 지위가 다르다. 보통의 소매 유통점에선 직원 아래에 아르바이트생이 있는 구조이지만, 돈키호테의 메이트는 매출 목표와 전체적인 콘셉트만 공유받을 뿐 나머지는 주체적으로 결정한다. 시키는 일을 근근이 하는 게 아니라 자신이 맡은 분야에 대해 주인 의식을 갖고 일한다. 일본 닛케이비즈니스는 이런 주인 의식을 ‘업무 몰입’의 일환으로 분석했다. 그런데 개인이 조직과 사랑에 빠져 몰입한다는 뜻의 ‘업무 몰입’ 정도를 설문해보니, 일본과 한국 기업은 낙제점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日은 꼴찌 점수, 韓도 글로벌 평균의 절반
일본에서 최근 ‘업무 몰입’ 개념이 주목을 끄는 건, 일본 기업 근로자들의 ‘몰입도’ 성적표가 최근 글로벌 최악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미국 갤럽은 매년 전 세계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해 ‘업무 몰입’ 점수를 분석해 발표하는데 지난해 조사에서 일본은 5%란 꼴찌 점수를 받았다. 업무 몰입 관련 세계 평균 점수는 23%로, 해당 조사를 시작한 2009년(12%) 이래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인데, 일본은 이런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했다. 한국도 12%에 그치며 세계 평균치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업무 몰입이 중요한 이유는 직원들의 업무 몰입 수준이 높아질수록 회사에서의 성과가 정비례해 올라가기 때문이다. 갤럽에 따르면, 몰입도가 상위 25%인 직원과 하위 25%인 직원을 비교해보니 이들의 성과 차이는 크게 벌어졌다. 상위 직원이 하위 직원보다 결근율(-37%), 이직률(-25%), 안전사고 발생률(-48%), 품질 결함률(-41%)은 낮은 반면, 고객 만족(10%), 수익성(22%), 생산성(21%) 등 긍정적인 지표에선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 미국의 인재 컨설팅 회사인 모티베이션 엔지니어링연구소와 일본 게이오대학의 2018년 공동 연구에 따르면 특정 기업 직원들의 몰입 수준을 지표로 나타내는 ‘인게이지먼트 스코어(Engagement Score)’가 1점 높아지면 영업이익률은 0.35%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직장의 고(高)성과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선 직원 몰입이 중요하다”며 “사람들은 기계의 톱니바퀴 부품으로 여겨지기보다는 목적의식, 발전, 소속감을 바탕으로 열정적으로 기여하는 사람으로 인정받기를 원한다”고 설명했다.
◇업무 몰입 끌어올리기에 나선 일본
업무 몰입의 중요성이 부각되며 일본 기업들도 몰입도 끌어올리기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2005년 창업 후 일본에서 37개 점포를 운영하는 음식점 체인 HUGE는 1463명으로 불어난 직원을 관리하기 위해 업무 몰입 개념을 끌어들였다. 이 회사는 최근 사내 몰입도 조사를 도입하고 각 매장의 업무 몰입 수준을 반년마다 평가해 이를 객관적 점수로 나타내도록 했다. HUGE의 최고재무책임자(CFO) 마에하라 야스시(前原靖史)는 일본 컨설팅 기업 MS앤컨설팅과의 인터뷰에서 “처음엔 조사 결과를 공개하는 데 거부감도 있었다”며 “그러나 단순히 결과를 공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해결책을 고민하면서 조사의 가치가 인정받고 있다”고 전했다.
산업용 및 위생 관리용 브러시와 방충망 제조를 전문으로 하는 기업 바텍도 직원의 몰입도를 끌어올리기 위한 ‘비전 캠프’를 진행한다. 매년 이틀에 걸쳐 진행하는 비전 캠프에서 직원들은 자신의 가치관은 무엇인지, 삶의 목적, 일의 목적과 목표는 뭔지 생각하고 자신의 경력에서 추구하는 비전과 계획을 업데이트한다. 또한 선발된 직원들에게 자신의 비전을 공유하게 함으로써 직원 간 상호 이해를 높이고 서로의 목적과 목표를 응원하는 문화를 조성하고 있다.
◇맡기기·소통하기·상호 인정
그렇다면 업무 몰입을 끌어올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닛케이비즈니스는 업무 몰입을 위한 원칙을 3가지로 정리했다. 우선 직원들을 신뢰하고 자유를 줘야 한다. 미국의 공업 제품 및 사무용품 제조 기업인 3M사에는 직원 근무시간의 15%를 각자가 자유로운 연구개발에 쓰게 하는 ‘15% 컬처(culture)’가 있다. 이런 문화를 바탕으로 보호 테이프와 포스트잇 등 혁신적 제품이 태동했다고 한다. 직원들은 자유롭게 연구할 시간을 주는 회사에 감사하며 자신의 창의력을 발휘했고, 회사는 혁신적 제품 개발이란 결과를 얻어내는 ‘윈-윈 관계’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직원과 상사 사이의 소통도 중요하다. 소통에서 중요한 요소는 피드백이다. 상사가 부하 직원의 잘한 점을 평가하고 개선할 점을 알려주는 것이다. 독일 시총 1위 기업 SAP 산하의 출장·경비 정산 시스템 업체인 ‘컨커’는 일본의 ‘일하기 좋은 기업’ 순위(중형 부문)에서 지난해까지 6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컨커에선 매년 피드백을 잘하는 직원을 투표로 뽑는 ‘그레이트 피드배커(Great Feedbacker)’란 상을 줄 정도로 직원들 사이의 활발한 피드백 활동을 장려한다.
마지막으로 직원들끼리 서로 충분히 인정해주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나 상명하복 문화가 자리 잡은 일본이나 한국의 경우 부하 직원에게 인정받는 상사를 육성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한 제도 중 하나로 일본에선 직원이 상사를 선택할 수 있는 ‘상사 선택 제도’가 나왔다. 홋카이도 삿포로시에 위치한 구조설계 회사인 ‘사쿠라구조’는 매년 봄 입사 2년 차 이상의 직원들이 현재 자신에게 필요한 기술이나 경험을 가진 상사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한다. 이런 제도 덕분에 서로 잘 맞는 상사와 부하 간에는 소통이 활발해졌고 연차가 높은 선배들에게 위축되기 쉬운 젊은 직원들도 자신이 선택한 상사이기 때문에 자신의 의견을 전달하기 쉬워졌다.
☞업무 몰입(Work Engagement)
기업의 인사 관리에서 직원이 자신의 일을 얼마나 주체적으로 즐기면서 하는지를 확인하는 개념. 기존에는 급여를 올리거나 업무 시간만 줄여주면 직원 만족이 오를 것이라 생각했지만, 이런 요소가 충족돼도 실제 성과나 장기 근속에는 도움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에 따라 도입됐다. 업무 몰입도가 높은 직원은 보통 회사나 자신이 맡은 일에 대한 애정이 강하며, 책임감을 갖고 일한다.
WEEKLY BIZ 뉴스레터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146096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럼프, 보건복지부 장관에 ‘백신 음모론자’ 케네디 주니어 지명
- 파월 “금리 인하 서둘러야 할 신호 없어”
- Netflix Series Zombieverse: New Blood Coins ‘Vari-Drama’ Genre, Mixing Humor, High Stakes, and Zombie Action
- 결국 4만전자 전락한 삼전, 용산은 2년 전부터 알고 있었다
- 10만~20만원대로 실현한 문페이즈 드레스워치
- 연일 완판 행진 카이스트 탈모 샴푸, 단독 구성 특가
- 무쇠솥에 밥·찌개 끓인 후 한껏 올라간 집밥 맛
- 벨트 하나로 EMS·온열·진동 3중 관리, 허리 통증에 온 변화
- 1++ 구이용 한우, 1근(600g) 7만2000원 특가 공구
- 84세 펠로시, 2년 뒤 또 출마?… 선관위에 재선 서류 제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