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앞에 모인 의사들 “겁박에도 못 멈춰”···‘과격 발언’ 쏟아내
의사단체가 의대 증원에 반대하며 대정부 대응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22일 서울 지역 의사 궐기대회을 연 데 이어 다음달 3일 전국 의사 총궐기대회를 연다. 정부를 가리켜 “자식 못 떠날 매맞는 아내를 때리는 폭력 남편”으로 비유하고 “공무원들이 남의 밥상에 숟가락을 얹느냐” 등의 ‘과격 발언’도 쏟아냈다. 조만간 전체 회원을 대상으로 집단행동에 대한 투표도 실시할 예정이다.
서울시의사회는 이날 오후 7시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의대 정원 증원·필수의료 패키지 저지를 위한 궐기대회’을 열었다.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조직위원장이기도 한 박명하 서울시의사회장은 이 자리에서 “정부는 2000명 증원에 절대 물러설 수 없다며 자유의지로 사직한 전공의들에 업무개시명령 처분을 내린 동시에 저와 김택우 비대위원장에게 면허정지 사전통보를 하고 체포·구속 수사로 겁박하고 있다”며 “전방위적이고 무법적인 협박에도 국민·국가를 위해 투쟁하는 의사를 멈추게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박 회장과 김 위원장에 대해 ‘집단행동 교사 금지’를 위반한 혐의로 면허정지에 관한 행정처분 사전통보를 했다.
궐기대회 참석자들은 “무너지는 의대 교육, 국민 건강 무너진다”“필수의료 패키지가 필수의료 작살낸다”“의대생·전공의도 대한민국 국민이다”“현대판 노예제도 결사자유 보장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정부의 강경 대응에 대한 의사들의 발언도 과격해지고 있다. 이날 궐기대회에 참석한 한 서울시의사회 간부는 “뉴스를 보니까 정부 공무원들이 국민 건강을 지킨다고 발표를 하더라”며 “공무원들이 언제 국민 생각했느냐. 왜 남의 밥상에 숟가락을 얹느냐”고 했다.
주수호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은 이날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다른 의사가 자신에게 보내온 글이라며 의사를 ‘매 맞는 아내’로, 환자를 ‘자식’으로 정부를 ‘폭력적 남편’으로 묘사했다. 주 위원장은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볼모로 해서 이 사태를 벌인 것은 의사가 아니라 정부”라며 “아무리 몰아붙여도 의사들은 환자 곁을 떠날 수 없을 것이라는 정부의 오만이 이 사태를 만든 거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한 기사 댓글에는 가정폭력 피해 여성과 동일선상에 비유한 데 대해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전공의들이 집단행동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의협 차원의 집단행동도 조만간 가시화할 것으로 보인다. 주 위원장은 “회원들의 분노가 커 원래 3월10일에 하기로 했던 총궐기 대회를 3일로 앞당기기로 했다”고 밝혔다.
집단행동(집단휴진 등) 일정과 관련해 주 위원장은 “회원 투표 절차는 준비가 거의 다 됐다”며 “빠르면 다음주 초부터라도 투표를 바로 할 수 있는데 전체 회원의 의견을 대변하려면 많은 회원이 투표에 참여해야 하기 때문에 오는 25일 의사대표자 비상회의를 거쳐고, 회원 대상 투표참여를 독려한 다음에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협 비대위는 정부의 의대 정원 2000명 확대 방침은 근거가 없고 증원 규모를 두고 의협과 수차례 논의했다는 정부의 설명은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정부가 의사 인력이 고령화하고 있어 의사 공급이 부족해진다고 밝힌 데 대해 의협 비대위는 “의사는 일반 근로자와 다르게 은퇴 연령이 정해져 있지 않기에 사실상 일상 생활이 가능한 연령까지는 지속적으로 의료업에 종사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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