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지정학적 거리는 7.8, 미국은 불과 1.8...韓, 中과 결별 가능할까

홍준기 기자 입력 2024. 2. 22. 16:02 수정 2024. 2. 23.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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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맥킨지 연구소 성정민 소장 “교역 질서 변화에 대비한 ‘비상계획’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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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글로벌 무역의 주요 키워드는 ‘결별’이다. 세계 경제가 분절화(fragmentation)되면서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우방국끼리의 공급망 구축)’ ‘디커플링(decoupling·공급망 등 분리)’ 같은 단어가 주요 기업 프레젠테이션마다 심심찮게 등장하는가 하면, 보조금·관세처럼 자유무역을 방해하는 정책은 2017년 670여 개에서 지난해 3400여 개로 5배 수준으로 올랐다는 집계(글로벌트레이드얼러트)도 나온다.

지정학(地政學)적 친분을 기준으로 한 무역 공급망 재편은 교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엔 큰 고민이다. 특히 지리적으로는 이웃이지만, 지정학적으로는 멀어져 버린 중국과의 관계 설정이 국내 기업들 사이 최대 난제(難題)로 꼽힌다.

성정민 맥킨지 글로벌 연구소 중국 담당 소장/맥킨지 글로벌 연구소

성정민 맥킨지 글로벌 연구소 중국 담당 소장은 WEEKLY BIZ 인터뷰에서 “기업들 입장에서 중국을 완전히 배제하는 전략을 짜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다만 기업들은 급작스러운 국제 교역 질서 변화 등에 대비한 ‘컨틴전시플랜(contingency plan·비상 계획)’은 꼭 세워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1990년 설립된 맥킨지 산하 독립 경제 연구 기관인 맥킨지 글로벌 연구소의 중국 담당 조직을 총괄하는 성정민 소장은 하버드대에서 경영학 석사(MBA) 학위를 받은 중국 경제 전문가다. 성 소장은 맥킨지 한국사무소가 작년 말 발간한 ‘한국의 다음 S-커브(성장곡선)’라는 보고서에 공동저자로 참여했다. 소위 ‘맥킨지 개구리 보고서’로 불리는 이번 보고서는 2013년 한국경제를 ‘서서히 가열되는 냄비 속 개구리’에 비유한 이후 10년 만에 출간된 국가경제 진단 보고서이며 맥킨지는 이제 ‘개구리를 냄비 밖으로 꺼내야 할 때’라고 제언했다.

그래픽=김의균

◇이웃 사이 韓·中… 지정학 거리는 ‘7.8′

중국은 서해 건너 ‘이사 갈 수 없는 이웃’이지만, 국가 간 친한 정도(친소 관계)를 계량화한 뒤 지정학적 거리로 따져보면 참 멀리 떨어진 나라다. 맥킨지 글로벌 연구소는 2005년부터 2022년 사이 유엔총회에서 부쳐진 201건의 결의를 분석, 각국의 지정학적 입장을 미국을 기준으로 0~10까지 분류했다. 그 결과, 기준점(0)인 미국에서 ‘친한 관계’ 한국은 1.8 거리만 떨어졌지만, 중국의 위치는 9.6에 이르렀다. 중국은 미국과 대척점에 있는 이란의 위치(10)와 엇비슷했던 셈이다. 중국과 한국 사이의 거리는 7.8로 한미간 거리의 네 배 수준이다.

경제적 흐름도 이 같은 지정학적 관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게 성 소장 설명이다. 그는 “최근 2년(2022~2023년) 동안 한국 기업이 발표한 대(對)중국 그린필드 투자(신규 시설 건설 투자) 규모는 코로나 사태 이전 평균치보다 90% 줄었지만 북미 지역으로는 6배 늘었다”고 했다.

문제는 한국 기업들 입장에서 중국과의 결별은 어렵다는 점이다. 산탄데르은행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중국은 우리나라 수출·수입에서 가장 큰 비율을 차지했다. 한국 대외 수출의 22.8%가 중국을 향했고, 같은 기간 한국 전체 수입액의 21.1%를 중국이 차지했다. 성 소장은 “여러 연구 기관의 분석을 종합해 보니,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이 1% 감소하면 한국의 GDP도 0.2~0.5%가량 줄 것으로 예상됐다”며 “한국은 특히 전자, 화학, 금속 분야에서 중국에 대한 교역 의존도가 높았다”고 했다.

◇탈중국 시도는 공급망 ‘악화’ 우려

이에 무리한 ‘탈중국’ 시도는 국내 경제에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게 성 소장 생각이다. 중국 경제 규모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이자 유럽연합(EU)과도 엇비슷할 정도로 덩치가 커 이를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성 소장은 “지난해 세계 GDP 성장의 3분의 1 정도를 중국이 달성했다”며 “중국이 앞으로 10년간 연평균 2%만 성장하더라도 경제 규모가 현재 인도 GDP만큼 늘어난다는 계산”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글로벌 교역에서 차지하는 존재감도 막강하다. 글로벌 상품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율은 2005년 7.3%에서 작년 3분기 14.2%까지 증가했다. 미국(8.5%)과 독일(7.2%)을 추월했다. 성 소장은 “중국은 수출보다는 내수 위주의 ‘자체 생산·자체 소비’ 경제 체제를 강화하고 있음에도 글로벌 교역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매우 높다”며 “중국이 보다 적극적으로 글로벌 무대에 진출할 때 그 위상은 더 커질 수 있다”고 했다.

또 특정 소수의 국가가 수출을 전담하는 품목이 있을 때 해당 국가와 ‘완전한 결별’이 어렵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성 소장은 설명했다.맥킨지 글로벌 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지정학적 거리가 8 이상으로 먼 국가 간 교역은 글로벌 전체 무역의 17% 수준에 불과하지만, 3개 이하의 국가가 수출을 독점하는 품목(컴퓨터·대두 등)의 교역을 따져보면 이 비율이 39%까지 올라간다. 성 소장은 “미국이 중국 대신 베트남에서 노트북을 수입하자, 베트남 내 노트북 공장에서는 중국에서 수입한 부품을 더 많이 사용하게 됐다”며 “무리한 탈중국 시도는 공급망을 더 불투명하게 만들고 불필요한 비용만 늘어나게 할 수 있다”고 했다.

◇”비상 계획은 필수”

이에 중국과의 무역 관계를 유지하더라도 만일에 대비한 비상 계획 준비는 필수란 게 성 소장이 국내 기업들에 하는 조언의 핵심이다. 성 소장은 한국 기업에 세 가지를 당부했다. 우선 중국을 향한 모니터링 강화다. 그는 “경영진이 지정학적인 이슈를 기민하게 챙기는 동시에 특정 상품의 가격부터 해외직접투자(FDI) 흐름 변화, 비자 발급 추이, 관세나 보조금 지급 같은 ‘위기의 선행지표’를 잘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했다. 이와 함께 재고 비축, 추가 공급처 확보 같은 ‘보험 조치’부터 대체품 개발이나 현지 사업 분리나 철수를 가정한 대비책 등을 마련해 놔야 ‘요소수 대란’ 같은 풍파를 비켜 갈 것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기업들의 공급망 흐름을 정확히 파악하라는 조언이다. 성 소장은 “최근 맥킨지 글로벌 조사를 보면, 세계 주요 기업조차 1·2차 협력 업체를 넘어 3차 이상 협력 업체로부터의 소재·부품·장비 공급 흐름까지 파악하고 있는 비율은 20% 미만으로 집계됐다”며 “공급망의 가시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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