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식 "'파묘' 예매율 기록에 티모시 샬라메 쫄았을 듯" [인터뷰M]

김경희 2024. 2. 22.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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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파묘'에서 조선 팔도 땅을 찾고 땅을 파는 40년 경력의 풍수사 '상덕'을 연기한 배우 최민식을 만났다. '상덕'은 무당 '화림'을 통해 거액의 이장 제안을 받고 묫자리를 보러 가지만 악지에 자리한 묘에 수상한 기운을 느끼고 이장을 거절, 그러나 이후 기이한 병이 자식에게까지 유전된 의뢰인의 진심 어린 호소에 결국 이장을 결심한 뒤 '험한 것'을 추적하게 된다.

iMBC 연예뉴스 사진


오늘 개봉한 영화 '파묘'는 2024년 개봉 영화 중 가장 높은 예매율을 기록하며 기분 좋은 스타트를 했다. 이 소식에 최민식은 "축복 같은 일이다. 저도 오랜만에 무대 인사도 하는데 극장에서 관객을 만나는 자체가 너무 좋더라. 한국 영화의 상황이 안 좋은데 '파묘'가 제대로 뚫어서 뒤에 개봉하는 영화들이 좋은 기운을 받았으면 좋겠다"라며 소감을 밝혔다.

그러며 며칠 전 내방해 홍보 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는 영화 '듄'의 티모시 샬라메를 언급하며 "우리 영화 예매율이 엄청나서 샬라메가 쫄았을 것 같다"라는 말을 해 웃음을 안겼다.

장재현 감독의 전작인 '검은 사제들' '사바하'를 너무 재미있게 빠져들어 봤기에 연출이 촘촘하다는 생각을 했다는 최민식은 "완성도가 너무 좋아서 장감독이 궁금했다. 기존에 오컬트를 좋아하지 않았는데 그건 아마 장르가 싫어서가 아니라 완성도가 떨어져 셔였을 것. 완성도 높은 오컬트는 매력이 있다. 그래서 조감독 역할이라고 하고 싶은 마음에서 참여했다."며 이 작품의 출연 이유를 밝혔다.

최민식은 장재현 감독의 연출에 대해 "집요함은 기본이었다. 대충 가는 건 있을 수 없고 흙색깔 하나까지 신경을 쓰더라. 무덤 장면도 한 군데에서 찍은 게 아니라 조선 팔도를 돌아다니면서 찍었다. 우리가 이동하는 게 힘들어서 그냥 거기서 찍자고 할 정도로 욕심도 많고 자기 생각대로 해야 한다는 주관이 있는 감독이었다."라고 칭찬을 했다.

그러며 "형이상항적인 소재와 주제를 가지고 신과 인간을 다루는데 이 어려운 소재가 자칫하면 관념적으로 빠지거나 유치하게 빠질 수 있는데 그 경계에서 정말 매력적으로 풀어가더라."라며 장재현 감독의 작업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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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식은 "작품 후반부에 나오는 공포의 존재를 가시적으로 관객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의구심이 들었다. 그래서 감독에게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건 어떻겠냐고 이야기했었는데 사령관이 하겠다고 하시니 저 같은 졸병은 그러시죠라고 할 수밖에 없더라. 매번 몸 사리고 고민하는 것보다는 자기가 노선을 정하고 패기 있게 이렇게 표현해보고 싶다고 하는 건 용기 있었다. 그게 설령 마니아들에게는 배신이라는 반응을 가져올 수도 있겠지만 이런저런 시도를 한다는 열린 생각을 갖고 있고 주제와 메시지에 어긋나지 않게 시도한다는 건 높이 평가할 일이다."라며 단순한 오컬트에서 벗어나 확장된 주제로 뻗어나가는 장재현 감독의 이야기에 힘을 실었다.

생에 첫 오컬트 장르 도전인 최민식은 "'검은 사제들'과 '사바하'는 철학적 사유를 요하게 한다. 영화를 보고 나면 검색도 하게 되더라. '파묘'도 요즘 MZ들에게는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을 것. 하지만 분명히 장감독의 전작에 비해 말랑말랑한 느낌이 든다. 자신의 장르를 고수하면서 유연해진 감독의 연출을 긍정적으로 본다."라며 이번 영화가 본격 오컬트라기보다는 좀 대중적인 장르로 선회했음을 이야기했다.

땅을 찾는 풍수사를 연기한 최민식은 "작품을 위해 특별히 풍수인을 만나 인터뷰하지는 않았다. 전에 지관을 만나 몇 마디 해본 적이 있는데 저는 본능적으로 누군가를 만나면 외모부터 말투까지 관찰을 많이 하는 편이다. 근데 지관을 만나보니 별거 없더라. 다만 전문성을 이야기할 때만 달라지더라. 그래서 이번에 연기하면서 4명의 캐릭터 중 내가 도드라져도 모자라도 안된다는 생각으로 균형을 맞추는 데 주안점을 뒀다."라며 연기하며 신경 쓴 부분을 이야기했다.

그러며 "풍수는 거대하고 방대하고 깊은 분야다. 이 작품을 위해 몇 달 공부한들 풍수를 어떻게 제대로 이해하겠나. 다만 항상 자연을 관찰하는 사람이라는 느낌은 들었다. 이 사람의 일상은 산, 물, 땅, 나무 등 자연을 관찰하는 시선을 갖고 있을 거라 생각해서 이 사람의 시선이 싶어야 한다 생각하고 연기했다. 뭘 봐도 유심히, 깊이 있게 보려는 연기에 주안점을 뒀다."며 캐릭터의 시선처리와 의미에 무게 중심을 두었음을 밝혔다.

자신이 연기한 '상덕'이라는 캐릭터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는 그는 "끝까지 주판만 두드리는 인물이 아니어서 좋았다. 풍수 직업인으로서 나름대로 가치관과 맞아떨어지는 생각과 행동과 말을 하더라. 40년간 땅 팔아먹고 살면서 속물근성도 있지만 그래도 마지막에 지켜야 될 건 지키는 지관으로서의 기준이 있는 사람이더라. 땅에 대한 예의가 있는 사람이었는데 이게 제가 평소 갖고 있는 가치관과 맞아떨어진 것 같다."라며 개인의 가치관에 부합되는 캐릭터여서 더욱 애정이 간다는 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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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경력 35년인 최민식이었기에 시나리오에 쓰여있는 대사 한 줄, 단어 하나의 의미를 남다른 통찰력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극의 후반부 극적인 반전을 가져오는 대사에 대해 최민식은 "단조로 가다가 장조로 변주를 한다는 게 보이는 대사였다. 나는 이런 장감독의 센스가 너무 좋았다. 그래서 어떻게 연주하면 좋을지는 대본을 보니 저절로 나오더라"라며 목소리 톤 만으로도 폭소를 안겼던 장면의 비하인드를 공개했다.

최민식은 "'파묘'에서 무속과 풍수를 소재로 하고 있지만 결국은 우리의 땅이 트라우마가 많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땅을 소중히 생각하자는 가치관과 오컬트의 외피를 입고 있지만 자연과 인간에 대한 따뜻함과 원혼을 달래주고 싶다는 감독의 가치관이 너무 좋았다."라며 다시 한번 이 작품이 어떤 의미에서 좋았는지를 이야기했다.

시작부터 분위기가 좋은 영화 '파묘'에 대해 그는 "미술팀의 승리다. 정말 미술에 엄청 공을 들였다"라고 칭찬하며 "영화를 보셔서 아시겠지만 이 영화는 김고은이 다 했다. 저는 옆에서 벽돌 하나 올렸을 뿐"이라고 겸손한 말을 해 분위기를 훈훈하게 했다.

거액의 돈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한 풍수사와 장의사, 무속인들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담은 오컬트 미스터리 '파묘'는 오늘 개봉해 극장에서 상영 중이다.

iMBC 김경희 | 사진제공 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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